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약세에도 코스피는 장중 4%대 급등…매수 사이드카 발동
증권가 "전쟁 민감도 낮아질것 vs 물가·금리 재상승 우려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유향 기자 =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다시 격화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21일 코스피는 장중 상승전환해 4% 넘게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간밤 미국 증시가 반도체 업황 우려 완화에도 지정학적 긴장 영향에 약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전쟁이 국내 증시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원인보다는 반도체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약해진 시장의 체력을 흔들며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는 오후 1시 41분 현재 전장보다 4.50% 올라 6,800선을 회복한 모습이다.
지수는 전장보다 0.58% 오른 채 출발한 뒤 장 초반 하락 전환해 한때 6,429.03(-1.34%)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다시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직전에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각각 0.59%, 0.19% 내리고 나스닥 종합지수도 0.05% 하락한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이 미군 병사 한명을 죽일 때마다 몇 배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보복을 경고하며 시장에 불안감을 안겼다.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하면서 지정학적 불안은 더욱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자 국제유가도 오르며 9월 인도분 브렌트유와 8월 인도분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각각 전장보다 1.27%, 0.90% 높은 배럴당 89.22달러와 83.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지난주 조정을 겪었던 기술주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엔비디아(0.23%), 마이크론테크놀로지(1.94%) 등이 올랐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0.60%)는 4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미 증시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에 대한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며 상승 출발했다"며 "장 후반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차 부각되며 반도체 업종도 결국 하락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은 지난 2월 말 발발한 뒤 3∼4월 국내 증시의 급락을 이끈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이후 2주 휴전으로 코스피에 우호적인 환경이 마련되고,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역대급 1분기 실적 발표에 코스피는 회복 기로로 돌아섰다.
이후 양국 간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과 함께 국제유가가 안정되면서 코스피는 지난달 사상 최초 9,000포인트를 넘어서기도 했다.
다만 이달 들어서는 미국과 이란이 체결했던 종전 양해각서(MOU)가 사실상 폐기되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상선 공격과 보복 공습이 이어지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7∼18일 이란의 공격 등으로 미군 총 3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이번 충돌 재격화가 전쟁 최초 발발 당시보다 파급력이 작을 것이라고 보면서도, 그 영향력에 주목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의 지정학적 갈등이 증시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모습"이라며 "최근 주가 조정으로 증시의 체력이 이전보다 떨어지며 이같은 갈등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쟁 리스크가 추가 확산할 여지는 낮아 보인다"며 "이번 주 중반 이후에는 (미국의) 알파벳과 인텔 등 주도 업종들의 실적 이벤트가 대기하고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미-이란 이슈에 대한 증시의 민감도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국제유가 상승이 미국 물가를 다시 자극할 경우 금리 인상 우려가 재차 커지며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국투자증권 김대준 연구원은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주목할 지표는 미국 물가"라며 "이에 따라 유동성 환경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앞서 이달 발표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에너지 가격 하락에 힘입어 시장 예상보다 큰 하락 폭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김 연구원은 "6월 물가에는 중동 리스크가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그는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재개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발생하고 있다"며 "양국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7월에는 끈적한 고물가 환경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 전쟁이 지속되면 금리 인상 기조가 이전보다 강화되고, 이는 결국 외국인 수급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IBK투자증권 변준호 연구원은 "이란 사태에 따른 영향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며 "향후 이에 따라 외국인 수급 또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란 사태가 하반기 들어 재부각되고 있고 실질적인 글로벌 금리 인상의 긴축 기조는 하반기에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이에 따른 영향은 하반기와 내년에 걸쳐 경기로 반영될 여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반면 지정학적 위험과 금리 부담만으로 최근 국내 증시의 급격한 변동성을 설명하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올투자증권 조병현 연구원은 "지정학적 위험은 시장 변동성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며 "호르무즈 해협 항행 정상화 기대가 형성되면 유가가 얼마나 빠르게 하락하며 어느 영역으로 수렴할지 이미 경험을 해본 만큼, 유가 상단이 기존처럼 높아질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금리 인상 또한 지난주 확인된 미국의 CPI와 PPI, 한국의 수입물가 등을 감안하면 극단적인 긴축 기조로의 이행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그러면서 "(국내증시 변동성의) 가장 핵심적인 명제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의구심"이라고 말했다.
willow@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