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北 3년8개월만 中단둥 무역박람회 참가했지만…전시품은 '빈약'

입력 2023-10-19 17:16   수정 2023-10-19 17:45

[르포] 北 3년8개월만 中단둥 무역박람회 참가했지만…전시품은 '빈약'
中 수입상들이 운영…"신의주→단둥 북한산 물품 반입 안 돼 구색 못 맞춰"
관람객 적어 한산…신의주∼단중 화물열차 운행 재개에도 민간교역은 '아직'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북한이 코로나19 발생으로 단행한 국경 봉쇄 이후 3년 8개월 만에 북중 최대 교역거점인 중국 단둥에서 열린 국제무역박람회에 참가했다.
그러나 전시관 규모가 작고 판매 상품도 적어 작년 1월 단둥∼신의주 화물열차 운행 재개에도 불구하고 아직 북중간 본격적인 민간 교역은 이뤄지지 않는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19일 단둥 궈먼완 호시무역구에서 개막한 제1회 단둥 국제무역박람회 주 전시장 한 가운데 마련된 북한 전시관은 70여㎡ 남짓한 규모에 두 개 부스로 구성돼 있었다.
이 중 기자가 방문한 한 부스는 오동나무로 만든 북한의 전통 기구와 북한의 화가들이 그림을 전시 및 판매하고 있었고, 또 다른 부스 진열대에는 과자와 화장품, 인삼 가공품, 맥주를 비롯한 술 등이 올라 있었다.
그러나 이 부스 운영은 북한 상품을 수입하는 중국 업체들이 맡고 있었으며 북한인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가구와 그림을 판매하는 부스에서는 한복을 차려입은 중년 여성 3명이 손님을 맞이했으나 이들은 단둥에서 북한 가구를 수입, 판매하는 업체 소속이었다.
한 여성은 2천 위안(약 37만원) 안팎의 가격이 책정된 가구에 대해 "모두 북한에서 들여온 물품"이라며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작한 수제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아직 신의주에서 직접 단둥으로 물품을 들여올 수 없다"며 "남포에서 산둥 룽커우항으로 해상 운송한 뒤 단둥으로 들여오기 때문에 운송비가 많이 들어 가격이 다소 비싸다"고 설명했다.
일용품 부스 직원들도 "신의주에서는 아직 일반 물품을 들여올 수 없다"며 "전시한 물건은 모두 북한 나선에서 훈춘 통상구를 통해 들여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화물트럭 운행이 재개되면서 나선에서 훈춘으로 북한 물품을 반입하는 데는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도 했다.
단둥과 신의주 사이 북중 화물열차 운행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자 2020년 1월 국경 봉쇄와 함께 중단됐다가 작년 1월 재개됐지만, 식량과 식용유 등 생필품과 건축 자재 등 북한 당국 차원의 교역만 이뤄질 뿐 민간 교역은 여전히 재개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판매 물품 수가 적어 보인다고 하자 한 직원은 "뒤늦게 참가하라는 연락을 받아 준비 시간이 부족했다"며 "온라인으로 접속하면 더 다양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 북한산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에 접속할 수 있는 QR 코드를 안내했다.
주 전시관 중심에 차려졌지만, 물품이 많지 않은 탓에 북한 전시관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종일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따금 호기심에 들렀던 관람객들도 진열대를 한 차례 둘러보고는 구매하지 않고 이내 발길을 돌리곤 했다.
단둥의 한 대북 무역상은 "이번 박람회는 코로나19 발생과 북중 국경 봉쇄로 침체한 궈먼안 호시 무역구의 활로 모색을 위해 마련한 이벤트"라며 "신의주∼단둥 간 일반 교역이 재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주최 측 체면치레를 위해 부스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호시무역구란 중국과 접경 국가 주민 간 소규모 무역 활성화를 위해 국경을 자유롭게 오가며 교역하도록 일정 금액 이내 물품을 면세로 거래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는 곳이다.
2015년 저장성 상인들이 개발해 문을 연 궈먼안 호시무역구는 북중 변경 지역 가운데 최대 규모로 1천여 업체가 입점했으나, 북중 국경 봉쇄와 코로나19 방역 봉쇄로 지난 3년간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큰 타격을 받았다.
랴오닝성 소속 천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은 작년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궈먼완 호시무역구 폐쇄로 입점 업체들과 창고 운영자들이 5억 위안(약 926억원)의 경제 손실을 봤고, 주변 1천여 상가도 타격을 받아 단둥의 경제 손실이 10억 위안(약 1천850억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궈먼안 호시무역구는 북한에만 의존하는 운영 방식으로는 어렵다고 판단, 교역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호시 무역 대상을 한국, 일본, 러시아, 몽골 등 동북아시아 4개국들로 넓혀 동북 교역 거점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중국 국제상회가 주관해 오는 22일까지 열리는 이번 박람회에도 한국과 일본, 러시아, 몽골 업체들을 초청해 전시관을 운영토록 했다.
북중 전체 교역의 70%를 차지하는 단둥시도 북한에 대한 교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이들 4개국 원자재를 들여와 가공, 판매하는 완제품에 대해 면세 혜택을 주는 '도착지 가공 시범구역'을 운영할 예정이다.

pj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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