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도전적 비전이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추진"
잠재성장률 3%는 달성 시점 제시 안 돼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잠재성장률 3%, 수출 세계 4강,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라는 '3·4·5 경제 대도약' 비전을 제시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절호의 기회를 활용해 세계 어떤 나라도 대신할 수 없는 '대체불가 대한민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이다.
다만, 정부는 핵심 목표인 잠재성장률 3% 달성 시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목표 달성 전제인 반도체 호황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라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예산안 발표가 다음 달로 예정돼있어서 이번엔 세제·펀드 중심의 간접 유인책만 담겨 있다.

◇ '대체불가 대한민국' 구체화…대도약 지표 제시
정부가 14일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의 정책목표는 '대체불가 대한민국으로 가는 경제 대(大)도약 원년 완성'이다.
이를 수치로 구체화한 것이 3·4·5 비전이다.
1%대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3%로 끌어올리고, 반도체 호황으로 올해 세계 5위 수준인 수출은 4강으로, 4만달러에 근접한 1인당 국민총소득은 5만달러로 한 단계씩 올려놓겠다는 것이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지난 10일 사전브리핑에서 "금년은 이재명 정부가 경제 운용에 온전히 책임을 지는 첫해로, 중동전쟁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전례 없는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양호한 성장 흐름을 이어나가고 있다"며 "변화된 경제 여건에 맞는 기민하고 선제적인 정책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 중에서도 핵심은 잠재성장률 반등이다. 그 지렛대는 반도체·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다.
서남권 반도체 팹 4기 구축에 800조원, 8.4GW급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550조원을 투자하는 등 기존에 발표한 정책 추진을 위해 '국가 총력 지원체계'를 가동한다.
새로운 먹거리인 '초혁신 성장동력 육성'에도 국가적 역량을 투입한다. 제약·바이오, 방위산업, 우주·항공, AI 에이전트, 블록체인 경제 등에 투자해 제2의 반도체를 육성한다.
자금 지원은 한국투자공사(KIC)에 전략투자계정을 신설해 종합형 국부펀드로 확대 개편하는 등 민관 자금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초혁신경제펀드도 내년에 조성한다.
지방도 한 축이다. '5극3특' 성장엔진을 육성하기 위해 연내 메가특구특별법을 제정하고, 기업·근로자·창업을 지원하는 '지방우대세제 3종' 패키지를 도입한다.
이형일 차관은 "3·4·5 비전이 도전적이라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1990년대 후반 미국이 대규모 IT 투자로 자본이 늘고 총요소생산성이 올라가면서 잠재성장률이 반전된 것처럼, 반도체 호황으로 생긴 기회를 활용해 압도적으로 투자하면 '도전적이지만 해 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이재명 정부 내에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반도체 의존 불확실성…달성 시점 제시 없어
대도약의 발판인 지표 호조세가 일시적일 수 있으며, 정부가 관리할 수 없는 반도체 가격 급등이라는 외생 변수에 기대고 있다는 점은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정부는 올해 경상성장률을 1996년 이후 최고치인 12.3%로 전망했다. 실질성장률은 3.0%, 연간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은 9.0%로 예상했다.
지난 5월 반도체 수출물가가 1년 전보다 163.3% 오르는 등 반도체 가격이 올라 같은 반도체를 팔아도 손에 쥐는 돈이 그만큼 불어나면서 전체 경상성장률을 끌어올린 것이다.
정부는 잠재성장률 3% 목표 달성 시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 이 차관은 "구체적인 달성 시기를 찍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이를 목표로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인세율은 인상됐고 대미 투자 약속으로 반도체 외 기업의 국내 투자 여력도 부족하다. 정부 주도 AI 투자만으로 하락 추세를 되돌리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며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 고학력 이민 유치, 반도체 외 제조업 투자 활성화, 다국적 기업 투자 유치 정책 등이 종합적으로 함께 추진돼야 하는데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도 2024∼2026년 노동뿐 아니라 자본 투입이 크게 늘고 AI 중심으로 총요소생산성이 상승하면서 잠재성장률이 올라갔다"며 "연간 2천500조원인 우리 GDP 규모에서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투자만 최소 연 200조원씩만 잡아도 성장기여도가 상당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당면 목표는 실질성장 3%…'실탄'은 기획처 예산안 기다려야
'도전적인 비전'과는 별개로, 정부가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는 함께 발표한 수정 전망에 담겼다.
정부는 올해 실질성장률을 3.0%로 제시했다. 소비자물가는 2.6% 상승을 예상했고 국가채무비율은 40%대(50.6→47.0%) 진입을 예상했다.
수정 전망을 보면 대도약 전략이 당장의 고용 창출로 이어지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1월 전망 때와 비교하면 정부는 실질성장률을 1.0%포인트(p) 높여 잡았지만, 취업자 증가 폭은 1만명 낮춘 15만명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실적(19만명)과 비교하면 4만명 줄어든 수준이다.
예산 배분 권한이 없는 재경부가 주도해 만든 경제성장전략에는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인 정책금융과 규제 완화 등만 담겼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세수를 청년·차세대 성장·지방·교육 등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미래대응기금' 신설은 기획처 소관이라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
세제 지원은 이르면 이달 말 별도로 발표할 계획이다.
재경부 강기룡 차관보는 "민간기업의 투자가 주된 동력으로, 그 투자 촉진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며 "세제 지원은 곧 발표할 것이고, 8월 말∼9월 초 예산 편성 때 민간기업 투자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재원이 공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 교수는 "관련 예산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한 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은 선언적 정책 발표는 기업이나 투자자 같은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예산·재원 조달 방안까지 합쳐진 대책을 발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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