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급등한 강남·한강벨트 아파트 공정비율 유지해도 보유세 상한 걸려
공시가 덜 오른 단독주택, 공정비율 높이면 보유세 급증할 듯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지방선거 후 세제개편 논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고가주택 보유세 현실화 방법의 하나로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카드가 또다시 거론되고 있다.
법 개정 필요 없이 시행령 손질만으로 증세가 가능해 당장 올해 종부세부터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강남과 한강벨트 일대 종부세 대상 아파트는 지난해 집값 상승으로 올해 공시가격이 크게 올라 현재 기준으로도 보유세가 세 부담 상한까지 오르는 단지가 수두룩하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올해 공시가격이 상대적으로 덜 오른 종부세 대상 단독주택과 고급 빌라 등은 세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

◇ 공정시장가액비율 80%로 상향 거론…공시가격 덜 오른 단독이 타격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 95%까지 높였던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세 부담 완화 명목으로 2022년부터 60%로 낮춰서 운영해왔다.
동시에 1주택자는 재산세 공시가격비율도 종전 60%에서 43∼45%로 낮추는 특례를 적용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69%로 동결한 상태에서 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는 고가주택과 다주택 보유자들의 보유세 부담을 낮추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이런 공식이 깨졌다. 지난해 일부 신고가 거래 금액이 공시가격에 그대로 반영되면서 현실화율 동결에도 불구하고 강남과 한강벨트, 분당신도시 등 주요 단지의 공시가격이 20∼30%, 높게는 40∼100%까지 급등한 때문이다.
연합뉴스가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우병탁 전문위원에 의뢰해 서울 시내 주요 종부세 대상 단지의 보유세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작년 수준의 세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60%)을 적용하더라도 올해 보유세가 세 부담 상한(전년도 산출세액의 150%)까지 늘어나는 단지가 많았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84㎡는 올해 공시가격이 36억4천100만원으로 작년(28억5천300만원)보다 27.6%가량 상승하면서 올해 예상 보유세(재산세+종부세)가 작년보다 600만원가량 오른 1천900만원에 달할 전망이다.
작년 대비 보유세 상승률은 50.0%로 세 부담 상한까지 오르는 것이다.
정비사업 추진 단지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전용 82.6㎡(공시가격 30억300만원)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4㎡(26억8천100만원) 등은 올해 공시가격이 각각 30%씩 오르며 역시 예상 보유세가 한도까지 오른다.
강북 한강벨트 일대 종부세 대상 단지들도 마찬가지다.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올해 공시가격이 17억5천200만원으로 작년(13억3천800만원) 대비 30.9% 오르면서 보유세는 416만원으로 세 부담 상한까지 오른다.
우병탁 전문위원의 분석 결과 올해 공시가격이 30% 이상 오른 성동구 래미안 옥수리버젠, 마포구 염리 마포자이, 동작구 흑석 센트레빌 등의 전용 84㎡ 국민주택규모의 아파트가 올해 세 부담 상한까지 보유세가 상승할 전망이다.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이 50∼100% 선에 달하는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와 성수동 연립주택 등지도 보유세가 상한까지 오를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올해 고가주택 보유세 인상을 위해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까지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증세의 타깃인 강남권과 한강벨트 고가 아파트는 이미 세 부담 상한에 걸린 단지들이 많아 올해 비율을 80%로 상향해도 올해 보유세에 큰 영향을 주진 않는다.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로 높여도 올해 예상 보유세는 1천900만원으로 같은 수준이다.
반면 같은 아파트여도 올해 공시가격 상승폭이 크지 않은 단지들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이면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용산구 한남더힐 전용 235㎡는 올해 공시가격이 86억5천만원 선으로 올해 보유세는 작년보다 30%가량 오른 7천633만원이 예상됐다. 그러나 올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로 높이면 세 부담 상한인 8천732만원으로 상승한다.
특히 올해 아파트에 비해 공시가격 상승폭이 크지 않았던 고가 단독주택·연립 등의 보유세가 급증할 전망이다.
올해 서울지역 표준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평균 4.5%로 공동주택 상승률(18.6%)의 4분의 1에도 못 미쳐 보유세 인상폭도 아파트보다 크지 않았는데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리면 과세표준이 높아진 만큼 세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용산구 한남동의 한 단독주택은 올해 공시가격이 21억9천100만원으로 작년보다 10% 상승한 가운데, 올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로 동결하면 보유세가 697만원으로 작년 대비 13.8% 오른다. 그러나 공정비율을 80%로 상향하면 예상 보유세가 808만원으로 35.8% 상승한다.
우병탁 전문위원은 "공시가 12억원 이하 재산세 대상은 종부세 대상이 아닌 만큼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에 영향이 없고, 애초 보유세가 세 부담 상한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 강남과 한강벨트, 정비사업 추진 단지는 공정비율을 상향해도 올해 세액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단독주택처럼 작년 집값 상승폭과 올해 공시가격 상승폭이 크지 않은 주택 유형에서 세 부담이 급증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 아파트 보유세도 이연 효과는 남아…"공정비율 상향 쉽지 않을 것" 전망도
다만 올해 세 부담 상한에 걸려 납부하지 않은 세액은 내년도 급격한 보유세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해 세 부담 상한에 걸린 아파트도 안심할 수 없다.
세 부담 상한액은 전년도 납부 세액이 아닌 '산출 세액의 150%'로 결정돼 내년도 공시가격이 급락하지 않는 이상 공시가격 상승폭 이상으로 세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유세가 작년 300만원에서 올해 600만원으로 올랐다면 세 부담 상한에 걸쳐 올해 실제 납부액은 450만원(150%)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내년에 또다시 공시가격이 올라 산출세액이 900만원이 됐다면 내년 보유세는 450만원의 150%(675만원)가 아닌 전년 산출세액 600만원의 150%까지 세금이 부과돼 900만원을 모두 납부해야 한다. 전년도 납부 세액과 비교하면 2배나 늘어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 상태여서 정부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추가로 상향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선 이재명 대통령에 이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구윤철 경제부총리 등이 연이어 고가주택 보유세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일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세무 전문가들 중심으로 올해 공정비율 상향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종부세 납부일은 12월이지만, 6월 1일 보유세 과세기준일이 지난 상황에서 뒤늦게 과세 표준이 조정되면 납세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반발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윤석열 정부에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로 동결할 때도 4월 말 공시가격 발표 후 동결 여부를 공개했다.
이재명 정부가 2025년까지 한시 적용키로 한 1주택자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특례(43∼45%)를 올해 다시 1년 더 연장한 것도 동결 이유로 꼽는다.
일각에서는 올해 급매물 거래로 공시가격 체감 현실화율이 높아진 상태에서 공정시장가액비율까지 올릴 경우 반발이 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7단지 전용 66㎡는 올해 공시가격이 19억6천200만원으로 작년대비 49% 상승했는데 현재 실거래가가 24억∼25억원대로 떨어지며 체감 현실화율이 80%선으로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개편에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과 현재 집값 차이와 납세자의 담세력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원한 한 대학교수는 "역대 보유세 부담이 가장 컸던 문재인 정부 시절의 집값보다 현재 집값이 최대 1.5∼2배가량 높은데 문재인 정부 때보다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면 은퇴자 등은 세금을 감당하지 못해 조세저항이 커질 수 있다"며 "보유세는 차익 실현으로 내는 양도세와 달라서 납세자들의 소득도 그만큼 높아졌는지 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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