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습 따른 에너지·항공·관광업 마비에 재정 급속악화
"불가항력 조항 발동 검토"…트럼프에 종전·외교 압박일 수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중동전쟁으로 재정에 충격을 받은 걸프 산유국들이 해외투자를 비롯한 지출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걸프국의 한 당국자는 외국 정부나 기업에 대한 투자 약속부터 스포츠 후원, 기업들과의 계약, 보유자산 매각까지 모든 활동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 4대 걸프국 가운데 3국이 전쟁으로 빠듯해진 예산과 경제 충격을 합동으로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당국자는 논의에서 빠진 한 국가가 어디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해당 걸프국들은 현재 이행 중인 계약에서 불가항력 조항을 발동할 수 있을지 내부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가항력 조항은 전쟁과 자연재해 같은 통제불능 이변이 터지면 계약상 의무를 불이행해도 책임을 면제하거나 이행을 미뤄주는 장치다.
이들은 전쟁과 관련한 비용이 지금처럼 유지될 경우에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향후 이행할 투자 약속도 재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걸프국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원인은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여파로 재정 불균형이 닥친 데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기반 시설을 공격함에 따라 걸프국들은 에너지 산업, 관광업, 항공업으로 벌던 수입이 급감했다.
반면 이란의 미사일이나 드론 공습을 방어하고 시설을 보존하는 데 들어가는 국방비 등 지출은 급증했다.
카타르는 주요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이 드론 피격 후 생산을 중단했고 사우디아라비아도 원유 정제시설이 공습받았다.
이란은 걸프국 내에 있는 미국 군기지나 대사관뿐만 아니라 공항, 호텔, 주거용 건물까지 때려 산업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
걸프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과의 전쟁을 빨리 끝내고 외교적 해결책을 강구하라는 촉구가 쏟아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UAE의 기업인 칼리프 알하브투르는 "우리 중동을 전쟁에 끌어들일 권한을 누가 당신에게 줬느냐고 단적으로 묻겠다"며 "방아쇠를 당길 때 애먼 피해를 계산했느냐"고 소셜미디어에 울분을 쏟아냈다.
FT는 해외투자가 악영향을 받으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종전 압박이 국내외에서 가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걸프국들은 막대한 국부펀드를 운용하며 세계 곳곳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투자 재검토에 불이익을 받을 곳들이 적지 않다.
당장 미국만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작년 5월 중동 순방 때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에서 수천억 달러(수백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받았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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