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윤경 "되바라지게 할말 다하는 것이 아이…그자체를 사랑해야"

입력 2019-01-28 15:49  

심윤경 "되바라지게 할말 다하는 것이 아이…그자체를 사랑해야"
성장소설 신작 장편 '설이'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아이다운 것이란 과연 무엇일까.
부모가 원하는 대로 공부하고, 침묵하고, 순종한다면 그 아이는 과연 '아이답다'고 할 수 있을까.
새해 첫날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후 풀잎보육원에서 키운 고아 '설'.
설이는 세번째 파양을 당한 후 보육원에서 일하는 '이모'에게 위탁돼 길러진다.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우수한 성적과 짙은 화장 뒤에 숨지만 사실 설이는 부모의 사랑이, 부모와 아이가 온전히 존재하는 가정의 모습이 궁금하다.
자신을 괴롭히는 동급생 시현 때문에 크게 다친 후 설이는 겉으로 완벽해 보이는 그 가정에 위탁되지만, 시현네 집은 상상과 다르다.
갈등 속에 가출한 설이는 시골로 보낸 개 '아코'를 보러가다가 이모 손에 이끌려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서 자신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작가가 6년 만에 써낸 신작 장편소설 '설이'(한겨레출판)는 모두가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부모와 자식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설이는 전형적인 열세살 소녀다.
떼를 쓰고 화를 낸다. 악의 없이 대하는 어른들에게 되바라지게 말대답한다.
원치 않는 상황에 부닥치면 아예 아파 버리고 입을 닫는다.
그런 설이를 보며 어른들은 전전긍긍한다.
선생은 난처할 정도로 설이를 동정하고, 시현의 부모는 '너를 위해서'라는 말로 설이가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시킨다.
배운 것 없는 순박한 이모만이 설이에게 "배꼽이 마치 나침반이 서 있는 듯 세로로 좁고 길쭉하니 방향을 잃어버릴 일 없겠다"며 보듬어줄 뿐이다.
심 작가는 28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어른들이 얼마나 아이를 키우기 힘든지는 이야기가 많은데 아이들이 얼마나 자라기 힘든지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며 "부모가 자식을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부모가 자식을 잘 가르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 의문에 대해 내가 찾은 해답들을 소설의 형식으로 엮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랑이다.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해 성취를, 성공을 위해 코치해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인가.
실제 고등학교 3학년 딸의 엄마이기도 한 심 작가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사랑은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모를 만큼 공기 같고 겸손한, 바닥에 숨은 뿌리와도 같은 것"이라며 "하지만 대부분 부모는 뿌리는 잊어버리고 성공의 꽃을 피우는 데만 집중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무엇을 해야 한다는 주문은 아이들을 힘들게 하지만 부모 또한 불행하게 만든다"며 "나 스스로가 행복해지자, 단순히 아이를 예뻐하는 것으로 돌아가자,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엄청난 교육열을 지닌 부모 간 갈등과 아이들의 경쟁은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는 드라마 '스카이캐슬'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내가 공부를 잘하지 못해도 나를 사랑하겠어요?'
내가 자라는 내내 속에 있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생각이고, 많은 아이가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성공해야 한다'는 사회적 주문이 실제로 잘하는 아이에게 불행감을 줄 만큼 무겁다는 거죠. 성공한 사람조차도 내면의 불행감을 한자락 깔고 있는데 많은 아이가 무엇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라 쫓기는 기분으로 살아가는 것이 잘못된 우리 교육 문화의 일부분이라는 걸요."
심 작가는 막상 엄마로서 자신의 딸에게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얼굴을 붉히며 털어놨다.
그는 "딸이 사교육을 거의 받지 않았는데 학원에 가야 한다고 애걸복걸해도 안가니 내가 잘못 키웠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며 "다만 아이가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에 옮겨왔다는 것은 당장 대학 갈 때는 도움이 안 되더라도 긴 인생에서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 작가가 17년 전 쓴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주인공 '동구'는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아이로, 설이와 전혀 다르다.
심 작가는 "어느 날 한 독자가 '과연 동구는 행복했을까'라고 묻자 충격받았다"며 "동구가 가족에 퍼부은 사랑과 세상에 끼친 감동에만 만족했지 그 아이의 행복은 살피지 않았다"고 돌이켰다.
"희생하고 헌신해라, 가족은 무엇보다 소중하니 지켜라, 이런 가슴 아플 수 메시지를 아이들에게 던진 것이 아닌가 미안했어요. 그래서 설이는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토해내길 바랐죠. 되바라지고 못되게, 뻔뻔하고 인정사정없이 어른들을 할퀴게 하고 싶었어요."
그의 다음 소설은 '이모'의 모델이기도 한 할머니 이야기다.
"내가 꿈꾸는 사랑은 할머니 같은 사랑이었습니다. 무책임에 가까울 만큼 아이를 믿어 주위에서 비난받을 정도의 무한한 사랑, 그런 사랑이 너무 저평가된 것 같아 옹호하고 싶었어요.
우리 아버지와 고모들을 키우신 할머니의 삶의 궤적을 추적해보고 싶습니다. 자식들을 무한히 사랑한 할머니의 이야기가 미시역사와 얼마나 닿을지는 모르겠지만 가치 있는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bookman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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