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는 드물어…'풍력발전 확대' 목표 이미 세우고 늦었단 지적도
국립생태원 연구진 사이언스에 "철새 병목지인 서해서 풍력단지 건설 피해야" 기고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홍준석 기자 = 육상 풍력발전기가 새들에 미치는 영향이 연구된다.
정부가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를 내걸고 각종 계획과 전략을 잇달아 내놓은 것에 견줘 풍력발전이 새 등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기후부는 국립생태원을 통해 육상 풍력발전기가 철새도래지를 중심으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저감할 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기후부에 따르면 외국에선 풍력발전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최근 10년 사이 300여건이나 이뤄졌지만, 국내 모니터링 기반 정량적 연구는 5건 정도에 그친다.
기후부는 현재 경북 영양군에 구축된 조류 충돌 감시 시스템을 철새도래지 주변인 전남 영광군 풍력발전 단지로 이전, 내년 5월까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활용해 풍력발전기가 가동될 때 어떤 새가 부딪히는지와 새들이 풍력발전기를 피하는 행동을 하는지 등을 정량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다.
또한 풍력발전기 설치 추진 구역에 생태·자연도 1등급지가 포함되는 사례가 늘어나는 만큼, 생태·자연도 1등급지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때 대체 복원지를 선정하는 기준과 관리 방안도 마련한다. 육상 풍력발전기는 산 정상부에 설치하는 것이 유리하다보니, 예정지가 '보전 가치가 큰 천혜의 지역'인 경우가 많다.
한 국책 연구기관 연구원은 "해상 풍력발전기와 육상 풍력발전기 사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차이가 있다"면서 "해상 풍력발전기는 새들이 이를 피해서 이동경로를 바꾸는 데 따른 영향, 육상 풍력발전기는 발전기에 충돌하는 문제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런 차이에 따라 해상 풍력단지에서는 발전기 간 거리를 좁혀야 영향이 덜하고 육상 풍력단지에서는 발전기 사이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3월 기준 약 38GW(기가와트)인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용량을 2030년까지 100GW로 확대한다는 게 정부 목표다.
목표를 이루려면 4년 정도 짧은 기간에 발전 설비를 급속히 늘려야 할 상황으로 이를 고려하면 태양광이 중심이 되겠지만 풍력발전기도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상업 운전이 이뤄지는 설비 용량이 0.35GW인 해상 풍력발전 설비를 2030년까지 4GW, 2035년까지 25GW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2GW 정도 보급된 육상 풍력발전 설비는 2030년과 2035년 각각 6GW와 12GW 수준으로 늘린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작년 12월 '해상 풍력 기반시설 확충·보급 계획'과 '육상 풍력 발전 활성화 전략'을 연이어 발표했는데, 두 계획·전략에 풍력발전이 생태계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저감할 방안은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아 비판이 나왔다.
최근 기후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한국의 풍력발전이 철새를 위협하고 있다'는 서한을 실었다.
연구자들은 "탈(脫)탄소가 절실한 과제이기는 하지만, 서해의 발전설비가 연간 5천만마리의 물새류 철새가 지나다니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세계적으로 중요한 철새 병목 지역이자 갯벌에서 해상 풍력발전 단지를 건설하는 것을 피해야 하며 추가 건설을 진행하기 전 철새 이동 경로 전체에 대한 누적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풍력발전기가 새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연구들도 있다.
새가 걱정하는 것보다는 풍력발전기를 잘 피해 날아다닌다는 것이다.
작년 11월 독일에서 공개된 보고서를 보면 연구자들이 약 1년 반 동안 북해 풍력발전 단지 주변 400만마리 새의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 고도 25∼1천25m 풍력발전 단지를 통과하는 새가 충돌할 확률은 야행성 철새의 경우 0.0016%였다. 주간에 비행하는 철새도 충돌 확률이 0.0020%에 그쳤다. 다만 이 연구는 독일 해상풍력발전협회 후원으로 이뤄졌다.
풍력발전기가 다른 인공 건축물과 마찬가지로 생태계에 피해를 주는 것은 맞지만, 정도가 훨씬 덜하다는 지적도 있다. 2012년 한 연구에서는 풍력발전으로 1GW 전기를 생산할 때 0.269마리의 새가 죽지만 화석연료로 같은 양의 전기를 생산하면 화석연료 채굴 시 대기오염 등으로 5.18마리가 죽는 것으로 추산됐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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