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로 이슬람 축제도 '썰렁'…"제물용 가축값도 올랐네"

입력 2022-07-09 19:59  

인플레로 이슬람 축제도 '썰렁'…"제물용 가축값도 올랐네"
이집트 시장서 제물용 양 한마리 값 50%↑…잔치 규모 줄여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이슬람 최대 명절이 찾아왔지만 인플레 탓에 제물로 바칠 가축값까지 뛰어 축제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슬람의 양대 명절 중 하나인 '이드 알 아드하'(희생제)는 이날 저녁부터 12일까지 열린다.
'희생의 축제'로 불리는 이드 알 아드하는 선지자 이브라힘(개신교의 아브라함)이 아들을 희생물로 바치라는 신의 말씀을 실행에 옮기려 하자 신이 이를 멈추게 하고 양을 대신 제물로 바치도록 허락했다는 쿠란 내용에서 유래했다.
무슬림은 이날을 기념해 가축을 제물로 잡아 제사를 지낸 뒤 잔치를 열고 남은 고기를 가난한 이웃과 나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지난 2년간 명절을 잘 지내지 못한 터라 다들 올해에는 축제를 한층 즐길 요량이었지만 물가가 치솟으면서 아랍권 주민 상당수가 제물용 가축을 살 여유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WSJ은 전했다.
글로벌 공급망 마비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도 뛰면서 식량 등 모든 분야의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일례로 이집트 시장 한 곳에서는 보통 100~200달러(13만~26만원) 하던 양 한 마리를 이젠 150~300달러(20만~39만원)를 내야 살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항구도시 제다에서 양을 사육하는 아부 왈리드는 현지 프리미엄 품종 양고기 가격이 지난해 1천400리얄(약 48만원)에서 올해는 1천700~2천200리얄(59만~76만원)로 올랐다고 전했다.
그는 이 때문에 이번 성수기 때 프리미엄보다는 일반 품종이 훨씬 많이 팔렸다고 전했다.
인플레는 중저소득층 가구에 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60대 사우디 주민 수잔 이스마일은 "올해 우리 집은 아예 양을 구하지 못했다"며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고 말했다.
이집트 북부 작은 마을에서 아내와 자녀 3명과 함께 사는 41살 교사 아트와 무함마드는 "명절 때 동물을 도살하곤 했던 지인들은 모두 올해에는 이 일을 하지 않는다"며 "여기저기서 물가가 엄청나게 올랐다"고 전했다.

축제 대목으로 쏠쏠한 수입을 기대했던 다른 업종도 직격탄을 맞았다.
50대 이라크 출신 요리사 움 오스만은 "보통 축제를 앞두고 전통 요리인 파챠(양 머리와 발굽 등을 삶은 요리)나 키베(양고기와 잣을 넣고 만든 파이) 등의 주문을 많이 받았지만 올해에는 고객이 2명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튀니지 수도 튀니스 시내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파르핫 아르파위는 가게 매출은 떨어지고 운송 비용은 올라가면서 상황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에 일부 무슬림들은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가족끼리 즐기던 잔치 규모를 축소하는 등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잔치에 손님을 덜 초대하거나 식탁에 올리는 음식을 저렴한 걸로 바꾸는 식이다.
일부 주민은 제물로 바칠 가축을 친척이나 지인과 함께 부담하기도 한다.
이집트에 사는 아흐마드 이브라힘은 10년 넘도록 매년 직접 양을 사왔지만 올해에는 비용을 형제와 나눠 냈다고 말했다.
그는 식량 가격이 여전히 오르는 상황에서 내년에는 동물 한 마리조차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kit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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