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정부, 반체제 인사 상대로 광범위한 사이버 사찰"

입력 2019-10-04 17:10  

"이집트 정부, 반체제 인사 상대로 광범위한 사이버 사찰"
NYT "2016년부터 스마트폰 악성 앱 통해 메일·통화기록 접근"
중앙서버 등록명·위치정보 추적 앱 등 '정부 배후' 시사 정황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이집트 정부가 지난 3년여간 자국 반체제 인사를 상대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이용한 광범위 사이버 사찰을 벌여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본사를 둔 글로벌 보안기업 '체크포인트'는 3일(현지시간) 펴낸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집트 정부는 2016년부터 기자, 변호사, 야당 정치인, 인권운동가 등 반체제 인사로 지목된 이들의 스마트폰에 일반 앱으로 위장한 악성 앱을 설치해 파일 및 이메일에 무단으로 접근했다.
전체 사찰 대상의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체크포인트는 신원이 확인된 피해자가 다수의 저명 시민사회·재야 인사를 비롯해 33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들 중 카이로대학 정치학과 교수와 전 이집트 야당 대표 등 두 명은 지난달 이집트에서 이례적으로 발생한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 퇴진 시위에 연루돼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찰 작업에 사용된 앱들은 사찰 대상을 감쪽같이 속이도록 교묘하고 치밀하게 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가령 스마트폰의 음량을 두 배로 높여 주는 기능을 갖춘 것으로 위장한 '아이라우드 200%'(iLoud200%)란 앱은 사용자가 전원을 끄더라도 스마트폰 위치정보가 유출되도록 했다.
또 '인덱스와이'(IndexY)는 전화 발신자의 이름을 알려 주는 무료 앱으로 소개됐지만, 실상은 사용자의 스마트폰을 통해 이뤄진 모든 전화의 세부사항을 복사해 유출했다. 이 앱은 특히 사용자의 국제전화를 추적하는 데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덱스와이는 올 초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된 뒤 5천건 이상 다운로드됐다가 체크포인트가 지난 7월 문제를 제기하자 삭제 처리됐다.



체크포인트가 이들 앱을 조사한 결과 이번 사찰의 배후에는 이집트 정부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증거들이 무더기로 발견됐다고 NYT는 전했다.
우선 사찰 관련 정보를 관리하는 중앙서버가 이집트 통신정보기술부 영문명의 약자로 짐작되는 'MCIT' 라는 이름으로 등록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위치정보를 추적하는 '아이라우드 200%'의 기본 좌표가 이집트의 국가정보원 격인 정보국(GIS) 본부로 설정된 점도 발각됐다.
체크포인트 측은 아울러 이번 사찰은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는 일반 사이버 범죄와 달리, 그 대상이 정치적인 이유로 선정된 것으로 보이는 점에 미뤄 국가가 배후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사찰에 참여한 이들이 이집트에서 통용되는 아랍어 사용자이며, 악성 앱에 기본으로 설정된 시간대가 이집트 표준시간이라는 점도 이런 의심에 무게를 싣는다고 NYT는 전했다.
체크포인트의 이번 조사는 지난 3월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가 다수의 이집트 인권운동가들이 국가가 주도하는 사이버 공격의 표적이 된 것으로 의심된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것을 계기로 이뤄졌다.
앰네스티 인터넷 인권 프로그램 부국장은 2일 이집트 정부에 "반대 세력을 짓밟으려는 새로운 수단을 만들어 내는 대신, 인권을 지키는 이들에 대한 끊임없는 맹공을 중단하고 표현과 결사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집트 야당인 사회주의 대중동맹당 멧하트 알 자히드 대표는 자신의 이메일에 누군가 침입한 것을 인지한 뒤 사용을 중단했다며 "물론 내 프라이버시가 침해받은 점도 걱정되지만, 더욱 심각한 건 내 인생의 모든 것이 노출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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