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무역, 가장 중대한 반인도 범죄"…유엔 결의안 채택

입력 2026-03-26 20:37  

"노예무역, 가장 중대한 반인도 범죄"…유엔 결의안 채택
123개국 찬성…미국 등 3개국 반대, 유럽 등 52개국 기권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유엔총회가 과거 아프리카 노예무역을 '인도주의에 반한 가장 중대한 범죄'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엔에 따르면 총회는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아프리카 가나가 주도한 해당 결의안을 채택했다.
한국을 포함해 유엔 회원국 123개국이 찬성했으며 미국, 이스라엘, 아르헨티나 등 3개국은 반대했고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등 다수 유럽 국가를 포함해 52개국은 기권했다.
표결에 앞서 아프리카 54개국을 대표해 연단에 오른 존 드라마니 마하마 가나 대통령은 "오늘 우리는 진실을 확인하고 치유와 회복적 정의를 추구하기 위한 연대 속에서 모였다"며 "역사를 되돌아볼 때 노예무역으로 인해 존엄을 침해당한 수백만 명의 기억과, 지금도 인종차별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우리가 옳은 일을 했다는 사실이 기록되도록 하자"고 결의안 동참을 호소했다.
결의안은 아프리카인을 노예로 삼아 재산으로 취급해 이들을 매매한 행위를 궁극적인 범죄로 규정했다. 노예무역이 인종적으로 차별된 체제를 통해 모든 사람의 삶의 틀을 형성하는 결과를 낳았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엔 회원국이 노예무역을 사과하고 배상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총회 결의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달리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사회의 의견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영국 BBC 방송은 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노예무역에 대해 "인간의 존엄에 대한 심각한 배반"이며 "정교한 비인간화와 대규모 약탈 기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남아있는 불평등과 인종차별에 맞서야 할 순간"이라며 "노예제의 희생자들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고 장기간 지속했던 사악한 시스템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외무장관 출신인 아날레나 베어보크 유엔총회의장은 노예무역과 노예제도에 대해 "인류 역사에서 가장 심각한 인권 침해 중 하나"라며 "유엔 헌장과 세계인권선언에 담긴 원칙을 침해한다"고 말했다.
댄 네그레아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미국 대표는 미국이 이날 결의안에 반대한 데 대해 "미국 정부는 환대서양 노예무역으로 비롯된 역사적 과오를 비난하지만 이같은 역사적 잘못이 발생할 당시 국제법상 불법은 아니었기에 배상을 위한 법적 권리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BBC는 1500년∼1800년 약 1천200만∼1천500만 명이 아프리카에서 붙잡혀 노예로 미주로 이송돼 강제 노동을 했으며 이동 과정에서 200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ra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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