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베를린 미테구청장 "소녀상 매우 소중…설치허가 2년 연장"

입력 2022-11-10 06:07  

신임 베를린 미테구청장 "소녀상 매우 소중…설치허가 2년 연장"
구의회서 연장 결정 발표…코리아협의회 "사실상 영구존치"
베를린시와 전시 성폭력 피해 부각을 위한 기념물 추가 공모 협의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한때 철거 위기에 처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독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이 일단 2년 더 그 자리에 머물 전망이다.
더 나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반복되고 있는 전시 성폭력 피해 문제를 부각할 수 있는 기념물을 베를린시 차원에서 추가 공모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슈테파니 렘링어 베를린시 미테구청장은 9일(현지시간) 베를린시 미테구의회 문화분과위원회 회의에서 "나는 소녀상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면서 "베를린 소녀상의 설치허가를 2년 더 연장하기로 공식적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도로·녹지청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베를린시 사무국에서 오는 24일 허가 연장을 위한 조건을 논의하자고 해 아직 문서로 통보는 못 한 상황"이라며 "소녀상 옆 설명문을 어떻게 바꿀지가 조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렘링어 구청장은 "해당 협의에서는 평화의 소녀상을 거점으로 그동안 소홀하게 다뤄진 전시 성폭력 피해라는 주제를 더욱 부각할 수 있도록 하는 기념물 등을 공모하는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미테구의회는 지난달 20일 렘링어 구청장을 74.4%의 찬성률로 신임 구청장으로 선출했다. 그는 교육정책에 집중해온 풀뿌리 정치인이다. 앞서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허가했다가 일본의 압박에 철거명령을 내렸던 슈테판 폰 다셀 구청장은 취업관련 비리로 구의회 투표를 거쳐 해임됐다.
이날 문화분과위에서는 베를린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운 재독시민사회단체 코리아협의회 한정화 대표가 참석해 설치 배경과 경과에 대해 발표했고, 이후에는 토론이 이어졌다.
아납 아왈레 사회민주당(SPD) 미테구의원은 이날 토론에서 "주민 절반이 이주 배경을 가진 미테구는 다양한 이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어서 평화의 소녀상은 미테구 주민들을 분명히 대변한다"면서 "소녀상이 미테구에 머물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봤을 때 지금까지도 우리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시성폭력에 대해 논의하고 후세대에 교육할 기회가 생겨서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2020년 9월 25일 베를린 미테구 비르켄가에 설치된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 측의 항의에 미테구청이 철거명령을 내렸다가 시민사회가 들고일어나자 보류한 뒤 현재까지 자리를 보존하고 있다.
미테구의회는 2020년 11월 소녀상 철거명령 철회 결의안을, 12월에는 영구설치 결의안을, 2021년 3월에는 영구설치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때까지 지금 자리에 설치허가를 계속 연장하라고 미테구청에 청원하는 결의안을, 지난 6월에는 영구존치 결의안을 의결한 바 있다. 미테구청은 지난해 9월 베를린 평화의소녀상 설치 특별허가를 올해 9월 28일까지 1년간 연장하기로 했다
지난 2년여간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는 독일 극우주의 테러 규탄, 여성의 날 기념, 아시아계 인종차별 규탄, 수요시위 기념 등 다양한 주제로 현지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시위가 열렸다.
코리아협의회는 최근 소녀상 인근에서 운영 중이던 위안부 박물관을 새로 단장하고, 독일 학교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주제로 한 평화·인권 교육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일단 2년간 설치허가가 연장됐지만, 사실상 영구 존치나 마찬가지"라면서 "그동안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좌파당 구의원들이 경쟁하듯이 소녀상을 찾아주고 도와줬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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