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씨앗은 어떻게 싹틔울 때를 알까…"씨앗 속에 온도계 있다"

입력 2023-03-08 14:59  

[사이테크+] 씨앗은 어떻게 싹틔울 때를 알까…"씨앗 속에 온도계 있다"
스위스 연구팀 "씨앗 내 배젖이 주변 온도 감지해 발아 시기 조절"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씨앗이 싹을 틔우는 것은 주변 환경의 어려움을 견디는데 유리한 현 상태를 포기하고 훨씬 취약한 묘목이 되고자 하는 위험한 선택이다. 그러면 과연 씨앗은 어떻게 주변 온도를 감지해 싹 틔우기 적당한 때를 알까?

스위스 제네바대 루이스 로페스-몰리나 교수팀은 7일(현지시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서 주변 온도가 너무 높거나 낮으면 발아를 막거나 지연시키는 씨앗 내부 온도계를 발견하고 그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씨앗의 발아는 식물에 매우 중요한 단계로 어린 식물의 생존이 발아 시기에 달린 만큼 정교한 제어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새로 만들어진 씨앗은 휴면 상태이며 발아할 수 없다. 종에 따라 며칠 혹은 몇 달이 지나면 씨앗은 휴면에서 깨어나고 묘목 성장과 새로운 씨앗 생산에 유리한 계절이 되면 발아 능력이 생긴다.
휴면을 거치지 않은 비휴면 씨앗도 외부 환경에 대응한다. 비휴면 씨앗을 28℃ 이상의 높은 온도에 노출하면 발아가 안 된다. 이런 '열-억제' 메커니즘은 매우 정교해 온도가 1~2℃만 변해도 발아를 지연시켜 묘목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식물 실험에 널리 사용되는 애기장대(Arabidopsis thaliana)로 빛과 온도가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온 로페스-몰리나 교수팀은 애기장대 씨앗이 어떻게 온도를 감지하고 열-억제 메커니즘을 작동시키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식물체는 온도가 약간 올라가도 성장이 촉진되고, 그늘에 있는 식물은 광합성을 위해 빛이 있는 방향으로 성장한다.
이는 식물 성장을 억제하는 단백질 '피토크롬 B'(phytochrome B)가 빛과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피토크롬 B는 주변 온도가 1~2℃만 상승해도 활성을 잃어 성장 억제 작용이 약해진다.
연구팀은 피토크롬 B가 씨앗 발아 과정에서도 열-억제 작용을 하는지 밝혀내기 위해 씨앗 내부의 두 조직인 배아(싹이 되는 부분)와 배젖(영양을 공급하는 부분)을 분리한 뒤 높은 온도에 노출했다.
그 결과 온전한 씨앗은 발아하지 않았으나 배아와 배젖이 분리된 씨앗은 싹을 틔웠고 얼마 안 돼 높은 온도 때문에 죽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제1 저자인 우르술라 피스쿠레비츠 연구원은 "이는 씨앗에서 열-억제 작용을 하는 것은 배아가 아니라 배젖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는 배젖이 없으면 배아가 온도를 감지하지 못하고 싹을 틔워 죽을 수도 있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씨앗에는 피토크롬 B가 배젖에 있는데, 결국 이 피토크롬 B가 씨앗의 발아 시점을 정하는 온도계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지구 온난화 속에서 식물 성장을 최적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페스-몰리나 교수는 "열-억제 작용은 식물 종의 분포와 농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치며 온난화가 심해질수록 그 영향은 더 커질 것"이라며 "열-억제에 대한 이해는 다양한 기후에 노출되는 식물의 성장을 최적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scite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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