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과 피해' COP27 첫 논의…선진국의 개도국 보상 합의될까

입력 2022-11-07 10:22   수정 2022-11-07 10:38

'손실과 피해' COP27 첫 논의…선진국의 개도국 보상 합의될까
개최국 이집트와 '대홍수 피해' 파키스탄 등 개도국들 강력히 주장
미국·유럽 등 선진국들은 명시적 보상안 반대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6일(현지시간) 개막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에서 선진국들이 기후위기로 피해를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을 상대로 보상하는 방안이 합의될지 주목된다.
이번 회의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문제가 공식 의제로 상정됐다.
이 용어는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명시적으로 정의가 내려진 바는 없으나, 일반적으로는 기후 변화의 부정적 영향에 따른 경제적 혹은 비경제적 손실을 가리킨다. 기후 변화가 유발한 해수면 상승, 홍수, 태풍, 가뭄, 폭염 등 자연재해에 따른 사망과 부상, 이재민 발생, 시설 파괴, 농작물 피해, 생물다양성 상실 등이 이에 포함된다.
올해 여름 파키스탄에서는 홍수로 1천700명이 숨졌으며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피지에서는 해수면 상승을 피해 마을들이 통째로 내륙으로 이주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케냐에서는 가뭄이 지속되면서 가축들이 폐사하고 사람들이 생계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 현재 선진국들은 산업발전을 이루기 위해 수백년에 걸쳐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를 태웠고 오늘날의 글로벌 기후위기에 큰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현재 기후위기로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에게 보상을 해야 마땅하다는 것이 개도국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은 '보상 책임'을 인정하는 데는 부정적 입장을 보여 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당신이 이웃의 재산에 피해를 주면 당신이 이웃에게 보상을 해야 마땅하다는 관념은 여러 문화권들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존재했고 성경에도 나온다. 그러나 법적, 현실적인 문제로서는 그 원칙을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데에 커다란 어려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사이먼 스티엘 UNFCCC 사무총장은 6일 COP27 개막에 맞춰 "이것이 의제로 채택됐다는 사실은 이 문제에 대해 당사국들이 성숙하고 건설적인 태도를 취하는 데에 진전이 있었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이어 회의가 18일 폐막할 때까지 타협안이 나올 가능성에 대해서는 "징조가 좋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보상 책임' 명목은 아니지만 개도국들의 기후위기 대응을 돕기 위해 선진국들이 돈을 내놓겠다고 한 적은 많다. 작년에는 선진국들이 2025년까지 400억 달러(56조 원)를 개도국들에게 제공해 홍수 방지 시설 마련 등 기후위기대응을 돕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달 1일 발간된 유엔환경계획(UNEP) 기후위기대응 보고서는 이 액수가 개도국들이 필요로 하는 액수의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개도국들이 겪고 있는 '손실과 피해'를 보상할 기금이 별도로 필요하다는 지적에 힘이 실렸다.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올해 9월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자선이 아니고, 구제가 아니고, 원조가 아니고, 다만 정의"라며 선진국들이 이룬 산업화의 대가를 오늘날 파키스탄 국민 3천300만명이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는 선진국들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자 '손실과 피해'를 의제에 올리는 데 동의했지만, 이를 위한 기금 조성에 동의하지는 않았다.
미국은 또한 미국과 유럽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러시아 등 다른 나라들도 기후위기 해결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중국과 러시아 등을 끌어들이고 있다.
케리 특사는 지난 2일 미국 국무부 브리핑에서 "중국 없이는, 러시아 없이는, 인도 없이는, 큰 나라들 없이는, 경제대국들 없이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있을 수 없다"며 기후변화 문제가 전지구적 다자 이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이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두 나라라고 지적하면서 "그 누구도, 중국도 우리도, 협력과 전지구적 노력이 없이는 이 문제를 풀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개도국들이 청정에너지로 전환하거나 해수면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방파제를 설치하도록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기존 약속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작년에 미국 상원에서 민주당 측은 2022년 기후대응 예산 31억 달러(4조4천억 원)를 통과시키려고 시도했으나 공화당의 반대로 이 중 10억 달러(1조4천억 원)만 통과됐다.
게다가 8일로 예정된 올해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약진하고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 지위를 잃을 공산이 크며, 이런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 정부가 '손실과 피해' 보상 기금에 돈을 내놓는 것은 쉽지 않게 된다.
EU 측은 자신들이 기금 설립에 동의하면 차기 미국 대통령이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할 경우 '독박'을 쓰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손실과 피해'가 명확히 정의된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그 규모를 따지는 것도 쉽지 않다.
자주 인용되는 한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있더라도 2030년께는 개도국들이 겪는 경제적 피해가 연간 2천900억∼5천800억 달러(410조∼820조 원) 수준으로 증가해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2050년에는 연간 1조7천억 달러(2천400조 원)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NYT는 전했다.
limhwaso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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