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전·현직 대통령 갈등…이번에는 '영토 분리' 충돌

입력 2024-02-09 12:36  

필리핀 전·현직 대통령 갈등…이번에는 '영토 분리' 충돌
두테르테 '근거지' 민다나오 분리 주장에 마르코스 "헌법 위반"
내년 중간선거 및 2028년 대선 앞두고 '주도권 싸움' 분석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정치적 갈등을 빚고 있는 필리핀 전·현직 대통령이 이번에는 남부 지역의 영토 분리를 놓고 충돌했다.
9일 일간 필리핀 스타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전날 열린 제헌절 기념식에서 전임인 로드리고 두테르테의 남부 민다나오섬 분리 주장에 대해 "중대한 헌법 위반이며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어 마르코스는 "민다나오 분리는 필리핀을 파괴할 것이기 때문에 당사자들은 이런 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분리 주장을 제기한 두테르테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앞서 대통령실은 "필리핀을 해체하려는 시도를 진압하기 위해 권한과 무력을 동원하겠다"면서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마르코스는 두테르테 가문과 동맹을 맺고 재작년 5월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당시 지지율 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던 두테르테의 딸 사라와 러닝메이트를 이뤄 선거에서 압승했다.
두테르테와 마르코스 가문은 각각 남부, 북부 지역에 강력한 정치적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마르코스 취임 이후 양측의 제휴는 서서히 파열음을 내왔다.
현직 부통령인 사라 두테르테는 지난해 12월 마르코스가 공산 반군과 평화 협상을 재개하기로 결정하자 "악마와의 합의"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마르코스의 헌법 개정 추진에 대해서도 두테르테 측은 6년 단임제를 수정해 장기 집권하려는 시도라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남부 민다나오섬의 발전을 위해서는 독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는 특히 지난달 수도 마닐라와 자신이 시장을 지낸 다바오시에서 열린 집회에서 마르코스가 1986년 시민혁명으로 하야한 선친과 같은 운명을 겪을 수도 있다는 극단적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두테르테의 아들인 세바스티안 다바오 시장은 마르코스를 겨냥해 "일에 집중하기보다는 정치와 자기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면서 사임을 촉구하기도 했다.
두테르테 가문의 이같은 공세는 상·하원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내년 중간선거와 2028년 대선을 앞두고 마르코스 측에 맞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마르코스가 취임 후 미군의 필리핀 기지 사용권을 확대하는 등 두테르테가 재임 기간 견지한 '친중' 외교 노선을 '친미'로 바꿔버린데 대한 불만 및 견제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bum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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