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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석유기업들 "베네수엘라서 20년 전 수십조원 떼였다"

입력 2026-01-08 10:12   수정 2026-01-08 10:45

미국·유럽 석유기업들 "베네수엘라서 20년 전 수십조원 떼였다"
차베스 집권 시절 엑손모빌·코노코필립스 등 보상 못받고 철수
미국 석유업체 중 유일하게 잔류한 쉐브론, 유리한 위치 관측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과 유럽의 석유기업들이 20년 전 베네수엘라에서 쫓겨나면서 떼였던 돈이 수십조원에 이른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에 투자했던 엑슨모빌 등 미국 석유 회사들은 2007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석유산업 국유화' 선언 이후 투자한 자산을 몰수당한 뒤 현지에서 철수했다.
당시 우고 차베스 정권은 베네수엘라 석유사업들에 서방 기업들이 갖고 있던 지분에 대해 '국가수용' 조치를 발동했으며, 이 과정에서 제대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철수한 서방 기업들의 주장이다.
미국 최대 석유업체 엑손모빌은 베네수엘라로부터 받아야 할 돈이 200억 달러(29조 원)로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코노코필립스가 베네수엘라에 대해 주장하는 채권을 합하면 120억 달러(17조 원)에 이른다.
이 밖에 이탈리아의 에니, 프랑스의 토탈에너지스, 스페인의 렙솔 등도 베네수엘라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긴 했으나 사업 규모가 엑손모빌, 코노코필립스 등 미국 기업들보다는 훨씬 작았다.
엑손모빌, 코노코필립스 등은 국제 중재와 미국 법원 소송 등을 통해 베네수엘라로부터 돈을 받아내려는 시도를 여러 해 동안 계속하고 있으나 일부 채권이 존재한다는 확인에 그쳤을 뿐 전액을 실제로 회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여러 외국 석유 기업들의 채권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며, 자신들이 지불해야 할 금액이 훨씬 적거나 전혀 없다고 주장해왔다.



엑손모빌은 규제당국에 제출한 서류에서 베네수엘라 동부 세로 네그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와 관련해 9억800만 달러(1조3천200억 원)를, 베네수엘라 중부의 '라 세이바 항구' 프로젝트와 관련된 보상으로 2억6천만 달러(3천800억 원)를 각각 회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엑손모빌이 주장하는 채권 중 140억 달러(20조 원)는 국제세계은행 산하 '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무효화됐다.
엑손모빌은 이를 인정받기 위해 새로 중재신청을 냈으나 이를 포함해 채권 대부분은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코노코필립스는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 '베네수엘라 석유'의 미국 자회사인 '시트고'가 미국 연방파산법원에서 경매에 부쳐짐에 따라 채권 중 일부를 회수할 가능성이 있다.
코노코필립스는 베네수엘라에서 철수하기 전까지 이 나라의 중부와 동부, 그리고 근처 해역의 석유 프로젝트에 상당한 투자를 했다.
한편 미국 석유기업 중에 유일하게 베네수엘라 사업을 계속했던 쉐브론은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생포해 미국으로 압송한 후 베네수엘라 정부에 더 많은 미국 투자를 수용토록 압박함에 따라 상당히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과 유럽의 석유기업들은 베네수엘라에서의 향후 조치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와 협의해왔으나, 마두로 축출 이래 정치적 불안정성 탓에 신규 투자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 판매에 대한 통제권을 무기한으로 갖게 될 것이며 이에 대한 협상을 양국 정부가 벌이고 있다고 7일 말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공공정책 전문 비영리 채널 'C-스팬' 인터뷰에서 해당 판매 대금이 일단 "베네수엘라의 경제 안정화"에 투입될 것이며,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 석유 회사들의 청구권 보상에 사용되는 것은 나중 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번 주 들어 수요일인 7일까지 엑손모빌과 쉐브론의 주가는 5% 넘게 하락했으며, 코노코필립스는 하락폭이 7%를 넘었다.
서방 기업들이 떠난 후 부패, 운영미숙, 관리부실 등으로 대폭 감소한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량을 예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주개발은행(IDB)이 2020년 내놓은 추산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석유 생산을 회복하는 데 10년간 매년 100억 달러(14조5천억 원)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됐다.
라이스대 베이커 공공정책연구소 산하 에너지연구센터의 추산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량은 1998년 하루 340만 배럴로 정점을 찍었고 2018년까지 하루 130만 배럴로 감소했다.
이 센터는 2020년 낸 보고서에서 베네수엘라가 석유 산업에 추가 투자를 유치하는 데 실패한 것이 "이 나라가 직면한 경제 재앙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solatid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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