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목 위기' 보은 삼년산성 입구 느티나무들, 은인 만나 '새 삶'

입력 2019-03-30 07:05  

'벌목 위기' 보은 삼년산성 입구 느티나무들, 은인 만나 '새 삶'
경기도 소재 조경업체에 매각…내달 25일까지 이식 예정

(보은=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도로 파손과 농사 방해 등을 이유로 벌목 위기에 놓였던 충북 보은 삼년산성(三年山城·사적 제235호) 입구 느티나무 가로수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져 새 삶을 살게 됐다.

보은군은 이곳 가로수 107그루가 최근 공공자산 처분 시스템인 '온비드' 입찰에 부쳐져 경기도의 한 조경업체에 매각됐다고 30일 밝혔다.
이 업체는 지난 26일 보은군에 1천800만원의 나뭇값을 납부했으며, 내달 25일까지 모두 캐가기로 약속했다.
군 관계자는 "업체 측은 캐낸 나무를 가로수나 조경수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고, 주변에 임시로 옮겨심을 가식장도 마련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곳 가로수는 1999년 심어졌다. 수령 20년을 넘기면서 거목으로 성장해 여름이면 울창한 숲 터널을 이룬다.
그러나 시간이 지가면서 주변 논밭에 뿌리가 뻗어 나가고, 짙은 그늘이 생기면서 농민들로부터 눈총을 사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해 11월 가로수를 제거해달라는 농민들의 민원이 접수됐고, 군은 고심 끝에 전체를 베어내기로 결정했다.
나무뿌리가 굵어지면서 아스팔트나 인도 블록을 들뜨게 하는 등 도로 시설물을 파손하는 것도 벌목에 힘을 실린 이유다.

하지만 이 결정은 곧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온라인 카페 등을 중심으로 "관광자원이 된 가로수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지역 언론도 가세해 벌목 결정을 '탁상행정'으로 몰아붙였다.
5천만원의 벌목예산까지 확보했던 군은 결국 여론에 못 이겨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하지만 1그루당 15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이식비용 때문에 매입 희망자 나타날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첫 번째 입찰에서 낙찰자가 나왔다. 그것도 감정가격(490만원)을 3.6배를 웃도는 고액(?) 구매자다.
군 관계자는 "가로수를 캐내 옮기는 데 큰돈이 들어 애초 벌목 결정했던 것"이라며 "예상치 못한 구매자가 나타나면서 나무들이 생명을 이어가게 돼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보은군은 가로수가 옮겨지면 그 자리에 울타리나 화단 등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bgi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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