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 갇힌 상저하고…4분기 반도체 반등, 돌파구 될까

입력 2023-10-09 06:31  

고금리·고물가 갇힌 상저하고…4분기 반도체 반등, 돌파구 될까
거시경제 전문가 경기진단…통화·재정정책 여력 한계 속 '수출 회복' 관건
정부 "10월 수출, 플러스 전환 전망"…전문가들 "반도체 수출 회복 늦어질 수도"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정부가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예상한 4분기가 시작됐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은 오히려 더 커지는 형국이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고, 급등하는 국제 유가는 물가를 압박하며 내수를 제약하고 있다.
정부는 반도체 수출이 살아나기 시작한 만큼 한국 경제가 곧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짙어진 불확실성 탓에 회복 속도가 지체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고금리 장기화·고유가…10월에도 계속되는 불확실성
9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4분기 들어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과 고유가 등이 한국 경제에 큰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21일 고금리 기조를 "인플레이션 안정을 확신할 때까지" 유지하겠다고 공언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지난 4일 코스피는 2,400선 근처까지 급락했고 국채 금리와 환율은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가계·기업부채가 불어난 상황에서 고금리 장기화는 한국 경제 전반을 짓누르는 부담 요인이다. 특히 연체율이 상승세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대표적인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부동산 시장, 부동산 PF,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가 견인하는 고물가도 한국 경제가 예측하지 못한 변수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 종가는 지난달 27일 배럴당 93.68달러로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가 상승세는 지난달 소비자물가를 5개월 만에 최대 폭(3.7%)으로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전기·가스·대중교통 등 공공요금도 줄줄이 오름세다.
고금리와 고물가는 가계 이자 비용을 늘리고 실질소득을 줄이면서 내수의 발목을 잡고 있다. 8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3% 줄면서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7월에 폭우 등 일시적인 요인 탓에 소매판매 감소 폭이 컸다면 8월에는 플러스가 당연히 나와야 한다"며 "그런데도 마이너스라는 것은 소비가 안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 반도체 생산 회복은 긍정적…"수출 증가까지 시간 더 걸릴 수도"
내수 부진에 더해 역대급 세수 감소·한미 금리차로 재정·통화정책의 여력마저 고갈되면서 관심은 수출 회복 여부에 쏠리고 있다.
하지만 수출 회복 동력으로 꼽혔던 중국 경제는 부동산 디폴트 위기를 거치며 중장기적인 위험 요인으로 반전됐다. 세계은행은 지난 2일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4.8%에서 4.4%로 하향 조정하며 높은 부채 수준, 부동산 경기 둔화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 경기는 예상만큼 빨리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그만큼 대중 수출도 조기에 회복될 것 같지 않다"라고 예상했다.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생산이 회복을 시작한 것은 희망적이다. 8월 반도체 생산은 13.4% 늘며 산업생산지수를 끌어올렸고 9월 반도체 수출은 올해 최저 수준의 감소율(-13.6%)을 기록했다.
하지만 정부가 예상한 본격적인 반등까지는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직 가격이 반등하지 않아서 반도체 수출액 자체가 늘어나는 것은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9월 반도체 수출 실적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오히려 나빠졌다"라며 "반도체 업황도 조금 기다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 정부 '10월 경기 회복' 전망 고수…전문가 "재정 역할 필요"
정부는 10월부터 물가가 안정되고 수출도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상저하고' 경기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미세한 태도 변화도 감지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나 10월 수출 플러스 전환 전망을 재확인하면서도 '0.5일 부족한 조업일수'와 '추석 연휴' 효과로 전환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약간의 부족함 있더라도 늦어도 11월은 (수출 증가 전환이) 확실해 보인다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며 "여전히 10월 플러스 전환 가능성이 커 보인다"라고 부연했다.
고유가 상황에서 정부가 목표로 정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3.3% 달성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전망보다) 조금 높을지는 상황을 보도록 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9월까지 소비자물가 누계 상승률은 3.7%다.


상당수 전문가는 이미 한국 경제는 재정의 역할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더 늦기 전에 경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 상승 국면에서 경기가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침체)이 이미 진행 중"이라며 "대규모는 어렵겠지만 선별적인 재정 확대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라며 "상황이 더 나빠진 뒤에 곳간을 잘 지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연구개발(R&D)·교육 예산 등 신규 투자를 확대해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 R&D 예산은 올해보다 16.6% 줄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R&D 투자는 보통 민간이 정부 지원만큼 함께 투자하는 매칭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 줄면 민간 투자까지 줄어든다"라며 "R&D·교육 예산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서 민경락 박재현 송정은 박원희 기자)
roc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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