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축' 없는 중일수교 50주년…베이징·도쿄 모두 싸늘했다

입력 2022-09-29 18:14  

'경축' 없는 중일수교 50주년…베이징·도쿄 모두 싸늘했다
일본 최대 일간지 "중국의 무리한 해양 진출이 관계개선 방해"
중국 관영지 "日, 중국 견제 위한 미국 주도 당파에 적극 개입"
中정부·日야권 및 진보 언론발 '관계개선 촉구' 메시지도


(도쿄·베이징=연합뉴스) 이세원 조준형 특파원 = 중국과 일본이 29일 수교 50주년을 맞았지만, 국제 정세 급변과 갈등 사안의 영향으로 우호 관계를 구축하자는 약속이 퇴색한 분위기다.
직접적인 '경축' 표현이 없었던 양국 정상의 축전은 협력보다는 갈등에 방점 찍힌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말해줬다.
미중전략 경쟁 심화 속에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를 둘러싼 영유권 다툼과 대만 정세 급변, 역사인식 문제 등이 중일 관계를 더욱 꼬이게 하는 양상이다.

◇축하 분위기 찾기 어려운 일본…야당 발로 우려와 개선 촉구 '소수 메시지'
수교 반세기의 역사적인 날을 축하하는 분위기는 그리 느껴지지 않는다.
29일 요미우리(讀賣)신문 등에 따르면 이날 도쿄에서는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민간단체의 행사가 열렸지만, 정부 간 공식 행사는 없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과 일중우호단체가 주최하는 수교 50주년 기념 리셉션에 직접 참석하지 않았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이날 중국 해경국 선박 4척이 일본 정부가 영해의 접속 수역이라고 규정한 센카쿠 열도 주변 해역에 진입한 것을 확인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이로써 일본 측이 파악한 중국 당국 선박의 센카쿠 열도 주변 활동은 15일간 이어졌다.
현재 상황에 대해 우려와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진보성향의 아사히(朝日)신문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전후 중일 사이에 안전보장상의 알력이 이 정도까지 높아진 적은 없었던 것이 아니냐"며 "차이를 넘어 협조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이날 지면에 사설을 실었다.
이 신문은 "걱정스러운 것은 중일 대화의 파이프가 가늘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기시다 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작년 가을 전화 통화를 한 이후 직접 대화를 하고 있지 않은 점을 지적하고서 조속한 정상회담을 하라고 제언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이웃 사이인 일본과 중국은 공존이 유일한 선택지라고 할 수 있다"며 "미중 대립이 위기적 상황이 되지 않도록 지혜를 짜낼 필요가 있다"고 논평했다.
아시아 국가에 대한 일본의 가해 행위를 반성하는 입장에 선 정치 원로는 전날 시민단체가 일본 국회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일본 측이 역사 앞에서 겸허한 태도를 지녀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NHK에 따르면 일본의 침략 전쟁과 식민지 지배에 대해 재임 중 사죄의 담화를 발표했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는 "중국, 한국, 조선과의 복잡한 역사 인식 문제에 관해 일본 정부는 역사의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명하고서 강고한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민주당 정권 시절 재임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는 "일본은 중국을 침략했다. 상처를 준 쪽은 상처 입은 쪽으로부터 '이 이상 사죄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까지 사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펴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소수파다.
양국 관계가 꼬인 것은 중국의 책임이 크다는 주장이 득세하고 있다.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은 "관계 개선을 방해하는 것은 중국에 의한 무리한 해양 진출이다. 경제력을 배경으로 군사력을 강화하고 동·남중국해 주변에 압력을 가하는 행동은 용인할 수 없다"며 중국을 비난했다.
대결 구도를 부추기는 미디어도 있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産經)신문은 "중국이 군사력 증강을 추진하고 패권주의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 것이 중일 관계가 냉각된 가장 큰 이유라면서 일본은 방위 정책뿐만 아니라 경제·학술 분야에서도 중국을 억제하는 데 힘을 써야 할 시대라는 것을 명심하고 "대중 관계를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대미 편중 비판한 중국…정부 차원서 경제협력 기대 표명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도 양국 수교 50주년을 축하하는 분위기는 느끼기 어렵다.
29일자 관영 매체의 보도는 양국 관계가 기로에 서 있음을 강조하며 일본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뤘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얽히고설킨 복잡한 외교 관계를 발전시켜 온 중국과 일본은 양국 관계 정상화 50주년을 환영하고 있지만 주로 비정부 부문들 사이에서 열리는 건조한 기념행사는 양국 관계의 큰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라고 썼다.
이 매체는 중일간에 이런저런 기념 행사가 열렸지만, 축하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옅었다면서 특히 일본 측의 행사를 대부분 비정부 부문이 주도했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일본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주도의 전략적 당파에 적극 개입해 왔다"며 "여기에는 호주, 인도와 함께 하는 쿼드, 공급망에서 중국을 소외시키려는 IPEF가 포함된다"고 썼다.
그러면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전쟁범죄 인정 문제, 오랫동안 중·일 관계를 괴롭혀온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 열도) 분쟁 문제 외에도 중국에 대한 공격성을 더하는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 집권 자민당의 군국주의적 성향 등이 중·일 관계를 더욱 망가뜨렸다는 것이 전문가들 견해"라고 소개했다.
다만 중국에서도 양국 관계 개선을 바라는 메시지는 나왔다. 일본이 주로 야당 인사나 진보 성향 언론에서 관계 개선 메시지가 나왔다면, 중국은 정부 측에서 나왔다는 점이 차이였다.
쿵쉬안여우 주일 중국대사는 29일자 관영 차이나데일리 기고에서 "양측은 협력 가능성을 더 열어야 한다"며 "중일 무역 관계는 양국 관계 전반의 균형추이자 추진체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쿵 대사는 또 "역사로부터 배워야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며 "이를 위해 1972년 중·일 공동성명, 1978년 중·일 평화우호조약 등 양국 간 4대 정치문서에 명시된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역사와 대만 문제 등 문제에서 일본이 선을 넘지 말고 약속을 지켜서 양국 관계의 동요나 퇴행을 피해야 한다면서 특히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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