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서 사라진 아기가…러 거물급 정치인 부부에 납치·입양

입력 2023-11-24 16:34  

우크라서 사라진 아기가…러 거물급 정치인 부부에 납치·입양
英BBC, 지난해 헤르손에서 납치된 두살 여아 '마르가리타' 추적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러시아 점령 이후 실종됐던 아기가 알고보니 러시아로 납치돼 정치인 부부에게 입양된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BBC방송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지역에 살던 '마르가리타'라는 이름의 여아가 러시아의 친정권 성향 야당 '정의 러시아당' 대표인 세르게이 미로노프 의원 부부에게 입양됐다고 보도했다.
BBC의 시사 프로그램 '파노라마'는 지난해 헤르손이 러시아에 점령됐을 때 지역 아동 보호소에서 납치·실종된 어린이 48명 중 가장 어렸던 마르가리타의 행적을 추적했다.
마르가리타가 있던 아동 보호소는 부모가 없거나 양육권을 잃은 아이들이 머무는 곳이었다. 마르가리타의 어머니는 출산 직후 양육권을 포기했고 아버지는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지난해 8월, 당시 생후 10개월이던 마르가리타는 기관지염으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고 있을 때 의문의 여성이 찾아왔다.
이 여성은 자신을 '모스크바에서 온 아동 문제 책임자'라고 소개했다고 마르가리타를 맡았던 의사 나탈리야 류티코바는 말했다.
이 여성이 떠난 직후 병원은 아동 보호소를 담당하게 된 러시아 당국자로부터 마르가리타를 즉시 보호소로 돌려보내라는 전화를 받았다.
일주일 뒤 마르가리타가 퇴원해 보호소로 돌아가자 이번에는 보호소 직원들에게 아이들이 여행할 준비를 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약 7주 뒤인 그해 10월 러시아 하원의원인 이고르 카스튜케비치가 다른 당국자들과 보호소에 들이닥쳤고 마르가리타를 비롯한 아이들을 차에 태워 데려갔다.
보호소의 간호사인 류보프 사이코는 카스튜케비치 의원을 비롯한 당국자들이 군복 차림에 선글라스를 쓰고 나타나 "우리 손에서 아이들을 빼앗아 데려갔다"며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 같았다. 우리 모두 너무나 무서웠다"고 말했다.
카스튜케비치 의원은 자신의 텔레그램에 이 아동 보호소에서 아이들을 버스와 구급차에 태워 가는 모습의 영상을 올렸다. 그는 "아이들은 크림반도의 안전한 곳으로 이송될 것"이라고 말했다.
BBC 취재진은 우크라이나의 인권 조사관 빅토리아 노비코바와 함께 해당 보호소에 있던 아동 48명을 추적하면서 지난해 8월 병원에 입원한 마르가리타를 찾아온 여성이 '이나 발라모바'라는 사람으로 러시아 의회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발라모바는 마르가리타가 아동 보호소를 나온 날 기차를 타고 모스크바에서 헤르손으로 왔고, 당일 밤 마르가리타를 데리고 모스크바로 돌아가는 기차를 탔다.

취재진은 이후 러시아의 소식통으로부터 발라모바가 최근 미로노프 대표와 결혼했다는 정보를 얻었다.
정의 러시아당 대표이자 하원 원내대표인 미로노프는 2004년과 2012년 러시아 대선 후보로도 나선 적이 있는 거물급 정치인으로 영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제재 대상 인물이다. 미로노프는 이번이 세 번째 결혼으로 알려졌다.
미로노프 부부를 주시한 취재진은 이들 부부가 부모로 올라 있는 '마리나'라는 여아의 출생기록을 찾아보다 마리나의 생일이 마르가리타와 같은 2021년 10월 31일이라는 사실을 찾아냈다.
이후 마르가리타의 입양 기록을 추가로 입수해 '마르가리타 프로코펜코'가 양아버지인 미로노프의 성에 따라 '마리나 미로노바'가 된 것을 확인했다.
미로노프는 이러한 보도 내용과 마르가리타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질의에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 23일 텔레그램에 자신과 가족을 겨냥한 거짓 정보 공격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고 BBC는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한 이후 러시아로 끌려간 것으로 확인된 우크라이나 어린이가 1만9천546명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돌아온 어린이는 4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국제형사재판소(ICC)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아동을 납치해 강제로 러시아 본토로 이주시키는 전쟁범죄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지난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ICC 회원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해당 조처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전쟁터가 된 우크라이나에서 어린이들을 대피시켰을 뿐 '납치'나 '강제이송'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러시아 정부는 마르가리타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어 언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BBC는 덧붙였다.
inishmor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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