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놀이동산도 다시 연 중국…공항·역은 여전히 전쟁터

입력 2020-03-23 14:08  

[르포] 놀이동산도 다시 연 중국…공항·역은 여전히 전쟁터
코로나19 환자 급감에 빠른 일상 회복…마스크와 '디지털 건강증' 필수
외부유입 급증·통계 진실 논란 속 살얼음판…"지방 당국 거짓보고 막아야"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지난 주말인 21일 중국 상하이(上海)의 구춘(顧村)공원.
공원 가운데 놀이동산에서 봄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환호성을 지르며 롤러코스터, 범퍼카 같은 놀이기구를 신나게 타고 있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1월 이후 문을 닫았던 이 공원의 놀이동산은 최근에야 다시 영업을 재개했다.
관내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급감함에 따라 시 당국이 사람이 여럿 모이는 놀이동산까지 문을 열 수 있게 한 것이다.
마스크를 쓴 매표소 직원은 "그동안 영업을 못 해 힘들었는데 다시 일하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중국이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에서 벗어나 빠르게 일상을 회복해가며 경제·사회 정상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간 인적이 뜸했던 상업 시설과 주요 도시공원, 관광지에까지 다시 많은 사람이 모여들고 있다.

이런 상황 변화는 적어도 공식 통계상으로는 중국에서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급감했기에 가능했다.
중국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해외에서 유입되는 사례를 제외하고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중국 내부에서 발생한 신규 환자는 한 명이었다. 이 한 명도 해외에서 유입된 환자와 밀접 접촉을 통해 감염된 경우다.
중국이 빠르게 일상을 회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과 같은 평온함을 완전히 되찾은 것은 아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여전히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마스크를 쓴다.
눈에 띄는 점은 디지털 시대의 '빅 브러더'로 불리는 중국이 개인정보 수집의 적절성 문제를 둘러싼 일각의 우려 속에서도 코로나19 방역에 정보통신(IT)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22일 상하이 창닝(長寧)구의 한 백화점 출입문에서는 검은 양복을 입은 직원이 들어오는 고객들의 스마트폰 속 '건강 코드' 색깔이 녹색인지를 일일이 확인하고 있었다.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텐센트의 위챗 등 중국의 '국민 애플리케이션'들은 최근 도시별로 '건강 코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 회사는 정부로부터 위탁을 받아 출입국을 포함한 여행 기록, 병원 방문 이력 등 빅데이터를 수집한 뒤 개개인의 위험도를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 코드'가 녹색으로 표시된 것은 최근 14일 이내에 위험 국가나 지역을 방문하지 않았고, 코로나19와 관련해 병원을 방문하지 않았음을 뜻한다.
사무실들이 몰린 대형 업무용 빌딩, 백화점 등 쇼핑 시설, 공원, 관광지 등에 입장 때는 반드시 건강 코드를 보여야 한다.
유럽, 미국, 일본, 한국 같은 '중점 국가'에서 들어와 자가 또는 집중 격리 대상인 사람들의 건강 코드는 노란색 또는 빨간색이다.
따라서 이들이 격리 장소를 벗어나더라도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 들어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의 불씨가 여전히 날아다니는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람들을 통제할 안전장치를 마련해 뒀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각 도시 내부는 빠른 속도로 정상화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각 도시로 들어오는 관문인 공항과 기차역에서는 여전히 코로나19와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중국 내부의 코로나19 환자 발생이 주춤한 사이 외부에서 유입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유입된 코로나19 환자는 지난 17일 12명에서 18일 34명, 19일 39명, 20일 41명, 21일 45명으로 늘어나고 있다.
22일 상하이의 훙차오역 역사 출입문에서는 평소와 달리 하얀 방역복을 입은 보안 요원들이 휴대물 검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서울역의 수십배에 달하는 거대한 대합실은 평소 주말과 달리 한산한 모습이었다.
대합실 한쪽 구석의 '격리 구역'에는 여행 가방을 든 사람 수십명이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의 관리하에 앉아 있었다.
이들은 최근 일부 격리가 해제된 후베이성 등 '중점 지역'에서 온 이들이다.

상하이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 중 하나인 우시(無錫)로 고속열차를 타고 40분가량 이동을 했다가 다시 돌아와 봤다.
우시역에 도착하자 승객들을 한 곳으로 줄을 세우더니 '건강 코드'를 확인하고 머물 곳, 연락처 등을 일일이 기록하게 한 후에야 한 명씩 밖으로 나갈 수 있게 해줬다.
외국인의 경우 '건강 코드' 외에도 여권 속 입국 도장의 날짜까지 일일이 확인을 한 후에야 통과시켰다.
상하이의 관문 공항인 푸둥(浦東)공항은 매일 유럽과 미국, 한국, 일본 등 '중점 지역'에서 입국하는 사람 모두를 지정 시설로 우선 이동시킨 후 전원 코로나19 확진 검사를 진행한다.
쓰촨성 청두(成都) 등 다른 중국 지역도 대부분 비슷하거나 이보다 더욱 강도 높은 조처를 하고 있다.
사실상의 입국자 전수 조사를 통해 코로나19 재확산을 막겠다는 초강경 조처다.
수도 베이징시는 한발 더 나아가 아예 모든 입국 비행기가 먼저 중국의 다른 도시에서 내려 방역 조치를 끝내고 나서야 다시 최종 목적지인 베이징으로 향할 수 있도록 했다.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모두 베이징 밖에서 먼저 발견해 그곳에 격리함으로써 최고 지도부가 머무르는 수도를 철저히 '보위'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차량을 이용한 도시 간 이동도 쉽지 않다. 중국의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인 디디추싱(滴滴出行)은 정부의 지침에 따라 도시 경계를 넘어가는 차량 연결을 해 주지 않는다.
우시에서 만난 공유차량 기사 황(黃)씨는 "평소 같았으면 주말에 우시에 놀러 오는 다른 도시 사람이 수십만명은 되었을 텐데 지금은 외부 손님이 확 줄었다"며 "유명 관광지 주변도 교통 체증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코로나19의 충격을 겪은 중국이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민들은 쉽게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또 중국의 절대다수 지역에서 아직도 초·중·고교와 대학 등 학교가 개학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 개학은 코로나19 사태 극복의 상징적인 조처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학교 운영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시간표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 밖에도 많은 도시에서 아직 극장과 공연장을 비롯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실내 공공 밀집 장소의 영업은 허가되지 않고 있다.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도 테이크 아웃 위주로 영업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에서는 내부의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날이 이어지고 있다는 정부 발표의 진실성을 둘러싼 논란도 있다.
우한 주민 원지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사흘 동안 중국 내에서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정부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당분간 집에 머무르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핵심 관영 매체 간부조차도 중국에서 이제는 지방 당국의 '은폐'에 주의할 때라고 경고한다.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편집장은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에서 자기 지역 내의 신규 환자가 계속 '0'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지방 당국의 희망이 거짓 보고를 하려는 동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짓 보고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무증상 감염자가 많은 코로나19의 특성 탓에 통계상으로 신규 증가 환자가 없다는 것이 곧바로 실제 사람들 사이에 새 환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차이신(財新)은 "우한에서 4일 연속 신규 환자가 없었지만 무증상 감염자가 대중들의 걱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많은 전문가는 향후 방역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사람들에 관한 감시와 격리가 중점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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