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외교관 잠적, 미궁 빠지나…이탈리아 언론, 나흘째 조명 안해

입력 2019-01-09 22:49  

北외교관 잠적, 미궁 빠지나…이탈리아 언론, 나흘째 조명 안해
현지 주요 언론, 김정은 위원장 방중만 짤막히 처리…北대사관은 정상 업무 중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임기 만료를 앞둔 작년 11월 북한 대사관에서 이탈해 잠적한 뒤 서방에 망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조성길(44)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의 행적이 여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 언론도 이번 사건에 대해 더 이상 보도를 하지 않는 모습이다.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주요 언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5세 생일에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는 소식만 짤막하게 전했을 뿐, 잠적한 조성길 전 대사대리와 관련한 뉴스는 단 한줄도 쓰지 않았다.



현지 언론은 조 전 대사대리의 잠적 사실이 공개된 지난 주에는 이 사건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그의 잠적 과정과 소재 등에 대해 갖가지 추측을 쏟아냈으나, 지난 6일부터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탈리아 유력 일간은 당초 조 전 대사대리가 미국 망명을 원하고 있으며, 미국 정보당국과 긴밀히 공조하고 있는 이탈리아 정보당국의 보호를 받으면서 망명지가 결정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이미 이탈리아를 떠나 비밀리에 미국이나, 영국 등으로 건너갔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그가 프랑스 등 이탈리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유럽 제3국으로 넘어갔다는 설을 제기했다.
그런가 하면, 그가 북한에서 파견한 특수 요원들에게 붙잡혀 이미 북한으로 송환된 것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까지 나오는 등 그의 소재와 관련해 현지 언론은 며칠 동안 다양한 가능성을 열거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당국과 미국 당국 등 당사국들의 함구로 이번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가 현실적으로 극히 어려운 상황이라 현지 언론도 조성길 전 대사대리의 잠적과 관련해 더 이상의 유의미한 보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이탈리아 중앙 언론의 한 기자는 "정보당국이 연관돼 있는 사안은 우리 역시 취재가 극히 어렵다"며 "이번 사건은 망명이 결정된 뒤 관련된 국가의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를 하지 않는 이상 그냥 묻힐 가능성이 클 것 같다"고 예상했다.
현지의 한 외교소식통도 "조성길 전 대사대리의 망명지가 이미 정해졌거나, 그가 이미 제3국으로 떠났더라도 아마 사안의 민감한 성격상 당사자나 당사국이 입을 열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이번 일이 상당 기간 미궁에 빠져 있을 확률이 높다고 관측했다.
현지에 있는 우리 공관 역시 조성길의 소재나 현재 상황을 알지 못한다는 공식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만약 그가 현재 이탈리아 정보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더라도, 망명 희망지로 한국을 선택하지 않는 한 이탈리아 당국이 주이탈리아 한국대사관과 공식적으로 협의할 필요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한편, 조성길 전 대사대리가 행방을 감춘 것이 드러난 직후에는 정적에 휩싸였던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은 이번 주부터는 정상적으로 업무를 재개한 것으로 여겨진다.
로마 남부 주택가에 위치한 북한대사관은 지난 5일 대사관 정문 쪽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를 알리는 사진과 작년 9월 평양에서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 축하공연 사진 등을 게시함으로써 침묵을 깼다.
이어 6일부터는 사무실로 걸려오는 전화도 선별해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북한 대사관으로 전화를 해 "새로운 대사대리와 통화하고 싶다"고 하자, 전화를 받은 직원은 "누구냐"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뒤 곧바로 끊어버리기도 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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