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도 다리도 잃었다…비극 겹친 가자지구 고아들

입력 2023-12-05 11:44   수정 2023-12-06 14:45

부모도 다리도 잃었다…비극 겹친 가자지구 고아들
의료현장엔 '부상 고아' 칭하는 별도 용어도 생겨
BBC "순식간에 인생 바뀐 아이들의 끔찍한 상황 반영"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공습 직후 건물 밖으로 뛰어나갔더니 조카가 두 다리를 잃은 채 바닥에 넘어져 있었어요. 나를 향해 팔을 벌리고 도와달라며 기어 오는 모습을 봤습니다."
가자지구 중부 이브라임 아부 암샤는 최근 이스라엘군의 누세라이트 난민캠프 폭격 당시 세 살 조카 아흐메드 샤바트가 겪은 처참한 상황을 4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이렇게 설명했다.
가자지구 북부의 베이트 하눈에 살던 아흐메드는 지난달 중순 집에 쏟아진 폭격으로 엄마와 아빠, 형을 잃었다.
당시 공습 때 기적적으로 가벼운 상처만 입은 아흐메드는 함께 살아남은 남동생 오마르(2)와 함께 삼촌인 이브라임에게 맡겨졌다. 이브라임은 고아가 된 조카들과 자기 가족을 데리고 가자지구 중부 누세라이트 캠프로 피란을 갔는데 거기서 다시 비극이 닥친 것이다.
이브라임은 "함께 축구 경기를 하러 갔을 때 아흐메드는 유명한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고 탄식하며 조카가 가자지구 밖에서 치료받을 수 있기를 바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두 달간 이어지면서 가자지구 어린이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아흐메드처럼 심하게 다치고 가족까지 잃은 아이들이 많아 가자지구 의료진 사이에서 이들을 칭하는 별도 용어 'WCNSF'(wounded child, no surviving family·부상 고아)가 쓰일 정도라고 BBC는 보도했다.
국경 없는 의사회에서 활동하는 타냐 하지 하산은 "가자 의료현장에서 이 표현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BBC는 부상 고아라는 용어가 "가자지구 어린이 다수가 처한 공포스러운 상황을 정확히 보여준다"며 "부모와 형제·자매, 조부모를 모두 잃은 그들은 순식간에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마주하게 됐다"고 전했다.
두 살배기 여아 무나 알완도 홀로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 고아다.
가자지구 북부 자발 알라이스에 살던 무나는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더미에 깔려 있다 구조됐다.

눈과 턱을 크게 다쳐 가자 북부의 인도네시아 병원으로 옮겨진 무나는 계속 '엄마'를 부르며 울었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 형제, 할아버지까지 모두 공습으로 숨진 뒤였다.
이후 가자 남부에 있는 나세르 병원으로 옮겨진 무나는 다행히 이모 한나와 만날 수 있었지만 몸과 마음의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다.
한나는 무나가 "계속 비명을 지르고 항상 (무언가를) 두려워한다"며 "특히 누군가 다가가면 더 그렇다"고 말했다.
무나에게는 언니들이 있지만 이들은 가장 치열한 전장이 된 북부 가자시티에 있다고 한다. 한나는 "피란길이 막혀있어 무나의 언니들을 데려올 방법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열한살 소녀 두냐 아부 메센도 나세르 병원에 입원해 있다. 두냐는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의 집에서 가족들과 잠을 자던 중 공습을 받았다.
두냐는 간신히 목숨을 구했지만 다리를 잃었다. 엄마, 아빠와 오빠, 여동생 등 나머지 가족들은 모두 숨졌고 이모인 파드와가 그를 돌보고 있다.
건물 잔해에 묻혀 피투성이가 된 아빠와 비명을 지르는 여동생, 다리에서 느껴진 고통 등 끔찍했던 당시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는 그는 여전히 슬픔에 잠겨 있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말한다.
"다리와 가족을 잃었지만 아직 꿈이 있어요. 의족을 얻고, 여행을 다니고, 의사가 되는 것, 그리고 전쟁이 끝나서 우리 같은 아이들이 평화롭게 사는 거요."
가자지구에서 이렇게 부상 고아가 속출하고 있으나 정확한 수는 집계되지 않고 있다.
홀로 남겨진 아이들 명단을 정리하고 신원을 확인해 친척 등 다른 가족들과 연결해주는 시스템도 거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유니세프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인 리카르도 피에르는 "치열한 교전과 빠르게 바뀌는 상황 때문에 고아들의 숫자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가자지구 병원·보건당국과 연락해 이들을 확인하고 등록하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진행이 매우 느리다"고 말했다.

hrse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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