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심장부 '국무원' 힘빼나…교황, 교회기금 관리 기능 박탈(종합)

입력 2020-11-06 20:24  

교황청 심장부 '국무원' 힘빼나…교황, 교회기금 관리 기능 박탈(종합)
모든 기금 사도좌재산관리처로 이관…부패 근절 위한 금융 개혁 일환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 재무 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바티칸뉴스 등에 따르면 교황청은 국무원의 교회기금 관리 기능을 사도좌재산관리처(APSA)로 이관하기로 하고 이관 작업을 통제·감독할 위원회를 출범시켰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위원회에는 교황청의 실질적인 이인자이자 국무원 총리로 조직을 통할하는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과 국무원에서 교회기금 관리 등 총무 역할을 하는 국무장관 에드가르 페냐 파라 대주교가 포함돼 있다.
페르난도 베르헤스 알사가 바티칸시국 행정차장(주교), 눈치오 갈란티노 APSA 처장(주교), 후안 안토니오 게레로 알베스 재무원장 등 관련 조직 책임자들도 위원회에 속해 있다.
위원회는 전날 교황 주재로 상견례를 겸해 첫 회의를 했다고 한다. 앞으로 3개월 이내에 이관 작업을 마무리해야 하는 특명이 주어졌다.
수십 년 만에 이뤄지는 국무원 업무 기능 조정은 교황이 교황청 금융 개혁이라는 중장기 목표 아래 직접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청의 기금·자산 관리 업무를 APSA로 일원화해 전통적으로 부패에 가장 취약한 부문으로 지목돼온 재무 구조를 혁신하고 재무 활동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APSA는 교황청과 바티칸시국의 고유 재산을 관리하고 임무 수행에 필요한 경비 지출을 총괄하는 조직이다.
교황청 관료조직의 심장부로 불리는 국무원은 교황의 비서실격으로 교황 직무 수행을 보좌하고 외교 업무를 주관하는 기구지만 오래전부터 베드로 성금을 포함한 교회기금으로 투자 활동을 해왔다.
외부의 견제를 받지 않고 독단적으로 기금을 운용하다 보니 부패가 끼어들거나 비효율적으로 기능할 여지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바티칸 경찰이 작년부터 들여다보고 있는 5천억 원대 영국 런던 고가 부동산 불법 매매 의혹도 국무원이 주도한 투자 과정에서 불거진 것이다.
교회기금 관리를 국무원 업무에서 떼어내는 이러한 개혁 구상은 이미 몇달 전 밑그림이 그려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교황청은 지난 8월 25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앞으로 보낸 서한을 이날 공개했다
교황은 서한에서 국무원이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교회기금과 관련 업무를 모두 APSA로 넘기고 이를 재무원 감독 아래 두겠다는 방침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원은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이듬해인 2014년 교황청 모든 부서의 행정 업무와 재무 활동을 감독하고자 설립됐다.



교황은 아울러 문제가 된 영국 부동산과 금융 자산을 모두 처분하라는 취지로 국무원에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원은 이미 영국 부동산과 펀드 투자 과정에서 상당한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교황청 안팎에서는 교황의 이러한 개혁 구상 이면에는 인사·재무·정무·외교 업무까지 총괄하며 비대해진 국무원의 권한을 분산하려는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교황청 소식에 정통한 미국 가톨릭 매체 바티칸뉴스통신은(CNA) "교황은 재위 초반 국무원의 권한과 영향력을 축소하는 한편 재무에 관한한 재무원의 감독 역할을 강화하는 개혁을 추진했으나 국무원의 강력한 저항으로 무산됐다"며 "교황의 이번 결정은 이러한 방향으로 다시 한번 개혁의 고삐를 죄어보겠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앞서 교황은 지난 9월 24일 영국 부동산 거래에 깊이 관여하고 베드로 성금을 전용·낭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죠반니 안젤로 베추 추기경을 교황청 고위 직책에서 전격 경질하며 강력한 금융 개혁 의지를 대내외에 드러내 보인 바 있다.
베추 추기경은 교황이 재무원을 중심으로 한 금융 개혁을 추진할 당시 국무원 국무장관으로 있으면서 개혁에 반기를 든 세력의 중심에 선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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