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질 초저가 의료체계로 세계모델" 호언 인도 나라야나 병원

입력 2019-04-05 13:21  

"고품질 초저가 의료체계로 세계모델" 호언 인도 나라야나 병원
조립공장식 수술체계로 의료 숙련도 높이고 비용은 낮춰
설립자 데비 셰티 "10년후 부자 아니어도 국민 건강한 나라 가능함을 입증할 터"
"테레사수녀 헌신에 감명…대규모 지속적인 빈자 구제는 영리사업 방식으로만 가능"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세상에서 가장 싼 병원"인 인도 `나라야나 헬스' 병원 그룹의 설립자이자 심장 전문의인 데비 셰티 회장은 큰 꿈을 꾸고 있다.



수억명에 달하는 인도의 빈자와 노동계급이 "구걸하거나 가재도구를 팔지 않더라도" 고품질의 의료 서비스를 초저가에 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를 인도에 구축할 뿐 아니라, 이 모델을 전 세계에 전파하는 것.
그렇다고 자선 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영리를 포기하지 않는다.
셰티는 '빈자의 어머니' 테레사 수녀의 심장 질환을 치료하면서 인도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테레사 수녀의 헌신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러나 테레사 수녀의 자선 방식은 '규모의 경제화'를 이룰 수 없기 때문에 따를 생각이 없다.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익을 내는 사업 방식 밖에 없다고 믿는다.
셰티의 병원 사업이 세상에서 가장 의료비가 싸면서도 지난 2000년 설립 이래 인도 전역에 병원 23개, 심장센터 7개, 1차 진료소 19개에 이를 정도로 확장하면서 꾸준히 5% 가까운 수익을 내는 비결을 미국의 블룸버그 비즈니스와 포천인디아 등 인도 언론들이 최근 소개했다.
이 병원의 두경부암 수술비는 700달러(약 80만 원), 심장혈관우회술 2천 달러. 심장이식 1만1천 달러는 미국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초저가일 뿐 아니라 같은 인도 병원들에 비해서도 반값이라고 블룸버그는 강조했다.
수술실 하나를 거의 하루 종일 점유해야 할 만큼 어려운 수술인 폐혈전내막제거술도 1만 달러에 끝낸다. 미국에서라면 20만 달러가 드니, 그 20분의 1에 불과하고, 그래도 수익을 낸다.
비결은 직무향상훈련(upskilling)과 직무이전(task-shifting) 개념을 도입하고 각종 비용을 절감한 것. 의료 기술과 경험이 풍부한 역량 있는 의료진이 부족한 상황에서 가능한 많은 수술을 하면서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다.
심장혈관 우회로 조성 수술 때 보조의가 환자의 가슴을 열고 복장뼈를 톱으로 잘라서 흉곽을 당김기로 벌려 고정해 병든 심장을 드러내놓으면, 곧 이어 셰티 박사가 들어가 폐동맥의 혈병을 하나씩 제거하는 최고난도의 수술 작업을 하고는 곧장 다른 수술실로 이동해 같은 작업을 한다.
그 전·후의 수술 과정은 직무 난이도와 보유 역량에 따라 배정된 의사와 간호사들의 몫이다.
공장의 조립 라인을 닮은 이런 수술 체계를 통해 이 병원 수술의의 연간 수술 횟수는 미국 수술의보다 평균 6배나 많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일반 사업체의 '박리다매' 방식을 연상시키는 이런 방법을 통해 이 병원 그룹은 지난 2017년 초저가 수술비에도 8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비용 절감을 위해선, 수술복을 인도 현지 회사로부터 국제시장의 3분의 1 가격으로 사고, 수술 도중 인공심폐기에 피를 전달하는 관은 서양에선 한번 사용 후 폐기하지만 이곳에선 소독해서 재사용한다. 인공심폐기, 컴퓨터단층촬영기(CT), 자기공명영상장치(MRI) 같은 의료장비도 자체 기술자의 도움으로 보증 연한을 넘겨 계속 가동한다.
수술실도 미국에서라면 다음 환자 수술 준비에 30분 이상 걸리지만 이 병원에선 15분 미만으로 단축했다. 다음 수술 준비팀이 수술 도구 등을 미리 준비해 대기하다가 수술이 끝나자마자 교대한다. 수술실은 미국에서라면 1분당 사용 요금을 환자에게 부과할 정도로 값비싼 부동산이다.
이 병원은 환자의 가족들도 직무향상에 참여시킨다. 환자 목욕이나 붕대 교체 같은 일을 가르침으로써 병원 간호사 등 의료진은 다른 더 어려운 의료 업무에 전념토록 해준다.
선진국 병원 모습과는 거리가 먼 풍경이지만, 환자 안전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셰티는 단호하게 말한다.
외과용 집게와 관을 소독해 재사용하는 것은 미국에 본부를 둔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가 인증해준 것이다. 붕대 교체 정도의 일은 적절한 교육을 거친 환자 가족에게 맡기는 것 역시 이미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일부 연구에선 다른 일로도 바쁜 간호사들 대신 환자 가족이나 친족이 그 환자에게만 집중해 간단한 처치를 해주는 환자의 예후가 더 좋다는 결과도 나왔다.
나라야나 병원의 의사는 자신이 최고 역량을 가진 부분에 대해서만 수술하는 데다 수술 횟수가 많기 때문에 숙련도를 신속히 끌어올릴 수 있다. 심장혈관우회술 환자의 30일 내 사망률은 약 1.4%로 미국의 1.9%보다 낮고, 심장 판막치환술과 심근경색 치료에서도 서양보다 성과가 좋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셰티는 그러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지난해부터 역점 추진 중인 빈곤층 1억 가구, 5억명을 위한 국민건강보험, 일명 모디 케어로 인해 새로운 도전을 맞았다.
모디 케어는 나라야나 병원의 주력 수술인 심혈관우회술의 수가로 약 1천300달러만 책정했다. 나라야나 병원이 환자에게서 받는 2천 달러보다 700달러나 적은 액수다. 다른 치료에선 그 차이가 더 크다.
셰티는 모디 케어의 수가가 실비보다 적다며 "다른 누군가가 그 차액을 내주지 않으면, 5년은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의료 장비가 노후해서 교체해야 할 때가 되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앞으로 비용을 줄이고 또 줄여나가야 하지만 그래도 그는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10년 후에는 인도가 건강과 부의 관계를 끊는 최초의 나라가 될 것이다. 인도는 국가의 재부와 그 국민이 누릴 수 있는 건강의 질은 관계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게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호언했다.
셰티의 병원은 입·퇴원, 수납, 예약, 약 방, 주사기나 MRI기 같은 의료 도구와 장비 사용 등 병원의 모든 것을 전산화하는 방식으로 조금이라도 불필요한 비용을 찾아내고 있다.
나라야나 병원은 또 부유층을 대상으로, 일반 환자와 똑같은 의사와 의술을 적용하되 입원실이나 병원식 등에서 차별화한 고급 병동을 따로 운영해 여기서 나는 수익으로 초저가 병원의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하버드대 세계보건연구소(GHI)의 아시시 자 소장은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의료시장인 미국에서 인도의 실험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며 "미국과 세계 다른 곳에서도 자신들의 의료사업 모델과 관행을 되돌아 보게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y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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