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터뷰서 "하메네이 차남은 용납불가" 선언하며 사실상 개입시작
이란정권 내 대미 유화적 인사 통한 '연착륙' 시도 의도 관측
쿠르드족 개입에 "전적 찬성" 언급…美지상군 역할 대행 기대하는듯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 군의 공격으로 반미 성향의 최고 지도자를 제거한 이란의 차기 리더십에 개입하겠다는 의중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미·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지난달 28일 사망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후계자 결정을 위한 이란내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특히 지난 1월 전격적인 군사작전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압송해 축출한 뒤 마두로 정권의 2인자였던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에게 임시 대통령을 맡게 한 사례를 거론하며 베네수엘라 모델을 이란에 적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보도된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베네수엘라에서 델시와 했던 것처럼 그 임명에 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권이 하메네이의 차남인 모즈타바를 후계자로 세울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데 대해 "그들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며 "하메네이의 아들은 경량급"이라고 평가한 뒤 "하메네이의 아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는 이란에 조화와 평화를 가져올 사람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란이 하메네이의 기조를 이어갈 지도자를 세울 경우 미국은 "5년 안에" 다시 이란을 상대로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인터뷰에서는 "우리는 이란 국민 및 정권과 협력해 핵무기 없이도 이란을 훌륭하게 건설할 인물이 그 자리에 오르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후계구도 개입을 거론하며 베네수엘라 모델을 언급한 것은 정권의 전면적 붕괴와 대체 세력의 권력 장악에 따를 수 있는 이란 및 중동내 혼란이 미국의 이번 군사작전 출구전략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고강도 대이란 군사작전을 통해 하메네이 신정체제를 지탱하는 한 축이었던 군부를 최대한 약화시키는 한편, 정권 내부의 대미 유화적 인물을 후임 최고지도자로 내세워 친미적 과도 정권으로의 연착륙을 꾀하겠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 같은 구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누차 이란의 시민들에게 '군사작전이 끝나면 이란 정부를 접수하라'며 봉기를 요구했던 것과는 결을 달리하는 발언이다.
'시민혁명'이 가져올 혼란보다는 기존 정권의 인력과 사회 통제력을 활용하면서 정책만 친미 성향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구상일 수 있는데, 미국이 가까이는 베네수엘라, 그리고 멀게는 2차대전 이후 평화헌법 체제 하에서 일본에 적용했던 모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후계구도 개입' 구상이 추진되려면 이번 군사작전의 완전한 성공과 그에 따른 이란 정권 잔존 세력의 '항복'이 전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란 정권이 후임 최고지도자 선정후 끈질긴 저항을 이어가며 항복하지 않고 버틸 경우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지상군 투입과 병행한 장기전 각오를 하지 않고는 자신의 '후계 개입' 구상을 실현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바라는 이란의 차기 지도자에 대해 언급을 시작한 것 자체가 이미 개입을 시작한 것으로 간주되는 측면도 있다.
미군의 압도적 무력 앞에서 어렵게 저항을 이어가고 있는 이란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후계자 조건'을 무시할 경우 더 강력한 미국의 공격에 봉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이 쿠르드족의 이란 공격 가능성과 관련해 "그들이 그렇게 하려는 건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전적으로 찬성(all for it)할 것"이라고 이날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밝힌 대목이다.
이라크내 쿠르드족 민병대원들이 이란으로 넘어갔다는 보도와, 넘어가진 않았지만 이란으로의 진입을 준비중이라는 보도 등이 전날 나왔던 터에 트럼프 대통령은 쿠르드족의 개입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군의 인명 피해 급증 가능성과 함께, 상당한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지상군 투입의 부담을 쿠르드족이 대신 지려 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일 수 있어 보인다.
다만 언론에 보도된 수천명 단위 쿠르드족 병력으로는 이란의 정규군을 상대하기 쉽지 않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란·이라크·튀르키예·시리아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쿠르드족이 대거 관여할 경우 이란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쿠르드족의 공격을 위해 공중 지원 등을 제공할지, 관련 제안을 했는지에 대해선 "그건 말할 수 없다"며 일단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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