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 분쟁 '운명의 일주일'…바이든 손에 달렸다

입력 2021-04-04 07:35  

LG-SK 배터리 분쟁 '운명의 일주일'…바이든 손에 달렸다
11일 거부권 시한…합의냐, 사업철수냐 갈릴 듯
SK, 조지아주 2공장 신규 공사 발주 중단…"거부권 안 나오면 사업 철수 검토"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096770]의 배터리 분쟁에 대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이 이달 11일(현지시간)로 일주일이 남은 가운데 양 사가 극한의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양 사의 배상금 협상이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SK 측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내린 수입금지 조치에 대해 거부권이 나오지 않을 경우 미국 시장 철수까지 감수하겠다며 벼랑끝 전술을 펴고 있다.
반면 LG는 SK가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고 협상에 임하지 않을 경우 합의금이 더 높아질 수 있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LG-SK가 서로 전향적인 태도로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배터리 분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한다.



◇ 배수진 친 SK이노, 미국 2공장 신규 발주 중단까지
4일 배터리 업계와 미국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서 최종 패하면서 공사를 진행중인 미국 조지아주 2공장의 공사 속도를 늦춰왔으며, 최근 협력업체에 대한 추가 공사 발주도 중단했다.
SK 이사회가 "LG의 과도한 요구 조건은 수용할 수 없다"고 회사 입장에 힘을 실어주면서 미국 사업 철수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결과다.
지난달 SK이노베이션의 김종훈 이사회 의장이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을 끌어내기 위해 미국을 다녀왔고, 최근 김준 사장도 미국으로 건너가 막판 설득에 '올인'하고 있다.
미국 ITC는 지난달 LG가 SK를 상대로 한 영업비밀 침해 분쟁의 최종 결정에서 LG측의 손을 들어주며 SK에 미국내 10년간 배터리 관련 수입금지 명령을 내렸으며, 이 조치의 최종 확정 여부가 미국 대통령 손에 달려 있다.
양 측은 ITC 최종 결정문이 공개된 지난달 초 한 차례 협상을 진행했으나 성과없이 끝났고 이후 만남이 없는 상태다.
SK측은 이 자리에서 종전보다 높은 1조원을 합의금으로 제시했으나, LG측은 '3조원+α'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SK는 3조원 이상을 주고는 미국 사업을 영위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현재 미국 사업 포기 가능성을 포함해 외부 컨설팅 용역을 진행중이다.
합의금 지급과 미국 사업 철수시 득실을 따져 철수가 낫다고 판단되면 미국 사업을 접겠다는 것이다.



◇ SK, 미국 시장 철수하나…매몰비용·위약금 규모는
전문가들은 SK의 실제 미국 사업 철수 가능성은 전적으로 '경제 논리'에 달렸다고 본다.
SK는 지난해 완공된 조지아주 배터리 1공장과 현재 공사중인 2공장에 지금까지 약 1조5천억원을 투입했다.
SK는 미국 사업 철수가 결정되면 조지아주 공장 건물은 포기하고, 배터리 생산 설비만 헝가리 공장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생산 선비를 제외한 나머지 투자비는 회수가 불가능한 '매몰비용(sunk cost)'이다.
여기에 거액의 설비 이설 비용과 조지아주 공장의 고객사인 포드·폭스바겐 배터리 공급 불발에 따른 위약금이 추가로 든다.
SK 관계자는 "미국 공장 땅은 조지아주로부터 제공받은 것으로 공장 철수시 반환하면 되고, 설비 이전 비용은 최종 컨설팅 결과를 봐야 하지만 1천억원대 정도"라며 "위약금도 시장에 알려진 만큼 크지는 않아 모든 비용을 더해도 LG가 요구하는 '3조원+α'보다는 훨씬 낮다"고 말했다.
반대로 사업 포기 매몰비용과 고객사 위약금, 기회비용까지 감안하면 SK의 사업 철수 결정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장기 계약을 맺는 배터리 특성상 SK가 폭스바겐·포드로부터 따낸 미국 물량이 20조원에 달해 위약금만 1조5천억∼2조원에 달하고, 설비 이설과 매몰비용도 조단위에 가깝다는 것이다.
SK가 미국 사업을 철수해도 LG가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 제기한 민사소송 결과에 따라 LG에 배상금은 물어야 한다.
LG측은 ITC가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한 만큼 그 배상금이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는 반면, SK측은 미국 사업을 조기 철수하면 미국에서 발생하는 수익(부당이득)이 없어 배상금도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SK는 또 델라웨어 재판에서 지면 수천억원으로 예상되는 LG의 변호사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
거대 미국 시장 포기에 따른 기회비용, 완성차 고객사에 대한 신뢰도 저하 등에 따른 무형의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



◇ '운명의 일주일'…바이든, 누구 편들까
업계는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 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사례가 없어 ITC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그러나 SK는 최근 바이든 정부의 미국 중심의 반도체·배터리 등 공급망 재편 움직임과 지난 1일 LG-SK의 ITC 특허 분쟁에서 SK가 LG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예비결정이 내려진 것 등을 들어 거부권 행사에 사활을 걸고 있다.
남은 일주일 내 거부권이 나오면 SK는 수입금지가 무효화되며 큰 시름을 덜고, LG와 합의를 시도하거나 델라웨어에서 배상금 규모를 다투게 된다.
반면 거부권이 안 나오면 SK는 벼랑끝으로 몰린다. SK는 일단 시간을 벌기 위해 즉각 미국 연방항소법원에 ITC 최종 결정에 대해 항소할 전망이다.
항소심 중에는 델라웨어에 제기된 민사재판도 같이 연기돼 SK 입장에서 최소 1년은 벌 수 있다. 그사이 사업 철수 여부를 결정하거나 LG와의 합의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LG는 이 경우 SK와의 협상에서 한층 유리해지지만, LG도 합의를 마냥 늦출 수 있는 상황만은 아니다.
연내 상장을 앞둔 가운데 최근 현대차[005380] 코나 전기차의 배터리 리콜비용으로 지난해 적자로 돌아선 데다 이달 8일께 발표되는 GM의 볼트 전기차에 대한 화재 원인에 대한 결과도 부담스럽다.
7월 말에 나올 양 사의 또 다른 ITC 특허 분쟁에서 LG가 SK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예비결정이 내려지면 LG 역시 수입금지 제한에 걸릴 수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양 사의 배터리 협상의 향배가 달려 있다"며 "운명의 일주일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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