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 여파로 인플레 급등세…월가는 연내 금리인상에 베팅
연준 다수위원 "금리인상 배제못해" 매파기조…의장 홀로 정책변경 '한계'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22일(현지시간)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새 의장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명한 케빈 워시가 취임했지만, 워시가 이끄는 연준이 당장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대로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월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6.0% 올라, 2022년 이후 가장 높았다. 앞서 발표된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전년 동기 대비 3.8%로 약 3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서지 못하고, 오히려 다음번 행보가 금리 인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이날 기준으로 올해 12월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이상 인상할 확률을 약 70%로 반영했다.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은 전혀 반영하지 않은 상태다.
채권 시장에서 30년 만기 미국채 등 초장기물은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을 반영해 최근 5.1%를 돌파하며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실업률이 4.3%를 유지하는 등 고용시장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최근 줄이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자산시장은 오히려 과열을 걱정해야 하는 분위기다.
월가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낮아지지 않을 경우 향후 연준이 금리 인하는 커녕 금리를 현 수준으로 동결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뉴욕타임스(NYT)에 "현 통화정책이 긴축적이라고 보이지 않는다"라며 연준이 올해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한 후 내년에 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시 의장은 앞선 인준 청문회에서 금리 정책에 대해 다소 모호한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그가 금리 인하를 원한다고 하더라도 다수결로 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의사결정 구조상 의장 한 사람이 바뀌었다고 연준의 정책 기조가 당장 바뀌기는 어렵다는 게 월가의 판단이다.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인 FOMC는 워시 의장을 포함한 연준 이사 7명과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5명 등 총 12명이 투표권을 가진다.
바로 직전인 지난달 28∼29일 열린 FOMC 회의의 의사록을 보면 다수 위원은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을 계속 웃도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할 수 있다는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인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비둘기파 성향(통화완화 선호)으로 여겨져온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마저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공개 강연에서 "인플레이션이 조만간 진정되지 않는다면,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더는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해 이 같은 입장에 동조한 상태다.
워시 의장이 새 연준 이사진으로 합류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책사 출신이자 강성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인 스티븐 마이런 이사가 이사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연준 이사진 중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는 3명에서 변동이 없게 된다.
워시 의장은 취임을 앞두고 통화정책 관련 선제안내(포워드 가이던스) 자제 등 연준 체제의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이마저도 다른 위원들의 지지를 얻지 않고서는 이루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워시 의장의 초반 행보가 연준의 정책 신뢰성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워시 의장과 함께 연준 의장 후보 물망에 올랐던 마크 서머린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부국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현 경제 환경에서 비둘기파적 실수를 저지른다면 장기채권 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연준 고위 인사들의 의중을 잘 집어내 일명 연준의 '비공식 대변인'으로도 불리는 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워시를 의장으로 선택한 것은 지난 1년간 요구해온 금리 인하를 실현하기 위해서였다"면서 "이젠 워시가 정반대로 금리를 올리더라도 정치적으로 과연 버틸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갑자기 제기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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