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유혹' 전국민 재난지원금, 여론 업고 직행?(종합)

입력 2021-01-07 10:11  

'거부할 수 없는 유혹' 전국민 재난지원금, 여론 업고 직행?(종합)
"여론은 68% 공감"…재원은 빚, 재정건전성 논란 불가피할 듯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 정치권에서 다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공론화하면서 시기와 방식,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코로나19 대유행의 장기화로 고통받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고, 2차와 3차 재난지원금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고용 취약계층 위주로 선별 지급되면서 형평성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오는 4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여당으로서는 가구당 최대 100만 원이 지급된 1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작년 4·15 총선서 재미를 본 추억이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런 움직임에 부정적이지만 선거가 임박할 경우 역시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여론은 적극적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6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4차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에 대한 공감 여부를 조사한 결과 68.1%가 공감했고,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0.0%였다.
재원은 국채를 찍는 것 외에 방법이 없어 재정건전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지만, 여권이 밀어붙일 경우 타이밍은 코로나가 어느 정도 잦아드는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코로나가 조기에 진정될 경우 이르면 4월, 늦어질 경우엔 본격적 백신 접종과 맞물리는 6월 안팎이 되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나온다.

◇ "국민이 고통스럽다" 군불 때는 여권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연합뉴스와 신년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경기 진작 필요가 생기면 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코로나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소비를 부추기면 자칫 방역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확산세가 가라앉을 때 지급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했다.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최근 당 최고위 회의에서 "고통이 극심한 업종과 개인에 대한 3차 재난 지원 패키지에 더해 2차 전 국민 재난위로금 지급을 위한 논의를 제안한다"며 "코로나 가시밭길을 묵묵히 견딘 모든 국민에게 드려야 할 위로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여권의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초지일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여야 국회의원 300명과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보낸 서한문에서 "구조적 저성장과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극복, 양극화 완화,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과감한 확장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며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역화폐로 지급할 것을 촉구했다.
이 지사는 지난해 11월에도 민주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178명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내 새해 1월 중 전 국민에게 1인당 20∼30만원씩 지역화폐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부는 그동안 재원이나 코로나의 장기화 등을 고려해 선별 지원이 타당하다는 입장이었으나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이 살아야 재정건전성도 있는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 재원은 국채뿐…재정건전성 악화 불가피
정 총리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 긍정적 언급을 했지만, 정부 공식 입장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6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 "정부가 언급하기엔 이른 시점"이라고 답했다. 정치권에서 강하게 요구할 경우 코로나 상황이나 여론을 봐가면서 스탠스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기회 있을 때마다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피해나 어려움이 큰 계층에 맞춤형 지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고수해왔다.
정부로서는 늘어나는 부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작년 말 현재 나랏빚은 846조9천억원, 국가채무비율은 43.9%로 빚은 1년 새 100조원 이상 늘고 국가채무비율은 6.2%포인트나 치솟았다. 올해도 슈퍼예산이 편성되면서 재정 악화가 가속하고 있다. 1차 때 편성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예산은 14조3천억원이었다. 이를 위해 다시 국채를 발행한다면 재정건전성 악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하는 견해가 우세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부양 효과가 제한적인데다 현재의 코로나 상황을 볼 때 소비를 진작하는 것이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재난지원금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등 타격이 큰 분들이나 저소득층에게 두껍게 지원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3차 재난지원금을 확보하기 위해 이미 올해 예비비까지 끌어 쓴 만큼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데 여유가 있는 사람들한테까지 돈을 나눠주기 위해 정부가 빚을 낸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우선 소득 보전 성격이 있는데 여유가 있거나 소득이 줄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지급하는 것엔 반대한다"면서 "고용 취약층이나 저소득층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재난지원금의 경기 부양 측면에 대해서는 "지금은 경기 부양이 아닌 어려운 처지의 국민을 구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사회 전체가 어렵고 피해가 큰 분들과 고통을 함께 나눈다는 차원에서도 정부가 빚을 내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며 취약층을 충분히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kimj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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