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마두로 앞날은…우파 야권·국제사회 '퇴진 압박'(종합)

입력 2019-01-25 00:35  

'사면초가' 마두로 앞날은…우파 야권·국제사회 '퇴진 압박'(종합)
군부의 퇴진 동참이 최대 변수…과이도 의장 탄압 여부 주목
美와 단교선언, 베네수 돈줄 석유수출 영향 관심…美, 추가 제재 가능성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재집권 후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야권과 미국을 위시한 우파 국제사회의 거센 압박을 다시 받고 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23일(현지시간)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과 재선거를 요구하는 야권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국제사회는 이날 반정부 시위를 계기로 지난해 대선 이후 비교적 잠잠했던 베네수엘라 정국이 다시 한번 혼돈 속으로 빠져들지, 정권 교체의 기폭제가 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후안 과이도 의장은 이날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반정부 집회에서 '권력 강탈자가 집권하면 국회의장이 국가 지도자가 된다'는 헌법 조항을 근거로 자신이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언했다. 과이도 의장은 자신이 임시 대통령을 맡아 군부의 지원 아래 공정한 선거를 진행하겠다고도 했다.
이 때문에 '한 나라에 두 대통령'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마두로 대통령이 정국 혼돈 상황을 잠재우고 권좌를 유지하거나, 아니면 야권과 우파 국제사회의 압박에 밀려 실각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마두로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주요 지지층인 서민, 빈곤층마저 이날 반정부 집회에 대거 참석했기 때문에 더욱 위기감을 느낄 수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국제유가 하락 속에 미국의 경제제재가 더해져 초래된 극심한 경제난과 정국혼란을 못 이겨 많은 국민이 해외로 탈출하는 가운데 지난 10일 두 번째 6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야권과 미국을 위시한 우파 국제사회는 지난해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며 마두로의 퇴진과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마두로가 작년 5월 치러진 대선에서 68%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지만, 야권 유력 후보들이 가택연금이나 수감 등으로 선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대선이 치러진 만큼 무효라며 마두로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고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마두로의 재임을 계기로 다시 불붙은 정권 퇴진운동의 중심에는 공학도, 미국 유학, 학생운동가의 길을 걸어온 35세의 후안 과이도가 있다. 그는 지난 5일 새 국회의장에 취임한 뒤 베네수엘라를 이끌 새 지도자임을 자처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대규모 시위 현장에서 자신을 '임시 대통령'으로 선언하고 시위대를 이끌었다. 앞서 과이도는 마두로 취임 다음 날인 11일 "마두로를 대신해 임시로 대통령직을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베네수엘라 대통령…"미국정부와 정치·외교 관계 단절"/ 연합뉴스 (Yonhapnews)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미주 13개국도 작년 대선을 공정하지 못한 부정선거라고 규정하고 마두로를 새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급기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 과이도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했다. 베네수엘라 정국 위기 해결을 위해 결성된 '리마 그룹' 14개국 중 캐나라,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 11개국과 유럽연합(EU) 의회는 과이도 의장을 베네수엘라 과도정부 대통령으로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마두로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멕시코도 마두로를 대통령으로 인정한다는 입장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이 과이도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다고 발표하자 바로 미국과의 정치·외교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그는 이날 수도 카라카스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 밖에 모인 수천 명의 지지자를 상대로 한 연설에서 "헌법에 따른 대통령으로서 제국주의 미국 정부와 정치·외교 관계를 끊기로 결정했다"면서 "모든 미국 외교관이 떠날 수 있도록 72시간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선 군부의 움직임이 마두로 정권의 지속 여부를 가늠 짓는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과이도를 비롯한 야권은 마두로 정권 퇴진을 위해 군부의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군 수뇌부는 여전히 마두로에게 충성을 유지하고 있어 군부의 정권 이탈 여부를 속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군을 향해 "통합과 기강을 유지하라"며 집안 단속에 나섰고,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국방부 장관은 트윗에서 "군인들은 불투명한 이해관계에 의한 강요와 불법적으로 자칭한 대통령(과이도 의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화답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군 주요 장성들에게 국영 석유회사(PDVSA)의 요직을 맡기는 등 군을 우군으로 확보한 상황이라 정권 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편이다.
다만, 군 내부에서 마두로 정권에 반발하는 일부 움직임이 감지된다. 지난 21일 수도방위군 소속 군인 27명이 수도 카라카스 동부 지역에 있는 군 초소를 습격해 총기를 탈취했다. '헌법 질서를 회복하겠다'며 일으킨 일부 군인들의 쿠데타는 불과 몇 시간 만에 진압됐다.
우파 국제사회의 지원 아래 스스로 임시 대통령을 선언한 과이도 의장의 신병 문제도 주목된다. 마두로 대통령은 자신의 존립을 위협하는 최대 정적으로 부상한 그를 붙잡아 가둘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과이도 의장이 미국을 비롯한 우파 국제사회의 공개적인 지지를 받는 터라 마두로 대통령이 과이도 의장을 직접 탄압하거나 체포할 경우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앞서 여러 제재를 가했던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주 수입원인 석유 수출에 제재를 가해 직격탄을 날릴 경우 마두로 정권의 퇴진을 앞당기는 요인이 될지도 주목된다. 미국은 이르면 금주 중 석유 등 에너지 관련 제재를 발표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두로 대통령이 발표한 미국과의 단교 선언이 원유 수출에 미칠 영향도 변수다. 베네수엘라는 국가재정의 95%를 원유에 의존하는데 이중 절반이 미국으로 향하고 있어서다. 단교로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이 막힌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이 악화돼 정권 유지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야권의 마두로 퇴진운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파 야권은 2015년 12월 총선에서 승리해 의회를 장악한 뒤 줄기차게 마두로 퇴진과 정권 불복종 운동을 벌여왔다.

야권은 2016년에 마두로를 권좌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국민투표를 추진했지만 친정부 성향의 선거관리위원회와 대법원 등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야권은 2017년 상반기에는 의회 무력화를 위해 정부가 추진한 제헌의회 선거를 저지하려고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기도 했다. 당시에 사망자만도 120명이 넘는 등 대규모 유혈사태가 나면서 극도의 정국혼란이 이어졌다.
마두로는 경제 실정으로 대규모 국민 이탈을 야기했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베네수엘라는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제유가가 2015년에 크게 하락하면서 재정 수입에 빨간불이 켜졌다. 외부 충격에 버틸 수 있는 내수 자족 기반을 확충하지 않은 채 석유 수출에만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개선하지 않은 때문이었다. 이런 경제 구조는 기초 생필품은 물론 식품, 의약품 등의 부족 사태로 이어졌다.
빈민층에 대한 무상 주택 공급, 의료 지원 등 우고 차베스 전 정권의 좌파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정책과 외환·가격 통제 등의 폐쇄적 정책도 위기에 처한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경제·금융 제재를 잇달아 가하면서 베네수엘라 경제는 더 고꾸라졌다.
경제난과 정치적 혼란 속에 2014년 이후 300만 명이 넘는 국민이 베네수엘라를 떠났으며 그 수는 올해까지 53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이 1천만%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마두로는 틈날 때마다 석유 이권 등을 노린 미국이 콜롬비아, 페루 등 중남미 우파 정권과 함께 자신을 암살하고 경제전쟁 등을 통해 정부를 전복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penpia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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