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서 장관 사칭해 정부 사무실서 컴퓨터·금고 절도

입력 2023-07-22 03:28  

칠레서 장관 사칭해 정부 사무실서 컴퓨터·금고 절도
단순 도둑? 정치 스캔들?…야권의 장관 사퇴 압박 속 '미스터리 범행'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남미 칠레에서 의문의 절도범들이 장관을 사칭해 정부 사무실에 침입한 뒤 컴퓨터와 금고를 훔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칠레 사법부는 2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회개발가족부(사회개발부) 사무실에서 컴퓨터 등을 훔친 혐의를 받는 피의자에 대한 형사사법 절차가 진행된다"고 밝혔다.
사회개발부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9일 밤에 일어났다.
칠레 일간지 라테르세라는 수도 산티아고에 있는 사회개발부 건물 경비보안대에서 야간 경비를 서던 한 직원이 자신을 조르지오 잭슨 사회개발부 장관이라고 밝힌 남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 남성은 "내가 사고를 당했다. 아무에게도 말해선 안 된다. 내 조카가 랩톱 컴퓨터를 가지러 곧 갈 것"이라고 말했다.
잠시 후 또 잭슨 장관이라는 사람에게 전화를 받은 경비 직원은 "조카 일행이 일련의 작업을 하고 금고도 옮겨 놓을 것"이라며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그의 조카라는 남성이 다른 3명과 함께 사회개발부 사무실에 들어가 노트북 23대와 금고를 가지고 갔다고 칠레 수사당국은 설명했다.
해당 경비업체 측 변호인은 현지 매체에 "경비원이 잭슨 장관으로 보이는 사람과 40여분간 화상으로 통화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당국은 절도범들이 타고 온 차량을 추적해 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파악된 엘레나 로하스와 그의 손자 미겔 아파블라사의 신병을 확보했다.
칠레 당국은 아파블라사가 누군가에게 범행을 지시하고, 물건을 로하스의 집에 옮기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부처 건물이 너무나 쉽게 뚫린 황당한 이번 사건에 대해 현지에서는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잭슨 장관이 야당으로부터 거센 사퇴 압박을 받는 시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단순 절도를 넘어서 정치 스캔들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칠레에서는 최근 잭슨 장관 주도로 창당한 민주혁명당(RD)과 여러 비정부기구(NGO) 및 시민단체 간에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이 오갔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잭슨의 사임 요구가 터져 나왔다.
RD는 2021년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보리치 대통령을 지원했다.
칠레 야권은 이번 사건이 RD와 시민단체 등 사이의 자금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문서를 숨기기 위한 시도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정부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우파 야당 독립민주연합(UDI)을 이끄는 하비에르 마카야 당 대표(상원 의원)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가능한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잭슨 장관을 해임해야 한다"며 "잭슨이 현직에 남아 있는 한 우리는 정부와의 대화를 단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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