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종료' 반응에서 드러난 日정부 핵심인사들 어법

입력 2019-08-23 18:31   수정 2019-08-23 18:33

'지소미아 종료' 반응에서 드러난 日정부 핵심인사들 어법
아베 총리 "한국이 국가 간 신뢰 훼손 계속" 책임전가 주장 반복
군사안보 협력 담당 부처 책임자 이와야 방위상 "실망"·"유감"
수출규제 책임자 세코 경산상 "엄숙하게 규제 실행"…협박조
고노 외무상 "비합리적"·"안보환경 몰이해"…수위 높은 막말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한국 정부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놓고 대한(對韓) 대치전선을 이끄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등 일본정부 핵심 인사들이 각자의 입장과 역할, 의도에 따라 서로 다른 어법을 쓰고 있어 눈길을 끈다.아베 총리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나온 직후인 지난 22일 오후 6시 30분께 총리 관저를 나갈 때 기자들의 질문 세례에 입을 다물었다.
아베 총리가 입장을 밝힌 것은 그로부터 거의 하루가 지나서였다. 23일 오전 선진 7개국(G7) 프랑스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러 하네다공항으로 가는 길에 관저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나온 말은 '한국 정부가 국가 간의 신뢰를 훼손했다'는 책임 전가성 발언이었다.



아베 총리는 "(한국이) 한일청구권협정을 위반하는 등 국가와 국가 간의 신뢰 관계를 해치는 대응이 유감스럽게도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한국정부를 겨냥해 '신뢰 훼손'이라는 용어를 징용배상 판결을 비롯한 일련의 한일 갈등 고조 과정에서 여러 차례 반복해서 사용하고 있다.
국제사회를 향해 양국 간 신뢰를 깨는 것은 한국이라는 식의 단순한 메시지를 반복함으로써 마치 사실인 것처럼 각인시키려는 고도의 홍보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도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린 배경의 하나로 '일본 정부의 신뢰 훼손'을 들었다.
한일 양국 정부가 같은 단어를 동원해 상대를 공격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미국과 확실하게 연대하면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이 발언에는 안보 부문의 한미일 삼각 협력체제를 미일 양자 협력체제로 바꾸어 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군사안보 협력을 다루는 부처의 수장으로 지소미아의 직접 당사자 격인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상은 '실망'이라는 단어로 한국 정부 결정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표현했다.
그는 "실망을 금할 수 없고 매우 유감"이라며 한국 측에 지소미아 연장 여부 결정 시한(24일)까지 재고를 요구하겠다는 의향도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지역 현안에 관해 "한일 및 한미일 간에 적절한 연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현명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와야 방위상의 언급은 한미일 삼각 안보 공조의 유지·강화를 중시하는 미국을 고려해 미국 정부의 반응과 거의 같은 궤적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정책을 이끌면서 대립 수위를 높이는 역할을 맡아온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협박조'로 반응했다.
그는 지소미아 종료의 직접 원인이 된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정책을 "엄숙하게(조용히) 실행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선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경한 어조로 비난했다.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방침을 밝힌 직후인 22일 저녁 남관표 주일한국대사를 불러 항의한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막말에 가까운 언어를 동원해 불만을 표출했다.
한국 정부의 결정이 "안보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무지(無知)하다'는 취지로 비판한 것이다.
고노 외무상은 자신 명의로 발표한 담화에서도 "(한국 정부가) 지역(동북아)의 현 안보 환경을 완전히 잘못 보고 대응한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결정을 포함해 한국 측이 극히 부정적·비합리적 움직임을 계속해 매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 측에 계속해서 현명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국 정부를 비합리적인 정책을 펴는, 현명하지 못한 정부라고 규정한 셈이다.
고노 외무상은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 문제를 논의할 중재위원회 구성에 한국 정부가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달 19일 남 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자리에서도 "매우 무례하다"는 막말을 쏟아내 일본 내에서도 '비외교적' 처신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 "한국 결정에 강한 우려와 실망"…일본 "극히 유감" / 연합뉴스 (Yonhapnews)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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