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연구팀 "웃음 리듬 점차 빨라지고 다양해져…언어 진화 토대 됐을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인간과 대형 유인원들은 최소 1천500만년 전 공통 조상 때부터 비슷한 리듬으로 웃어 왔고, 웃음 조절 능력이 점차 발달해 인간의 언어 출현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워릭대 키아라 데그레고리오 박사팀은 26일 과학 저널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에서 인간과 모든 대형 유인원의 웃음을 비교 분석한 결과 웃음의 기본 리듬 구조가 1천500만년 동안 유지돼온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데그레고리오 박사는 "복잡한 언어 체계는 오직 인간에게만 있지만 웃음은 모든 대형 유인원이 공유하는 행동"이라며 "서로 다른 종의 웃음을 비교해 인간과의 공통 조상 이후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기본적 리듬 구조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언어와 말소리는 화석으로 남지 않아 언어 능력 진화 과정을 추적하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인간과 대형 유인원의 행동 비교 연구에서 인류 조상들의 발성 능력 진화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왔다.
연구진은 진화적으로 현생인류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보노보·고릴라·오랑우탄 등 모든 대형 유인원의 웃음에서 언어 진화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웃음의 핵심 특징인 리듬을 비교 분석했다.
웃음은 인간뿐 아니라 침팬지와 보노보, 고릴라, 오랑우탄에서 모두 사회적 놀이와 친화적 상호작용 중 나타나며, 상대방에게 적대적 의도가 없음을 알리고 사회적 유대와 상호작용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연구팀은 생후 6개월~7세 오랑우탄(Pongo pygmaeus) 4마리, 고릴라(Gorilla gorilla) 2마리, 보노보(Pan paniscus) 3마리, 침팬지(Pan troglodytes) 4마리, 인간(Homo sapiens) 4명의 웃음 녹음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140개의 연속된 웃음 묶음(laughter sequence)과 458개의 웃음 간격 자료였다.

분석 결과 인간과 모든 대형 유인원의 웃음은 연속된 소리 사이 간격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등시성'(isochrony) 리듬 구조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인간과 다른 대형 유인원의 마지막 공통 조상도 이미 같은 형태의 웃음 리듬을 갖고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인간과 오랑우탄 계통이 갈라진 시점이 약 1천200만~1천600만년 전으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웃음 리듬은 최소 1천500만년 동안 유지돼 온 셈이다.
또 웃음 리듬은 진화 과정에서 점차 빨라지고 다양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간은 놀이 상황보다 간지럼을 탈 때 더 빠르게 웃는 등 상황에 따라 웃음 속도를 조절하는 능력을 보였지만 다른 대형 유인원에게서는 이런 현상이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는 인간이 감정이나 사회적 맥락에 맞춰 발성을 조절하는 능력을 발달시켰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웃음 리듬의 변동성은 인간과 가까운 종일수록 큰 경향을 보였으며, 이는 발성의 유연성이 진화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증가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논문 공동 저자인 아드리아노 라메이라 교수는 "이 연구는 최초 인간이 조상들과 현저히 다른 발성 조절 능력을 갑자기 획득했다는 고전적 관념과 달리, 웃음의 진화는 인간이 하나의 연속적 진화 과정 위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인간의 발성 조절 능력이 1천500만년 동안 점진적으로 다듬어져 온 능력이 계속 발전한 결과라는 뜻"이라며 "이런 변화가 결국 언어와 말의 출현을 가능하게 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출처 : Communications Biology, Chiara De Gregorio, 'Rhythm and timing in laughter reveal that human vocal plasticity falls on a hominid continuum', https://www.nature.com/articles/s42003-026-10499-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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