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땅값 폭등에 악성 토지 매입 기승…주민 내쫓으려 방화

입력 2026-06-17 10:55   수정 2026-06-17 11:03

도쿄 땅값 폭등에 악성 토지 매입 기승…주민 내쫓으려 방화
버블기 방불케 하는 강제 퇴거 압박…"자산 실사 의무화해야"

(서울=연합뉴스) 최이락 기자 = 최근 일본 도쿄 도심의 재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악성 토지 매입 행태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7일 전했다.
과거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거품 경제 시기에 횡행했던 방화나 폭력은 물론, 최근에는 터무니없는 임대료 인상이나 통행 방해 같은 지능적인 수법까지 동원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에 따르면 도쿄 경시청은 지난 2월 도쿄 시나가와구의 재개발 예정지 일대 주택가에서 연쇄 방화를 한 혐의로 부동산 개발업체 직원 등 6명을 체포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토지 매입에 응하지 않고 버티는 원주민들을 내쫓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지역의 공시지가는 올해 1월 기준 1㎡당 228만엔(약 2천150만원)으로 10년 전(128만엔)의 1.8배로 올랐다.
사업이 지연될수록 막대한 대출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개발업체들이 무리한 속도전에 나서면서 방화라는 극단적인 수법까지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방화 같은 강력범죄 외에도 악성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2023년 도쿄 네리마구에서는 퇴거를 거부하는 주택 주변에 철제 펜스를 복잡하게 설치해 귀가를 방해하고 사도(私道·개인 소유 도로)의 콘크리트까지 무단으로 뜯어내는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에는 도쿄 세타가야구의 한 노후 아파트 주민에게 갑작스러운 퇴거 소송을 제기했다가 기각되자, 임대료를 1.5배 올리겠다며 재차 소송을 걸어 압박한 끝에 이주비를 주고 내쫓는 사례도 발생했다.
메이카이대 나카조 야스히코 교수는 "불법 행위와 악성 토지 매입을 막기 위해 재개발 지역 등에 한해 거래 전 전문가가 권리관계나 소송 여부, 리스크 등을 면밀하게 파악하는 자산 실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hoina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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