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아조우스탈 데자뷔…아조트 공장 '최후항전 비극' 재연되나

입력 2022-06-16 11:48   수정 2022-06-16 19:33

[우크라 침공] 아조우스탈 데자뷔…아조트 공장 '최후항전 비극' 재연되나
군인·민간인 수백명 은신…유엔 "물·식량 부족" 참변 우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러시아군의 집중 공격을 받고 포위된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세베로도네츠크가 제2의 마리우폴과 같은 운명을 맞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우크라이나군과 세베로도네츠크 주민들이 숨어든 아조트 화학공장은 앞서 마리우폴에서 격렬한 항전이 벌어진 제철소 아조우스탈과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15일(현지시간) 현재 러시아 침공군에 80% 이상 장악된 우크라이나 루한스크주 세베로도네츠크의 최후 저항지는 아조트 화학공장이다.
이 공장 지하벙커에는 민간인 수백명이 생활필수품 공급이 수주째 차단된 채 고립된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 국방부가 공개한 최신 정보에 따르면 민간인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군 병력도 이곳에 피신하고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군은 자국 병력의 체류 여부를 공식적으로는 확인하지 않았다.
대피한 이들의 정확한 구성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노인과 어린이, 여성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아조트 공장에 어린이 40명을 포함해 민간인 500여명이 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은 아조트 공장 안에 있는 민간인이 1천200명에 달한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사비아노 아브레우 유엔 인도주의사무소 대변인은 아조트 공장에서 전개되는 상황이 절박하다고 진단했다.
아브레우 대변인은 BBC방송 인터뷰에서 "사람이 물 없이 오래 살지 못하는데 지금 물과 위생이 큰 걱정"이라며 "그곳의 식량이나 보건서비스는 거의 고갈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전쟁하는 쌍방은 국제인도법에 따라 민간인을 보호할 의무를 지닌다"며 "대피를 보장하는 건 선택사항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세베로도네츠크는 한달여간 이어진 러시아군의 무차별 폭격에 이은 물량 공세식 시가전으로 기간시설과 주택이 파괴되며 도시 기능을 잃었다.
이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인 도네츠크주 마리우폴에서 구사한 초토화 전략의 판박이다.
러시아군은 올해 2월 24일 전쟁 직후 인구가 40만명이던 마리우폴을 포위하고 군과 민간을 가리지 않는 폭격으로 도시를 철저히 파괴했다.
마리우폴 민간인 사망자가 2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이 나오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최후 항전지로 삼은 곳은 제철소 아조우스탈이었다.

당시 아조우스탈에도 우크라이나 정규군 병력과 함께 어린이 등을 포함한 민간인들이 머물러 인도주의 참사 우려가 고조됐다. 이들도 오랜 고립으로 물과 전기가 끊긴 채 극한의 상황에 몰렸다.
국제사회의 우려 속에 아조우스탈에는 뒤늦게 인도주의 통로가 마련돼 민간인들이 대피했고, 이어 우크라이나군도 결국 투항했다.
아조우스탈 군인 수백명은 러시아군에 의해 나치 추종세력이라는 낙인이 찍혀 군사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세베로도네츠크도 러시아군의 점령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차량으로 외부와 통할 수 있는 교량이 모두 파괴됐으며 러시아의 물량공세 속에 시가전은 점점 격화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이날 오전 아조트 공장 등 세베로도네츠크에 남은 우크라이나군을 향해 무기를 내려놓고 투항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으나 우크라이나군은 거부했다.
마리우폴 아조우스탈에서와 마찬가지로 러시아군은 아조트 공장에도 민간인을 위한 인도주의 통로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도주의 통로의 목적지는 러시아 점령지다.
주민들로서는 제안에 응했다가 처벌 대상인 나치로 낙인이 찍히거나 러시아 본토로 강제이주될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마리우폴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극동지역 매체들에 따르면 흑해 연안의 마리우폴 주민 일부는 러시아 당국에 의해 한반도 근처 연해주까지 강제로 이주당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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