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측근의 7시간 '융단폭격'…영국 총리 정치생명 위협받나

입력 2021-05-27 06:36  

전 측근의 7시간 '융단폭격'…영국 총리 정치생명 위협받나
커밍스 전 보좌관, 의회서 코로나19 대응 실패 폭탄발언
"작년 초 안이한 늑장대응으로 불필요한 사망자 수만명"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성과로 선거에서 큰 승리를 거두는 등 힘을 받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전 최측근이 쏟아낸 폭탄 발언으로 궁지에 몰렸다.
도미닉 커밍스 전 총리 최고 수석보좌관은 26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에 출석해서 "우리가 국민에게 가장 필요할 때 정부는 실패했다"며 사과하고 7시간에 걸쳐 존슨 총리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지난해 존슨 총리의 코로나19 대응 실패는 백신 접종 성과로 묻히는 듯했으나 커밍스 보좌관이 혼란스럽고 삐걱대던 당시 정부 모습을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공개하면서 다시 조명을 받게 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인도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봉쇄 완화가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이날 하루 신규 확진자도 한 달 반 만에 도로 3천명을 넘어섰다.
◇"핵심 인사들 작년 2월 중순에 스키나 타러 가"
로이터통신, BBC, 스카이뉴스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커밍스 전 보좌관은 이날 의회에서 정부의 코로나19 위기 대응이 국민들의 기대수준에 미달했고, 늑장 대응으로 불필요한 사망자가 수만명 발생했다며 사과했다.
그는 작년 초 존슨 총리와 정부가 얼마나 안이했는지를 조목조목 밝혔다.
커밍스 보좌관 증언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코로나19를 새로운 신종플루로 가볍게 여겼고 과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봤다.
그는 사람들의 걱정을 덜기 위해 TV 생방송에 출연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주사로 맞는 장면을 보여주려고도 했다.


총리실은 2월에도 어떤 형태로도 위기대응 체제를 갖추지 않았다. 존슨 총리는 2월 초반 2주간 휴양지로 떠났고 상당수 핵심 인사들은 2월 중순에 말 그대로 스키를 타러 갔다.
진짜 위기의식이 생긴 것은 2월 마지막 주가 돼서였다.
커밍스 전 보좌관은 영국이 늦어도 3월 첫 주에는 봉쇄에 들어갔어야 하며 존슨 총리에게 경고하지 않은 것은 자신의 큰 잘못이라고 말했다.
결국 존슨 총리는 작년 3월 23일에 봉쇄를 발표했다. 그러나 4월에도 추가 국경 통제에는 반대했다.

◇"약혼자 반려견 기사 대응이 봉쇄 검토보다 우선시"
커밍스 전 보좌관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2월 중순에 코로나19보다는 사적인 일로 상당히 골치가 아팠다. 이혼을 마무리 짓는 중이었고 여자 친구 캐리 시먼즈는 임신과 약혼을 발표하고 싶어했으며 개인 재정 문제 등이 있었다.
3월 12일에도 총리실 분위기는 "비현실적"이었다. 정부는 봉쇄를 검토하고 있는데 시먼즈는 반려견 기사에 미친 듯 화를 내며 공보 담당자들에게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그런 와중에 국가안보 분야 담당자들이 들어와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밤 중동 공습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고, 이로 인해 코로나19 회의는 완전히 밀려났다.
◇"봉쇄보다 집단면역 추진…경제충격 우려해 2차 봉쇄 미적"
커밍스 전 보좌관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작년 3월 초반에 집단면역을 검토했다. 영국인들은 봉쇄나 아시아의 검사-추적 체계를 견디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서였다고 했다.
마크 세드윌 내각장관은 존슨 총리에게 TV에 출연해 집단면역을 수두 파티 같은 것이라고 설명하라는 주문하기도 했다.
반면 영국 정부는 집단 면역이 정책 목표였던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존슨 총리는 진짜 위험은 코로나19 공포가 경제에 미칠 영향이라고 생각했다.
다들 가을 2차 봉쇄가 필요하다고 말했을 때도 존슨 총리는 무시하고 버텼다. 등 떠밀려 1차 봉쇄를 했는데 코로나19 자체보다 봉쇄 때문에 경제 피해가 생겼다고 믿었다.
최근 뒤늦게 논란이 된 존슨 총리의 '차라리 시체가 높이 쌓이게 두겠다'는 발언을 당시 직접 들었다고 커밍스 전 보좌관은 말했다.

◇"존슨, 총리직에 안 맞아"
커밍스 전 보좌관은 문제의 핵심은 존슨 총리가 그 자리에 안 맞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맷 행콕 보건장관에게도 직격탄을 날렸다. "코로나19 회의에서 한 거짓말을 포함해서 해임될 이유가 15, 20가지는 된다"고 말했다.
실제 존슨 총리가 작년 4월 행콕 장관을 경질하려다가 말았는데 어떤 이들은 나중에 희생양으로 삼기 편하다는 점 때문이라고 봤다고 전했다.
행콕 장관은 개인보호장비(PPE) 사정이 괜찮다고 했고 요양원에 입소하기 전에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으나 사실이 아니었고 코로나19 확진자를 요양원에 들여보낸 셈이 됐다고 커밍스 전 보좌관은 말했다. 영국은 작년 초반에 요양원에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
작년 4월 존슨 총리가 코로나19에 걸려 사경을 헤맬 때 정부 운영이 멈출 뻔했으나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이 맡아서 잘 해냈고 행콕 장관은 그달 말까지 하루 10만명 검사 등 바보 같은 목표나 세우고 있었다고 했다.
커밍스 전 보좌관은 자신이 작년 11월 사임한 것은 존슨 총리의 약혼자 시먼즈가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방식으로 친구들을 총리실 특정 자리에 채용하려던 것과 관련돼있다고 밝혔다.
또 그 전부터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서 사이가 틀어지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 등 돌린 최측근의 보복인가
커밍스 전 보좌관도 논란이 많은 인물이고 증언 배경엔 보복 목적이 있다는 추측도 충분히 가능하고 그 때문에 한 번 걸러서 듣게 된다.
그는 작년 초 봉쇄 규정을 어기고 멀리 이동했다가 큰 비난을 받았다. 이날 그는 당시 협박에 따른 안전 우려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존슨 총리와 매우 가깝고 의사결정 한가운데 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영국 언론들의 반응이다.
영국 정부가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내년 초에나 평가하기로 했지만 커밍스 전 보좌관의 증언으로 작업이 이미 시작된 셈이다.
영국은 코로나19로 약 12만8천명이 사망하며 세계에서 5번째로 큰 피해를 기록하고 있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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