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심장마비 오는 줄"…32강전 초접전에 아르헨 팬들 가슴졸여

입력 2026-07-05 06:50  

[월드컵] "심장마비 오는 줄"…32강전 초접전에 아르헨 팬들 가슴졸여

[월드컵] "심장마비 오는 줄"…32강전 초접전에 아르헨 팬들 가슴졸여
아르헨 대표팀, 다크호스에 지는 징크스 이겨내고 카보베르데에 신승
연장까지 120분 접전 3대2 승리하자 시민들 대거 거리로 나와 환호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만큼 심장마비로 죽을 것 같은 숨막히는 경기였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카보베르데와의 32강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시민들이 한겨울 찬 공기를 뚫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서로를 얼싸안고 노래를 부르며 승리를 만끽했지만, 얼굴에는 안도감이 더 짙게 묻어났다.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는 아프리카의 복병 카보베르데를 상대로 두 차례나 리드를 잡고도 번번이 따라잡혔다. 시민들은 메시의 선제골에 환호했다가 동점 골에 침묵했고, 다시 앞서가자 승리를 확신했다가 또다시 균형이 맞춰지자 머리를 감싸 쥐었다. 승부는 정규시간 90분으로 끝나지 않았고, 연장전까지 이어진 120분 동안 부에노스아이레스 전체가 한 경기장처럼 숨을 죽였다.



경기가 열린 3일(현지시간) 경기 시작 한시간 전부터 도시는 눈에 띄게 한산해졌다. 평소 사람들로 붐비던 쇼핑몰과 상점은 손님이 거의 끊겼고, 카페와 식당에서는 손님보다 TV 화면을 바라보는 직원들이 더 많아 보였다.
팔레르모 지역의 백화점은 개미 한마리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단 한명의 고객도 없이 각 매장에서는 직원들만이 옹기종기 모여 경기를 보고 있었다.
전자제품 매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삼성 핸드폰을 판매하던 직원 두 명은 TV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TV 안에 빠져들어 갈 것 같았다.
경기 직전 거리에서는 차량 통행도 크게 줄었다. 일찍 귀가해 경기를 보려는 시민들이 한꺼번에 호출하면서 우버 요금이 평소의 5배 이상까지 치솟았다.



경기 전 시민들이 가장 많이 주고받은 말은 의외로 상대 팀 이름이었다.
"카보베르데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 나라야?"
낯선 이름에 태어나서 처음 듣는 나라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방심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가 첫 경기에서 카메룬에 0-1로 패했던 악몽,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첫 경기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충격패를 당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는 4강에 오르고,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챔피언이 된 아르헨티나이지만, 이상하리만큼 다크호스에 약한 대표팀의 징크스 때문에 사람들은 부정이라도 탈까 봐 말을 아꼈다.
또한, 카보베르데가 우승 후보인 스페인과 강팀인 우루과이하고도 무승부였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 "월드컵에는 쉬운 상대가 없다"는 말이 경기 전부터 자연스럽게 오갔다.


전반전 메시가 선제골을 넣자 카페와 가정집 곳곳에서 "역시 메시"라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골"이라는 외침이 메아리쳤고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고 포옹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카보베르데의 동점골이 터지는 순간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조금 전까지 시끌벅적하던 응원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화면만 말없이 바라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연장전에서 아르헨티나가 다시 앞서가자 "이제 끝났다"는 안도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불과 11분 만에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또다시 동점골이 터졌다는 사실을 알고 허탈하게 웃는 시민도 있었다. 누군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고, 누군가는 "설마…"를 반복하며 남은 시간을 견뎠다.
연장전에서 다시 동점이 되자 식당 안에서는 음료수 잔을 들던 손마저 멈췄다. 응원가 대신 깊은 한숨이 더 자주 들렸고, 공격이 이어질 때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승부는 극적인 자책골로 갈렸다. 연장 후반 리오넬 메시의 코너킥 크로스를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헤더로 연결했고, 이 공이 카보베르데 수비수의 몸에 맞고 골망에 들어가자 우레와 같은 함성이 울렸다.
평소 선수들의 골에도 침착했던 리오넬 스칼로니 아르헨티나 감독 역시 기쁨에 젖어 크게 반응했다.


결국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침묵하던 도시가 한꺼번에 폭발했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시민들은 한겨울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거리와 광장으로 몰려나와 국기를 흔들고 노래를 부르며 승리를 자축했다.
길가에서 만난 한 시민은 "가슴이 쪼그라드는 줄 알았다. 카보베르데가 따라붙을 때마다 공포감이 밀려왔다"며 "오늘 경기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한인 사회도 함께 울고 웃었다.
메시의 선제골이 터졌을 때는 "이 재미로 살맛이 나네요. 메시 최고예요"라는 반응이 이어졌지만, 연속 동점골이 나오자 교민 단체 카톡방은 순식간에 걱정으로 가득 찼다. 경기 상황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대화방은 기쁨에서 불안으로, 안도에서 절망으로, 그리고 종료 휘슬과 함께 다시 환호로 바뀌었다.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오는 7일(현지시간) 이집트와 8강 진출을 다툰다.
카를로스(45) 씨는 "아르헨티나 징크스 때문에 또 다른 무명 팀이랑 붙게 되니 걱정이 된다"며 "누구는 아르헨티나 대진운이 좋다는데, 영국이나 브라질 등 잘 아는 팀과 붙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sunniek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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