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부 능선 오른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사실상 美만 남았다

입력 2024-01-31 18:15   수정 2024-01-31 18:32

9부 능선 오른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사실상 美만 남았다
내달초 EU 집행위 '승인' 전망 속 美법무부·항공사 설득 과제
LCC 합병저지 美법원 판결 영향 주목…일각 '국부유출' 대응 숙제도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대한항공이 일본 경쟁당국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으면서 국내 초대형 항공사(메가캐리어)로 거듭나기 위한 마지막 관문만을 앞뒀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조만간 양사 합병에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제 미국의 승인만을 남겨뒀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을 신고한 전체 14개국 가운데 EU, 미국을 제외한 12개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다만 미국의 승인 조건이 얼마나 까다로울지에 대한 예측은 분분하다.
상대적으로 경쟁 제한 우려가 적은데도 일본 경쟁당국이 대한항공에 7개의 노선을 양도하라고 요구한 만큼 미국도 여러 요건을 내세워 합병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남아 있다.



◇ 대한항공, 미국과 협상 진행중…상반기 심사 마무리 목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을 위해 이미 미국과도 막후 협상을 벌이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 상반기 중으로 미국 경쟁당국으로부터 합병 심사가 마무리될 수 있게 협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심사가 순조로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국가로 꼽혔다.
한국과 항공자유화 협정을 맺고 있어 운수권 없이도 취항할 수 있어 경쟁 제한 우려가 적을 것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외 에어프레미아가 미주 노선을 운항하고 있는 점도 경쟁 제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긍정적 요인이다. 미주 노선이 이미 경쟁 환경에 놓인 것으로 볼 수 있어서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국이 유럽만큼이나 합병에 까다로운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단 미국 정부의 향후 반응이 가장 큰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 법무부가 경쟁 제한을 이유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현지 매체 폴리티코의 보도도 나왔다.
여기에다 최근 미국 법원이 미국 저비용항공사(LCC)인 제트블루와 경쟁사 스피릿항공의 인수합병을 저지하는 판결을 했다.
두 항공사 합병에 따라 항공산업 경쟁이 줄고 항공료가 인상돼 소비자가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한 법무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물론 미국과 한국의 항공산업 구조와 여건이 다르지만, 미국 정부와 법원의 행보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시아나항공과 협업해 온 미국 유나이티드항공도 설득해야 할 과제다.
미 유나이티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 합병하며 공동운항하던 노선의 경쟁력이 약화할 것을 우려해 결합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대한항공·아시아나 슬롯 양도 여부도 주목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합병 추진 과정에서 또 다른 숙제도 안고 있다.
협상 상황에 따라 일부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을 경쟁사에 양도하게 될 경우 국부 유출이라는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
실제 대한항공은 일본 경쟁당국과 대체 항공사 요청이 있을 경우 한일 여객 노선 7개 노선에 대한 슬롯을 일부 양도하기로 협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EU 집행위도 유럽 내 4개 공항의 슬롯 일부를 조건 삼아 조건부 승인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 매각과 유럽 4개 도시 노선의 운수권 및 슬롯 일부를 이전하겠다는 시정조치안을 제출한 만큼 EU 집행위도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에서 승인을 내리려 하기 때문이다.
EU 집행위는 늦어도 내달 14일까지 심사를 끝낼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유럽과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을 모두 받아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한 이후 화물사업을 연내에 매각하겠다는 계획이다.

winkit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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