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경제연구소장 "예산대란 장기타격 우려…부채제동 폐기해야"

입력 2023-11-30 00:57  

독일경제연구소장 "예산대란 장기타격 우려…부채제동 폐기해야"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마르셀 프라트처 독일 경제연구소(DIW) 소장은 28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예산대란으로 올해나 내년보다는 2025년 이후 장기적 타격이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산대란이 독일 경제성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리라는 것은 명백하다"고 우려했다.
독일 헌재는 15일 독일 정부의 올해와 내년 예산이 헌법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단했다. 2021년 연립정부가 수립되면서 코로나19 대응에 쓰이지 않은 600억 유로(86조원)를 기후변환기금(KTF)으로 전용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신규사업에 투입하기로 한 것은 위헌이라며 KTF를 위한 국채발행 허가를 무력화했다.
최소 600억 유로가 부족해지자 예산삭감이 불가피해지면서 당장 올해와 내년 예산에서 KTF를 통해 재원 조달이 예정됐던 사업은 모두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
프라트처 소장은 "600억 유로 중 내년에 지출될 예정이었던 것은 일부인 데다 탄소배출권 거래수입도 280억유로(약 40조원)가량 들어올 예정이어서 실제 구멍이 난 것은 150억∼180억유로(21조∼26조원)가량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에 더해 에너지가격 급등 대응을 위해 마련된 1천500억유로(약 213조원) 규모의 경제안정기금(WSF) 중에서도 삭감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이어 "내년보다 2025∼2027년에 지출하기로 했던 예산이 더 많이 지속적으로 삭감될 가능성이 더 우려스럽다"면서 "이 경우 성장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앞서 독일 정부는 연방헌법재판소의 올해와 내년 예산 위헌결정에 따라 난 '구멍'을 그대로 두면 독일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그는 예산대란에도 독일 정부가 인텔과 TSMC의 독일내 반도체공장 건설에 약속한 보조금 150억 유로(약 21조원)는 지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독일에 이들 기업의 반도체공장 건설은 유럽으로 중요한 기술을 가져오는 의미와, 드레스덴과 마그데부르크와 같은 구조적으로 취약한 지역을 지원하는 이중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보조금이 삭감대상에는 포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인텔이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추진중인 반도체공장 확장에 100억유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드레스덴에 짓는 유럽 첫 반도체공장에 50억유로의 보조금을 각각 지급하기로 한 바 있다.
프라트처 소장은 앞서 독일외신기자연합(VAP)과의 간담회에서 독일이 헌법에 규정된 부채제동장치를 폐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산대란을 불러온 독일의 부채제동장치는 비생산적이고 시대와도 맞지 않는다"면서 "이는 미래를 위한 공공투자를 가로막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20여년간 독일 경제의 최대 약점은 공공과 민간투자 부족이었다"이라며 "교육이나 인프라 투자를 '죽을 만큼 절약'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적으로 봤을 때 부채제동장치를 시대에 맞게 쇄신해야 한다"면서 "적용 대상 예산에서 투자는 제외해야 하고, 관련 규정을 미래지향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 헌법에 규정된 부채제동장치는 정부가 국내총생산(GDP)의 0.35%까지만 새로 부채를 조달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다만 자연재해나 특별한 위기 상황에서는 연방의회에서 적용 제외를 결의할 수 있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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