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컴한 굴에서 나온 수많은 글자…금석문 보고 된 성류굴

입력 2019-05-23 18:48  

컴컴한 굴에서 나온 수많은 글자…금석문 보고 된 성류굴
신라 진흥왕 행차 명문부터 조선시대 글자까지 존재
"특별함 간직한 신비한 공간…추가 조사·발굴 필요"



(경주=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경북 울진 불영사 계곡 인근에 있는 석회암 동굴인 성류굴(천연기념물 제155호)이 수많은 문자자료를 간직한 금석문 보고로 급부상했다.
성류굴 명문은 고려시대에 편찬한 문헌인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포항 중성리 신라비와 울진 봉평리 신라비 같은 비석, 울주 천전리 각석 명문에 버금가는 고대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동굴 안에는 글자 수백 개가 있다고 알려졌으나, 추가 조사에 따라 더 많은 명문이 확인될 가능성이 매우 커 지속해서 학계 이목을 끌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 21일 심현용 울진 봉평리 신라비 전시관 학예연구사와 이종희 한국동굴연구소 조사연구실장이 성류굴 내부에서 발견한 명문이 4월 중순 언론을 통해 공개된 데 이어 23일에는 울진군이 판독 작업을 통해 신라 제24대 임금 진흥왕이 560년 성류굴에 행차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울진군은 이날 심 연구사와 이용현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가 성류굴 제8광장 높이 2.3m 지점에 있는 명문 25개를 해독한 결과를 공개했다.
그 내용은 "경진년(560, 진흥왕 21년) 6월 ○일, 잔교를 만들고 뱃사공을 배불리 먹였다. 여자 둘이 교대로 보좌하며 펼쳤다. 진흥왕이 다녀가셨다(행차하셨다). 세상에 도움이 된 이(보좌한 이)가 50인이었다"는 것이었다.
글씨는 가로 7∼8㎝, 세로 7∼12㎝ 크기로 새겼는데, 특히 '진흥왕거'(眞興王擧)라는 명문은 크게 써 강조했다.



성류굴 명문을 살펴본 주보돈 경북대 명예교수는 "흥왕(眞興) 글자는 잘 보이나, 진(眞)자는 애매하다"며 "판독을 확정하기까지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주 교수는 신라 원성왕(재위 785∼798) 때 중국 연호인 정원십사년(貞元十四年) 같은 글자는 여럿 확인된다면서 "진흥왕이 맞는다면 임금이 다녀간 뒤 후대에 화랑들이 성류굴을 신성시해서 거쳐 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흥미롭게도 신라부터 고려, 조선까지 시대별로 사람들이 동굴에 흔적을 남겼다"며 "세계적으로도 동굴에서 이렇게 많은 글자가 발견된 사례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학계 관계자는 "왕이 행차했다면 목적이나 취지가 남았을 텐데 없다"면서 "글씨가 다소 조악하다는 점, 문구를 어떻게 끊어 해석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성류굴이 역사적으로 중요하고 의미 있는 공간이 됐다는 것만은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성류굴은 전체 길이가 수중동굴 구간을 포함해 약 900m로 추정되는데, 공개 구간은 280m에 불과하다. 제8광장은 입구에서 약 230m 거리에 있다.
심현용 연구사는 제8광장에서 유독 많은 명문이 발견된 데 대해 "어른이 기어서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작은 통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며 "아마 이 길을 통해 성류굴에 왔다면 제8광장에서 처음으로 비경을 봤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심 연구사는 "진흥왕 명문에 다리 모양 구조물인 '잔교'(棧橋)라는 단어가 있는데, 성류굴 중간중간에 호수가 있다"며 "동굴연구소가 수중에도 명문이 있다는 사실 또한 파악했다"고 말했다.



과제는 어두컴컴한 동굴에 있는 수많은 문자자료에 대한 체계적 조사다.
심 연구사는 "지자체가 단독으로 조사를 하기에는 버거운 형편"이라며 "고고학회, 고대사학회, 상고사학회, 목간학회가 문화재청에 중앙정부 차원에서 조사를 추진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성류굴은 신라인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공간이었던 것 같다"며 동굴 내부를 발굴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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