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북단 야말 플랜트 생산량 97% 유럽이 흡수
전면 금수 앞두고 물량 늘려…대다수는 프·벨기에·스페인行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유럽이 올해 러시아 시베리아의 핵심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기지인 야말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를 사들이면서 러시아의 전쟁 금고를 불려준 것으로 드러났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영국 언론이 13일(현지시간) 전했다.
해상 정보 플랫폼 케플러의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 민간 기업 노바텍이 운영하는 야말 LNG 플랜트에서 유럽연합(EU)이 구매한 물량은 올해 상반기 989만t에 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8%나 증가한 수치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5년째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러시아의 핵심 에너지 시설을 계속 돌리는 데 유럽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FT는 짚었다.
독일의 비정부기구(NGO) 우르게발트는 기존 목적지였던 아시아 대신 유럽으로 우회 수출되는 물량이 늘며 올 상반기 야말 플랜트의 생산량 97%가 유럽으로 향했다면서, 유럽이 가스 구입 대금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지불한 돈만 해도 60억 유로(약 10조2천억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유럽에 공급된 야말 플랜트 천연가스 가운데 약 38%는 프랑스, 27%는 벨기에, 25%는 스페인으로 향했고, 네덜란드와 포르투갈도 주요 수입국으로 꼽혔다.
우르게발트의 제재 담당 활동가 제바스티안 뢰터스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폭격을 강화하는 상황에서도 유럽이 야말 플랜트에서 가스 수입을 오히려 늘린 점을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가 전례 없는 규모로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반 시설과 민간 시설을 공격하는 와중에도 유럽은 매일 평균 5만5천t이 넘는 천연가스를 계속 수입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이 러시아에서 가스 수입을 대폭 늘린 것은 내년 1월 전면 시행을 앞둔 러시아산 가스 수입 금지 조치에 앞서 최대한 많은 물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EU는 지난 4월부터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신규 단기 계약을 금지했고, 내년 1월부터는 기존 장기 계약까지 포함하는 전면 수입 금지 조치를 시행한다.
하지만, 러시아산 가스 의존을 탈피하려는 유럽의 계획은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유럽 가스 수요 중 약 7%를 공급했던 카타르산 LNG 수입이 막히면서 유럽은 알제리와 나이지리아 등 대체 공급처에서 추가 물량을 확보하고, 미국산 LNG 수입을 크게 늘리려 하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현재 미국이 EU의 전체 LNG 수입 가운데 약 3분의 2를 제공하는 최대 공급국으로 등극한 가운데, 러시아의 비중도 여전히 13%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스페인은 전체 가스 수입의 약 4분의 1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으며, 벨기에는 절반 이상을 러시아산 가스로 충당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 북극 연안에 위치한 야말 플랜트는 특수 쇄빙 LNG 운반선을 통해 천연가스를 유럽에 수출하고 있는데, 현시점에도 덴마크의 페야드 조선소가 이들 선박에 정비를 제공하고 있는 것에도 눈총이 쏠리고 있다.
우르게발트의 활동가 뢰터스는 "야말 천연가스는 소수의 특수 쇄빙선과 유럽 항만, 유럽의 정비 서비스에 의존해 수출을 이어가고 있다"며 "유럽은 지금도 이 세 가지를 모두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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