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탈 경계' 나토 수장, 유럽 재무장에 美업체 적극 참여시키려
'메이드 인 유럽' EU와 엇박자 가능성…일부 유럽국은 美무기 즉각 구입 원하기도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수백억 달러 규모의 신규 방산 계약 계획을 발표하면서 대서양 양안의 새 방산 협력 시대가 열렸음을 천명했다.
하지만 이는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메이드 인 유럽' 전략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고 폴리티코 유럽판이 8일(현지시간) 지적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7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개막한 나토 정상회의 첫날 수십억 달러 규모의 대서양 공동 무기 생산 프로젝트를 포함해 총 540억 달러(약 81조 8천억원) 이상의 신규 방위산업 계약 계획을 공개하면서 "전 세계는 북미와 유럽의 방산업체들이 손을 맞잡고 함께 혁신하며 차세대 군사 역량을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메이드 인 나토' 역량"이자 대서양 협력이 실제로 작동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원심력을 차단해 나토 결속 유지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뤼터 총장은 '메이드 인 나토' 전략을 통해 미국 방산기업들이 유럽 군사력 확충 과정에서 역할을 맡게 함으로써 '거래 중심'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족시키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역내 방산업체 육성에 우선순위를 두는 EU 집행위원회의 정책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EU는 각종 방산 지원 정책에서 동맹국일지라도 역외 기업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가령, 세이프(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로 불리는 1천500억 유로 규모의 EU 무기 공동구매 대출 프로그램에서는 구매 무기의 역외 부품 비중 상한선을 35%로 두고 있다.
또한, EU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900억 유로 규모의 대출 지원에서도 우크라이나가 비(非)EU산 군사 장비를 구매하는 데 제약을 뒀다.
익명을 요구한 EU의 한 고위 당국자는 이와 관련, EU의 예산은 어디까지나 역내 기업에 우선 사용돼야 한다면서 "유럽 납세자들은 투자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기 때문에 EU 자금은 EU에서 생산된 무기에 우선 사용되는 게 공정하다"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유럽 방위산업을 강화하고 더 많은 유럽산 군사 역량에 투자하는 것은 결국 나토를 더 강하게 만드는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EU의 이런 입장에 대해 나토의 한 고위 당국자는 "대서양 어느 쪽도 현재의 수요를 충당할 만큼 충분한 생산 역량을 갖추고 있지 않다"며 양측의 모든 산업 역량을 활용해 신속하게 무기를 조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타르야 야아꼴라 나토 방위혁신군비실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건 회원국 군대가 우리 모두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느냐"라며 EU에 가능한 한 포용적인 방산 정책을 취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싱크탱크 독일마샬기금의 댄 클라이먼 수석부회장은 "(방산 전략과 관련해) EU의 접근법이 '메이드 인 나토'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절충점도 존재한다"면서 유럽 국가 대부분이 나토 회원국인 만큼 나토의 무기 생산은 결국 상당 부분 EU 안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유럽 국가 중에서도 발트 3국이나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처럼 러시아와 인접한 나라들은 러시아의 위협에 대처할 신속한 전력 확충을 위해 미국 등에서 즉시 운용이 가능한 무기를 구매하는 데 더 큰 관심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고 폴리티코는 짚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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