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뢰 제거 등 안전 검증에 시일…5~7월 평년 대비 86% 원유 확보
"해협 열려도 당장 원유 쏟아지진 않아…안전성 검증돼야 수급에 영향"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임성호 김민지 장보인 기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이 14일(현지시간) 종전 수순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당장 국내 원유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이란이 해협에 설치했다고 주장하는 기뢰는 탐지가 쉽지 않아 제거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안전한 통항이 보장된다고 해도 중동에서 한국까지의 긴 항행 거리로 실제 원유를 도입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정부는 비중동산 대체 원유를 도입해 8월까지 충분한 원유를 확보한 만큼 미국과 이란 간 합의의 실제 이행 여부를 지켜보며 석유 최고가격제 종료 시점을 신중하게 검토할 방침이다.
◇ 원유 수급 다변화로 대처…원유·나프타·LNG 공급망 안정 궤도
전체 수입 원유의 약 70% 정도를 중동에 의존하고 이 중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우리나라에 지난 2월 28일 전쟁 발발과 함께 시작된 해협 봉쇄는 사실 치명타였다.
원유뿐만 아니라 원유에서 뽑아내는 나프타 확보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종량제 쓰레기봉투 사재기 조짐까지 나타나는 등 산업 공급망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일상생활까지 흔들렸다.
이에 정부와 업계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대체 경로를 통해 물량 확보에 나서고, 비중동산 대체 원유 도입에 속도를 내는 등 공급망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원유 공급 물량은 현재 상당 부분 안정 궤도에 올랐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2일 국무회의 보고에서 "5∼7월 원유는 전년 대비 86%, 나프타는 83%를 확보했다"며 "8월 원유 도입 예상 물량도 꾸준히 상승해 80% 중반에 도달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동산 원유 수급 차질로 한때 55%까지 떨어졌던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률은 5월 말 기준 약 75%로 전쟁 전 평시 수준(80%)으로 회복됐다.
천연가스 역시 지난 3월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불가항력 선언으로 우려가 있었으나 정부의 선제 대응으로 이러한 우려를 지워냈다. 김 장관은 미국과 동남아시아 등을 통해 올해 연말까지 사용할 대체 물량을 이미 확보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정부는 한국석유공사 9개 기지에 약 1억배럴의 전략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의 경우 원유 수급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국내 하루 석유 소비량(280만 배럴)을 기준으로 한 달 이상을 버틸 수 있는 규모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은 물론 미국, 브라질, 콩고 등 오대양 육대주에 거의 다 걸쳐서 원유를 도입하고 있다"며 "전쟁 초기보다는 원유 수급이 많이 안정화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중장기적 중동산 원유 도입 회복 기대 속 도입선 다변화 유지
이처럼 민관이 협력해 다변화된 원유 공급망 시스템을 이미 구축해 놓았기에 당장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더라도 국내 원유 수급 체계에 미칠 영향은 거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한국행 유조선들이 해협을 거쳐 국내로 들어오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한국에서 다시 유조선을 호르무즈 해협 쪽으로 보내 원유를 싣고 돌아오는 왕복 운항 과정에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업계 관계자는 "해협이 개방된다고 해서 갑자기 많은 원유가 쏟아져 들어오진 않을 것"이라며 "회사마다 해협에 묶여 있는 배가 많지 않은 데다 새로 배를 보내서 원유를 들여오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당분간 도입선 다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합의가 정상적으로 이행되고 통항 안전성이 검증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도입량을 점진적으로 늘리며 원유 수급 전반에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 공급선 다변화 노력을 계속하고 있지만 중동 긴장이 완화하면 원유 확보에 한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휴전을 넘어 종전까지 상황이 완전히 해결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 석유 최고가격제, 점진적 폐지 수순 밟을 듯
중동 전쟁이 종전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지난 3월 13일 도입 이후 3개월 넘게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 종료 시점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산업부는 출구 전략과 관련해 ▲ 전쟁 종료 ▲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 국제유가 90달러대 안착 등의 조건들이 충족되면 제도를 종료할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사실상 전쟁 종료 합의 속에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 가시화되고, 이에 따라 국제유가가 80달러대로 가파르게 하락한 만큼 정부의 방침대로면 최고가격제는 중단해야 하는 상황으로 볼 여지가 많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은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진행 과정을 좀 더 지켜본 뒤에 석유 최고가격제 종료 시점을 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양기욱 실장은 "오는 19일 종전 서명식과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최고가격제를 종료했을 때 국내 석유가격에 대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종전 진행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제도를 당장 종료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간 석유 최고가격제를 통해 억눌러왔던 누적 인상 억제분이 일시에 반영되면 국내 유가가 폭등하며 물가에 미치는 충격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지난달 21일 기준으로 휘발유의 경우 200원대 중후반의 인상 요인을 안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경유와 등유 역시 각각 300원대 중반, 400원대 중반의 누적된 인상 억제분이 남아 있다고 했다.
이후 국제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유종별 인상 억제분은 그때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오는 18일 발표될 7차 석유 최고가격은 일단 현행대로 유지된 뒤 점진적으로 제도 폐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 최고가격제가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만큼 국내 물가 안정화 징후가 나타난 이후에 제도 종료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장기화에 따른 정유업계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고시 제정을 이번 주 내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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