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美 '두 개의 전선' 딜레마…지상군 파병엔 선 그어(종합)

입력 2023-10-10 10:02  

[이·팔 전쟁] 美 '두 개의 전선' 딜레마…지상군 파병엔 선 그어(종합)
우크라戰 와중에 터진 중동 무력충돌…국제戰 확대는 피하려는 의중
이-사우디 수교로 이란·中 견제하려던 구상 꼬여…우크라지원 안갯속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대이스라엘 공격으로 시작된 양측간 무력 충돌로 미국의 외교정책도 시험대 위에 오른 양상이다.
우선 조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 정책 자체가 시련에 처한 상황이다.
미국은 21세기 들어 시작한 아프가니스탄전쟁과 이라크전쟁을 2년 전 아프간에서의 철군과 함께 완전히 끝낸 것을 전후해 아랍권에 대한 직접 개입 대신 '외교적 안정화'에 방점을 찍었다.
중동의 맹방인 이스라엘의 대(對)주변국 관계 개선을 주선하는 것이 그 전략의 핵심이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전인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주재로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등이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교 정상화에 박차를 가해왔다.
여기에는 중동의 최대 반미 세력인 이란과, 미국이 빠져나간 중동에서 점점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중국을 동시에 견제한다는 외교적 목표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때문에 미국의 대(對)중동 정책의 축인 이스라엘이 공격당한 상황은 외교를 통한 중동 안정화 정책의 동력에 작지 않은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평이다.
특히 사태가 확대됨으로써 중동의 반(反)이스라엘, 반(反)미국 세력이 규합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동 정책은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이스라엘-사우디 국교 정상화 프로세스에 변수가 생겼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존 커비 전략소통조정관은 9일(현지시간) 전화 브리핑에서 "우리는 양국(이스라엘-사우디) 관계 정상화의 과정을 계속 장려할 의지가 충만하다"고 밝혔지만 이스라엘이 이번 사태를 '전쟁 상황'으로 규정한 터에 사우디와의 외교 협상에 힘을 쓸 여력이 당분간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가뜩이나 미국인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는 대우크라이나지원에도 이번 사태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 의회에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으로 240억달러(약 32조원)를 요청했지만, 하원의 적지 않은 공화당 의원들이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30일 통과된 45일짜리 임시예산에 우크라이나 지원액을 반영하지 못했다.
더욱이 임시예산안 의회 통과를 주도한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이 공화당 내 소수 강경 우파의 해임 결의 추진으로 낙마하면서 차기 하원의장 선출 등 대우크라이나 지원의 열쇠를 쥔 하원이 언제 정상화할지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그런 터에 이번 사태가 발생하면서 대우크라이나 지원은 우선순위 면에서 미국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지지하는 대이스라엘 지원에 밀릴 가능성이 작지 않다.
더욱이 유럽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아닌 우크라이나와 달리 이스라엘은 미국이 동맹국으로 분류하는 나라다.
이스라엘은 한국, 일본처럼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으로 묶인 관계가 아님에도 미국의 '비(非)나토 동맹국'으로 지정돼 있다.
이스라엘이 '전쟁'으로 규정한 이번 무력충돌이 '확전' 양상을 보임으로써 미국이 대이스라엘 지원을 급격히 늘려야 할 상황이 되면 대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이 표류할 가능성은 더 커질 수 있다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결국 내년 11월 미국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직접 병력 투입은 없지만 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전선'이 2개(우크라이나와 중동)로 늘어남으로써 안정적 대외 관계를 정권의 성과로 내세우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은 난관에 봉착한 형국이다.
더욱이 최근 중국과 대만의 긴장 고조나, 계속되는 한반도에서의 북한 도발을 고려하면 동북아에서도 우발적 혹은 고도로 계산된 충돌이 발생하면서 경우에 따라 미국이 '3개의 전선'에 얽히게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분쟁이 '중동 전쟁'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는 데 막후 외교력을 투입할 개연성도 거론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즉각 이스라엘 지지 및 지원 의지를 표명한 가운데, 미국이 이스라엘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미 제럴드포드 항공모함 전단을 이스라엘 인근 동지중해로 이동 배치하며 이란, 헤즈볼라 등의 군사적 준동 가능성을 견제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의 9일 성명 등에서 '전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채, '하마스의 테러 행위'로 사태를 규정한 대목이나, 커비 백악관 NSC 조정관이 미군 지상군을 이스라엘에 파견할 의향은 없다고 밝힌 점 등에서 확전 가능성에 대한 신중한 기조가 읽혔다.
중동에서 '발'을 빼며 확보한 군사·안보·외교의 여력을 중국 견제 및 포위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투입한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를 다시 뒤로 되돌릴 생각은 현재로선 없음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었다.
또 이란의 본격 개입을 유발하거나, 사우디 등 중동 국가들이 팔레스타인을 동정 내지 옹호하게 되면서 이스라엘 및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에 등을 돌리는 상황은 바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일부 언론에서는 하마스의 이번 이스라엘 기습공격 과정에 이란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으나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공모" 가능성을 거론하되, 확실한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커비 조정관은 "이란은 하마스를 다년간 지원해왔다"며 양측간 "일정 수준의 공모"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그에 대한 '스모킹건(smoking gun·확실한 증거)'은 아직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파병과는 거리를 두고 있긴 하지만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등 '발등의 불'을 끄는 데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 길어질 경우 상대적으로 한반도와 대만해협 유사시에 대한 대비 태세 강화에 신경을 쓰기는 그만큼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안보에도 이번 사태는 결코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는 분석도 가능해 보인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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