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의 굴욕…내전·집단학살 촉발한 에티오피아 총리까지

입력 2020-11-16 10:14  

노벨평화상의 굴욕…내전·집단학살 촉발한 에티오피아 총리까지
지방 토벌하러 군사작전 지시해 인도적위기 초래
1991년 수상 아웅산수치도 로힝야 인종청소 두둔
격려성 시상의 함정…"논란 없는 과거업적에 상 주라"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동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내전으로 현재까지 민간인 수백명이 살해되고 수만명이 피란했다.
내전이 본격화한 계기는 북부 티그라이 지방 군사정부에 대한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의 군사작전 지시였다.
에티오피아를 넘어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 혼란과 인도주의 위기를 부른 이번 사태를 두고 노벨평화상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대화나 협상 대신 군사작전을 해결책으로 손쉽게 선택한 아비 총리가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이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같은 매체는 아비 총리의 사례를 들어 노벨위원회의 수상자 선정 과정에 신뢰가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비 총리는 2018년 집권한 후 정치범 석방, 언론통제 완화 등 민주적 개혁에 나서고 인접국 에리트레아와 국경분쟁을 종식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에티오피아의 평화를 유지할 것이라는 신뢰를 받은 그의 행동은 기대와 달랐다.
아비 총리는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어오던 티그라이 지역에 지난 4일(현지시간) 연방군을 투입하고 공습까지 지시했다.
공격의 표적은 수십년간 에티오피아의 정치와 군부를 장악하다가 2018년 아비 총리 집권 후 독자행보를 고수하던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이다.
티그라이 지역은 교전 때문에 군인과 민간인이 숨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전화선도 모두 차단돼 민생이 파괴됐다.
심지어 전쟁범죄 정황까지 속속 전해지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누군가 티그라이 지역의 민간인 수백, 수천명을 잔혹하게 학살했다고 보고했다.
티그라이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수력발전댐이 공습을 받아 가동이 중단됐다는 보도도 뒤따랐다.
NYT는 "티그라이주를 폭력적으로 억압하고 에티오피아를 내전에 빠뜨린 아비 총리의 행동으로 노벨위원회에 의심이 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상의 취지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비난을 산 사례는 아비 총리가 처음은 아니다.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 역시 약 15년 동안 가택연금에 처한 와중에도 비폭력 민주화 및 인권 운동을 이끈 공로로 1991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는 2017년 미얀마군이 이슬람계 소수 민족인 로힝야족을 대대적으로 토벌했을 때 군부를 두둔해 인권단체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정부군에 의한 집단 성폭행, 학살, 방화가 벌어져 인종청소 비판이 속출하고 70만 명이 넘는 로힝야족 난민이 발생했으나 수치 고문은 침묵했다.
수치 고문은 작년 말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열린 '로힝야 집단학살' 재판에 직접 나서 군부의 집단학살 혐의를 부인하기까지 했다.
전문가들은 노벨위원회가 과거에 발생해 이미 국제사회로부터 긍정적 평가가 확립된 성과보다는 후보자들의 현재 행위에 초점을 맞춰 수상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연구소 헨리크 우르달 소장은 "노벨위원회는 과거에 논란의 여지가 없는 성취를 이룬 후보를 선정하는 안전책을 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현재 진행 중인 일에 대해 상을 줘, 후보자들이 상에 걸맞게 행동하도록 격려하려고 한다"라면서 "이는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youn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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