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우리 빼고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 없다" 반발
'中 일대일로 맞대응' 美, 철도·항만 청사진…튀르키예 우회
에르도안 "동서 무역로, 반드시 튀르키예 거쳐야" 대안 제시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미국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맞서 꺼내든 '인도-유럽-중동 경제회랑' 구상에 튀르키예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경제회랑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등을 거쳐 튀르키예를 완전히 우회해 유럽에 이르게 되는 만큼, 전통적으로 동서양을 잇는 중심지 역할을 해온 튀르키예를 포함하는 대안을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보도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난 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이 제안한 경제회랑 추진 양해각서가 체결되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바로 그 이튿날 G20에 동행한 취재진을 만나 "튀르키예 없이는 회랑도 없다"며 "동방에서 서방으로 이어지는 가장 편리한 교통 경로는 반드시 튀르키예를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인도,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유럽연합(EU)이 서명한 각서에 따르면 경제회랑은 인도에서 사우디, 요르단, 이스라엘을 거쳐 이탈리아로 향한 뒤 프랑스와 독일까지 이어진다. 이 경로에 튀르키예는 없다.
이와 관련, FT는 "튀르키예는 실크로드의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동서양 교차로로써의 전통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FT 인터뷰에서 "전문가들은 이 회랑의 최우선 목표가 합리성과 효율성이라는 점에 의구심을 보인다"며 "지정학적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피단 장관은 "무역로란 단순히 교역 한 요소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 지정학적 경쟁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이라크,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와 함께 집중 논의 중인 경제회랑의 대안 '이라크 개발도로 이니셔티브'와 관련한 결과물이 향후 수개월 내에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70억달러(약 22조5천250억원)를 들여 3단계에 걸쳐 진행되는 이 무역로는 UAE, 카타르, 이라크에서 튀르키예와 유럽으로 이어지는 총연장 1천200㎞ 고속철도 및 도로망, 항구 등으로 구성되며 2050년 최종 건설이 목표다.
그러나 FT는 이 구상의 타당성을 두고 재정과 안보 측면에서 우려가 제기된다고 짚었다.
미국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엠레 페커는 "이 프로젝트를 실현할 자금이 부족한 튀르키예는 인프라 건설을 위해 UAE와 카타르의 자원에 의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국가 입장에서는 투자에 따른 수익을 확신해야만 할 텐데, 즉각적으로 확실해 보이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라크의 경우 부패 만연과 취약한 정부, 정치적 불안 등으로 몸살을 앓는 데다 자금 조달 계획도 명확하지 않다고 FT는 언급했다.
다만 싱크탱크 세타의 무라트 예실타슈는 "튀르키예는 제안한 대안이 아니더라도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 계획에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튀르키예는 역내에서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무역 협상을 용이하게 하는 것은 물론, 회랑에 참여하는 국가들 사이 분쟁을 해결할 수도 있다"며 사우디 및 UAE 사이에서도 중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FT는 현재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에르도안 대통령이 내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별도 회담할 기회를 가질 경우 경제회랑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d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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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일대일로 맞대응' 美, 철도·항만 청사진…튀르키예 우회
에르도안 "동서 무역로, 반드시 튀르키예 거쳐야" 대안 제시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미국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맞서 꺼내든 '인도-유럽-중동 경제회랑' 구상에 튀르키예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경제회랑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등을 거쳐 튀르키예를 완전히 우회해 유럽에 이르게 되는 만큼, 전통적으로 동서양을 잇는 중심지 역할을 해온 튀르키예를 포함하는 대안을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보도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난 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이 제안한 경제회랑 추진 양해각서가 체결되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바로 그 이튿날 G20에 동행한 취재진을 만나 "튀르키예 없이는 회랑도 없다"며 "동방에서 서방으로 이어지는 가장 편리한 교통 경로는 반드시 튀르키예를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인도,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유럽연합(EU)이 서명한 각서에 따르면 경제회랑은 인도에서 사우디, 요르단, 이스라엘을 거쳐 이탈리아로 향한 뒤 프랑스와 독일까지 이어진다. 이 경로에 튀르키예는 없다.
이와 관련, FT는 "튀르키예는 실크로드의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동서양 교차로로써의 전통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FT 인터뷰에서 "전문가들은 이 회랑의 최우선 목표가 합리성과 효율성이라는 점에 의구심을 보인다"며 "지정학적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피단 장관은 "무역로란 단순히 교역 한 요소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 지정학적 경쟁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이라크,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와 함께 집중 논의 중인 경제회랑의 대안 '이라크 개발도로 이니셔티브'와 관련한 결과물이 향후 수개월 내에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70억달러(약 22조5천250억원)를 들여 3단계에 걸쳐 진행되는 이 무역로는 UAE, 카타르, 이라크에서 튀르키예와 유럽으로 이어지는 총연장 1천200㎞ 고속철도 및 도로망, 항구 등으로 구성되며 2050년 최종 건설이 목표다.
그러나 FT는 이 구상의 타당성을 두고 재정과 안보 측면에서 우려가 제기된다고 짚었다.
미국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엠레 페커는 "이 프로젝트를 실현할 자금이 부족한 튀르키예는 인프라 건설을 위해 UAE와 카타르의 자원에 의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국가 입장에서는 투자에 따른 수익을 확신해야만 할 텐데, 즉각적으로 확실해 보이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라크의 경우 부패 만연과 취약한 정부, 정치적 불안 등으로 몸살을 앓는 데다 자금 조달 계획도 명확하지 않다고 FT는 언급했다.
다만 싱크탱크 세타의 무라트 예실타슈는 "튀르키예는 제안한 대안이 아니더라도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 계획에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튀르키예는 역내에서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무역 협상을 용이하게 하는 것은 물론, 회랑에 참여하는 국가들 사이 분쟁을 해결할 수도 있다"며 사우디 및 UAE 사이에서도 중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FT는 현재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에르도안 대통령이 내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별도 회담할 기회를 가질 경우 경제회랑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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