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관람료] ③ 해법은 범어사에?…"상생전략 필요"

입력 2018-11-15 12:35   수정 2018-11-15 14:23

[문화재 관람료] ③ 해법은 범어사에?…"상생전략 필요"
2008년 폐지…지원금 현실화 갈등 있지만 상생모델 주목
전문가들 "필요한 관리 비용 밝히고 정부가 합리적 지원"

(부산·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김상현 김선호 기자 = "왜 부산 범어사만 문화재 관람료를 폐지해서 방문객에게 관람료를 징수하는 다른 사찰을 곤혹스럽게 합니까?"



사찰 관람료를 받는 전국 유수의 사찰 관계자들이 부산 범어사에 전화를 걸어 자주 항의하는 내용이다.
영남 3대 사찰 중 하나인 범어사는 10년 전인 2008년 사찰 입장료인 문화재 관람료를 전격 폐지했다.
금정산 등산로 입구에 있는 범어사는 사찰 내 문화재 관람 여부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어른 1천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500원의 문화재 관람료를 받아왔다.
문화재를 관람하지도 않는데 관람료를 징수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시민 반발에 부딪히자 범어사는 부산시로부터 문화재 관리 지원금을 받는 대신 관람료를 폐지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관람료가 없어지면서 불필요한 갈등이 사라졌고, 사찰 방문객도 늘었다"며 "사찰과 시민이 모두 만족하는 상생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연간 3억원인 지원금 현실화 문제가 최근 불거졌지만, 부산시가 지원금 인상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매듭을 푸는 게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범어사 관계자는 "관람객은 증가하는데 상대적으로 사찰 재정은 예전만 못하고 문화재 관리 수요는 높아지고 있다"며 "문화재 관리 지원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지금까지 범어사 측 양해로 지원금을 올리지 않았지만, 범어사 측과 인상 폭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범어사 사례에도 지난 10년간 전국 유명 사찰 대부분은 문화재 관람료 징수를 고수하고 있다.



고무적인 점은 해묵은 논쟁이 되풀이되면서 범어사처럼 일부 지역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사찰이 협의해 관람료 빗장을 푸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속리산 법주사는 올해부터 보은군민에게 관람료를 받지 않기 시작했다.
설악산 신흥사도 속초시민에 한해 무료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전남 구례군은 천은사 매표소를 사찰 쪽으로 옮기고, 조계종 소유 지방도 부지를 매입하는 대신 사찰 측에 보상책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와 전남도에 건의했다.
문화재 관람료 논란이 일 때마다 불교계 일부에서는 관람료를 폐지한 범어사를 '잘못된 선례'로 여겼고, 관람객 입장에서는 범어사가 입장료를 없앤 '모범 사찰'이었다.
잘못된 선례든 모범적 선례든 범어사의 관람료 폐지는 해묵은 논란을 해소하는데 중요한 키로 주목받고 있다.
불교계는 여전히 문화재 관람료 논란과 관련 문화재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관리비를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한다.
전국 국립공원의 7.2%가 사찰 소유 토지인 점을 강조하면서 불교계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가는 여론에 대해 오히려 억울함을 피력한다.
조계종 관계자는 "1천700년간 문화유산을 지켜왔고, 지금도 유지관리를 위해 애쓰는 불교계의 노력을 외면한 채 관람료의 부당성만 논해서는 안 된다"며 "불교 문화유산에 대한 가치 평가가 선행되고, 그 바탕 위에서 보존 대책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화재 관리라는 곳에 초점을 맞추면 의외로 답을 수월하게 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사찰 내 문화재 관람 여부를 따지지 않는 일괄적인 관람료 징수는 부당한 만큼 정부의 관리비 지원이 해법이라는 견해도 전한다.
한봉호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는 "입장료 성격의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해서는 안 된다"며 "문화재 관리비용이 부족하면 사찰이나 조계종이 실제 문화재 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밝히고 정부가 합리적으로 지원하면 된다"고 말했다.


win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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