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완공 당기고 대규모 신규투자…불붙은 글로벌 메모리 경쟁

입력 2026-07-12 05:31  

공장 완공 당기고 대규모 신규투자…불붙은 글로벌 메모리 경쟁

공장 완공 당기고 대규모 신규투자…불붙은 글로벌 메모리 경쟁
삼성전자, 용인클러스터 첫 공장 가동 1~2년 앞당기기로
최태원 "공급이 수요 결코 따라잡지 못해"…수급 불균형 지속 확신
하이닉스 ADR 상장·마이크론 대미 투자 확대 등 '쩐의 전쟁' 가속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김민지 기자 =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산으로 메모리 시장이 전례 없는 '초성장기'에 진입한 가운데 반도체 업계가 폭발하는 칩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설비 투자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된 피크아웃(정점통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공급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골든타임이 찾아온 지금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어 생산능력(캐파)에서 초격차를 이루지 못하면 중국 등 경쟁 메모리 업체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업계 전반의 투자 강행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가 전년(7천956억 달러) 대비 90% 증가한 1조5천112억달러(약 2천279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메모리 시장은 올해 8천39억달러(1천212조원)로 전년 대비 무려 25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성장세는 SK하이닉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 현장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의 발언으로도 재확인됐다.
최 회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 CNBC와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인공지능)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어느 정도의 확신을 갖고 있다. 우리의 공급 능력은 그 수요를 결코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며 "향후 5년 안에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는데도, 모든 고객이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곽 사장 역시 "공급 측면에서 내년은 업계 역사상 최악의 해가 될 것"이라면서 메모리 수요가 2030년대까지도 회사의 생산 능력을 계속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나스닥 입성 첫날 공모가 149달러 대비 13.08% 높은 168.49달러에 마감하며 그간 제기된 피크아웃 우려를 일부 불식시켰다.
AI 인프라 구축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이 이어지면서 세계 메모리 시장의 90% 이상을 책임지는 주요 메모리 3사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은 앞다퉈 설비 투자를 확대하며 시장 리더십을 둘러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건설 중인 평택캠퍼스 P5 1·2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등에 2천30조원을 투자하고 호남권에 400조원을 들여 메모리 반도체 팹 2기를 짓는다.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용인클러스터 첫 번째 팹(공장) 가동 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1∼2년 앞당긴 2029년 하반기로 설정하는 승부수도 뒀다.
SK하이닉스는 미국 나스닥 상장을 통해 40조원이라는 현금 실탄을 마련하고 이를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건설 ▲ 청주 P&T7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 건설 및 장비·부대비용 ▲ 극자외선(EUV) 스캐너 등 기계장치 취득과 시설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400조원을 투자해 호남권에 메모리 팹 2기를 짓는다.

양사의 천문학적 국내 투자 발표 후 미국 정부의 대미 투자 압박도 거세지고 있어 미국 내 추가 투자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9일 마이크론의 뉴욕주 클레이 타운 팹 건설 현장을 찾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늘리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다음날 최 회장은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주 패키징 공장 외에 미국 내 반도체 팹 투자를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미국에서 적합한 장소를 발견한다면 투자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삼전닉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마이크론은 미국 정부의 지원 하에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 규모를 계속 늘리고 있다.
마이크론은 최근 2035년까지 미국 투자 규모를 2천500억 달러로 확대하고 자사 D램의 40%를 미국에서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초 미국 내 1천7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6월 투자액을 2천억 달러로 상향했고, 이번에 다시 500억 달러를 증액했다.
전 세계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도 대미 투자액을 기존 1천억 달러에서 1천650억 달러로 확대해 미국에 웨이퍼 공장 6곳과 패키징 공장 2곳, 연구개발(R&D) 센터 1곳을 짓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요 회사들의 투자 가속화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공급은 2027년 하반기는 돼야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른 '칩플레이션(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미국에서는 일부 소비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기업들의 '가격 부풀리기'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면서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메모리 수급 불균형은 중국 메모리 업체의 점유율 및 수주 확대라는 결과도 낳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메모리 가격에 그간 써오던 주요 메모리 3사 제품이 아닌 중국 CXMT의 D램 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D램 시장에서 지난해 1분기 3% 수준이던 CXMT 점유율은 올해 1분기 8%로 확대됐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수요에 비해 주요 3사의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지면서 중국 업체가 틈새 수혜를 노리고 있다"며 "생산 능력(캐파) 확대 성공 여부가 향후 시장 리더십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jakm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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