화장품·의류·가구 업계, 근로시간 단축 '각양각색'

입력 2018-06-06 06:01  

화장품·의류·가구 업계, 근로시간 단축 '각양각색'
PC자동오프제·출퇴근시간 선택제 등…일부 중소기업 "자동화 설비 고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노동집약 산업인 화장품과 의류, 가구 등 업체들이 사업장 특성에 맞는 다양한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당장 다음 달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시행된다. 50∼299명 기업에는 2020년 1월부터, 5∼49명 기업에는 2021년 7월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형 화장품과 의류, 가구 등 업체들은 근로시간 단축 시행일에 앞서 미리 대응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 퇴근 시간 PC 자동 오프제, 출퇴근 시간 선택제, 시차출퇴근제, 집중 근로 등 사업장별로, 직종별로 다양하다.
화장품 공장이나 로드숍 등 매장을 둔 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은 신규 채용도 검토하고 있다.
반면,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 중에서는 높은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장기적으로 자동화 설비 도입을 고려하는 곳도 있다.

◇ 화장품 공장·매장, 근무시간 조정·인력 충원 검토
LG생활건강은 이번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시행되면 공장 근로자의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본사 내근직 직원들은 10여 년 전부터 유연근무(플렉시블 타임)제를 해오고 있다. 이들 직원은 오전 7∼9시 사이에 30분 단위로 출근 시간을 자율 조정할 수 있다. 오전 8시에 출근하면 오후 5시에 퇴근, 오전 9시에 출근한 직원은 오후 6시에 퇴근하는 방식이다.
아모레퍼시픽도 영업직이나 디자인 등 특별 업무 직원들은 단축 근무 시행에 따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이달 한 달간 실태 점검을 거쳐 대응책을 만들 계획이다. 내근직 종사자들은 오전 10시 출근-오후 7시 퇴근, 오후 7시 출근-오후 4시 퇴근의 탄력근무제를 하고 있다. 애경산업도 청양과 대전 두 곳의 생산 공장에 대해 근로시간 조정 방안을 찾고 있다. 내근직 종사자는 오전 9시 출근-오후 6시 퇴근제를 해오고 있다.
코스맥스는 지난 1일 출퇴근 수요 조사를 통해 사무직과 연구직에 탄력 근무 시간제, 시차출퇴근제를 도입했다.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방안을 기본으로 하되, 오전 9시-오후 6시, 오전 10시-오후 7시 퇴근 등으로 다양화했고 추후 자율근무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또 화성 4개 공장의 경우 인건비 상승이 우려돼 생산성 향상 방안과 인력 채용을 동시에 검토하기로 했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생산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게 급선무여서 신규 인력 채용을 검토할 것"이라며 "다만, 오래전부터 설비투자 자동화를 추진해온 만큼 인력난을 어느 정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장을 운영하는 화장품업체들도 당장 근로시간 단축 방안 시행에 따른 변화가 불가피해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화장품 영업장에서는 소비자 상담 결과가 판매와 매출로 연결돼 영업시간을 줄이기가 쉽지 않아서다. 매장 직원들은 온종일 서서 근무해 피로도가 높은 만큼 근로시간 단축이나 2교대 근무, 집중 근무제 등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샤는 올해 1월 전체 700여개 매장에 있는 판매 직원들을 대상으로 주 5일 하루 9시간 근로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미샤 관계자는 "매장은 정오에 열어 오후 10시에 문을 닫기 때문에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판매 직원 대상으로 1월부터 단축 근로제를 도입했고 일부 직원도 채용했다"고 설명했다. 본사 직원 300여명에는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제를 도입했다.
네이처리퍼블릭 측은 근무시간 조정제를 통한 교대근무나 파트타임제, 탄력근무제 등을 검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고도의 기술을 보유한 직원은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 집중 근무를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아파트나 대형마트 등에 있는 매장에서도 연령대가 높은 소비자 상담이 중요하므로 직원의 유연, 탄력근무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대형 패션·가구업체, 근로시간 단축 등 조기 시행
패션·가구 업체 중에는 이미 근로시간 단축 방안을 시행한 곳이 많다.
LF는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제를 해오고 있으며 올해 초 자녀를 둔 여성근로자에 대해 탄력근무제를 도입했다.
한섬은 지난 4월부터 퇴근 시간인 오후 6시 30분에 PC가 꺼지는 오프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탄력근무제도 검토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3년 전부터 출근 시간을 오전 8∼10시에서 조정할 수 있는 플렉시블 근무제를 하고 있다.
한세실업 역시 지난달부터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5시 30분까지 퇴근하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중남미 등 해외 관련 부서는 현지와 시차를 고려해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탄력근무제를 시범적으로 하고 있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 방안 시행 이후 탄력근무제나 인력 채용 등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 영업소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한샘은 작년 12월에 근로시간을 1시간 단축해 오전 8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제를 도입해 주 40시간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한샘 관계자는 "정시 퇴근을 독려하기 위해 오후 5시와 5시 30분 두 차례에 걸쳐 퇴근을 독려하고 있다"며 "부득이하게 야근해야 할 경우 부서장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샘의 매장 근무 영업사원은 탄력 근무 시간제를 하고 있다. 주말 등 고객이 몰리는 때 집중적으로 근로하는 방식으로 근무시간을 유기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임산부는 임신 전 기간에 걸쳐 6시간 단축 근무제와 PC오프제를 도입했다.



◇ 중소기업들, 높은 인건비 부담…자동화 등 대응책 고심
중소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제 도입으로 인건비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제를 도입하면 중소기업 입장에선 인력 채용은 쉽지 않고 경쟁 심화와 효율성 악화로 오히려 인력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의현 한국금속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영세한 곳이 많아 노후실비를 첨단 자동화 기기로 교체하고 있다"며 "당장 돈이 들어가더라도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5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중소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 이후 평균 6.1명의 인력이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소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 시 가동률 저하로 생산 차질을 빚고 납기 준수가 곤란할 것으로 우려했다.
기술과 기능직 분야에서 인력 부족이 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소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 시행 후 생산 차질이 20.3%가량 발생하고 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247만1천원에서 220만원으로 27만1천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대응책으로 신규인력 충원과 공정 자동화 등 생산설비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이재원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은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겪고 신규 충원도 쉽지 않아 장시간 근로가 불가피하다"며 "탄력적 근로 시간제 단위 기간을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하는 등 근로시간 제도를 유연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ndig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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