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무역·외교 핵심까지…美정부와 넓고 깊게 엮인 쿠팡

입력 2026-07-05 12:50   수정 2026-07-05 13:13

트럼프에 무역·외교 핵심까지…美정부와 넓고 깊게 엮인 쿠팡

트럼프에 무역·외교 핵심까지…美정부와 넓고 깊게 엮인 쿠팡
트럼프, 자산운용사 통해 쿠팡株 거래…무역대표·외교차관, 컨설팅비 등 받아
쿠팡에 대한 美행정부·의회의 강경 입장 관련 시사점 제공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최근 공개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산 신고 내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계좌 운용사를 통해 쿠팡 주식을 보유 및 거래한 사실이 드러난 것은 쿠팡이 자신들의 적극적인 로비뿐 아니라, 개인의 주식 투자 등에 의해 미국 정부 핵심과 넓고 깊게 엮여 있음을 보여준 일로 풀이된다.
미 정부윤리청(OGE)이 최근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의 재산신고 자료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쿠팡 주식을 18차례 매입 또는 매도한 내역이 적시돼 있다.
작년 한 해 22억 달러(약 3조4천억원)의 소득을 올린 트럼프 대통령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쿠팡 주식이 차지하는 부분은 미미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구체적 투자 내용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그러나 국정 최고지도자 자산 포트폴리오와 거래 내역에 한미간 중요 현안의 당사자 주식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은 쿠팡과 관련한 미국 정부와 의회의 강력한 압박에 직면한 한국 입장에서는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쿠팡 주식 보유 및 거래가 직접적인 '이해충돌'은 아니더라도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각종 조치가 쿠팡 주가 변동을 유발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자산에 미미하게나마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이해충돌과 완전히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관 규정은 다르지만, 쿠팡 주식을 보유했던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개별 기업 주식을 보유할 수 없도록 한 연준 윤리 규정에 따라, 보유 중이던 쿠팡 주식 10만여 주 매각에 나선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자산을 처분하거나 백지신탁하는 역대 미국 대통령의 전통을 따르지 않으면서 자신이 투자 결정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또 트럼프 행정부 통상과 외교의 핵심 인사들이 쿠팡으로부터 컨설팅 비용 등 보수를 받은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미국이 각국과 벌이는 무역협상의 수석대표격인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법률회사 킹&스폴딩 파트너로 재직하던 2024년 5월 17일 쿠팡에서 1만달러의 강연·자문 사례금(honorarium)을 받은 것으로 신고했다.
그리어 대표는 미국 기업이 다른 나라에서 받고 있는 유·무형의 불이익을 비관세 장벽 등으로 규정하고 시정을 압박하는 업무를 자신의 소관 업무 중 하나로 두고 있기에 쿠팡 문제와도 업무상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한미정상 합의(조인트 팩트시트)의 안보 분야 이행 실무 협의를 이끌고 있는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은 취임 전 쿠팡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았다고 신고했다.
후커 차관은 아메리칸글로벌전략(AGS)의 선임 부회장으로 재직했으며, 쿠팡과 관련한 한국 국회의 압박 움직임을 공개 비판한 로버트 오브라이언(트럼프 1기 국가안보보좌관 출신)이 AGS 회장이다.


이처럼 미국 정부 고위 인사들이 쿠팡과 이해관계로 엮여 있거나 있었던 사실이 확인된 것은 쿠팡 문제에 대해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보이고 있는 강경한 입장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일정한 시사점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는 지난 1일 홈페이지를 통해 '경쟁 차단 : 미국인 소유 기업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 공격'이라는 제목으로 35쪽 분량의 잠정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대우하고 있다는 인식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튿날 백악관 당국자는 언론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어떤 합리적 잣대를 적용하더라도, 이재명 정부는 쿠팡을 콕 찍고 있다(single out)"며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정부가 미국 기술기업들을 차별적으로 표적으로 삼는 상황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자국 기업인 쿠팡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을 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올 수 있겠지만 한국 국민 상당수의 정보가 중국 측에 유출됐을 우려 등 사안의 엄중함에 대한 이해 없이 쿠팡의 입장만 강변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인식이다.

쿠팡이 미국 정부·의회를 상대로 벌여온 적극적인 로비와, 미국 정부 요인들과 맺은 관계 등을 감안할 때 미측의 쿠팡 관련 대한국 압박이 단기간 내 중단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가능해 보인다. 결국 한국 정부와 국회 등도 긴 호흡으로 전략적이고 치밀한 대미 설득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앞서 쿠팡은 올해 1분기(1~3월) 로비자금으로 109만 달러(약 17억원)를 지출했다고 신고한 바 있다. 미국 연방 의회뿐 아니라 국무부와 재무부, 상무부, 무역대표부, 농무부, 중소기업청 등 다양한 정부기관을 로비대상으로 삼은 사실이 로비 공개법 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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