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대 연구 "볼넷 줄고 삼진 늘어…명성 편향 완화"
자동 판정, 스포츠 넘어 면접·승진 평가에도 시사점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한국 프로야구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이 심판의 '스타 타자' 편향을 줄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ABS 도입 이후 골든글러브급 타자들은 이전보다 볼넷이 줄고 삼진이 늘어 심판의 명성 기반 판정이 완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가 스포츠를 넘어 면접이나 승진 등 인간의 평가가 개입하는 다양한 분야에서도 자동화 시스템이 편향을 줄이는 데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 세계 첫 ABS 도입…'스타 타자 편향' 줄었나
25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송지민 미국 미시간대 연구원 연구팀은 ABS 도입 이후 스타 타자들은 일반 타자들보다 볼넷은 적고 삼진은 많았으며 출루율도 낮아졌다는 분석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유럽 스포츠 경영 학술지'에 발표했다.
ABS는 카메라와 투구 추적 기술이 직접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을 내리는 기술로 한국이 이를 선구적으로 도입하면서 전 세계가 ABS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연구팀은 ABS 도입 전 마지막 시즌인 2023년과 도입 첫 시즌인 2024년간 타자 148명과 투수 112명의 성적을 비교했다.
이들 중 타자는 골든글러브 수상 이력이 있는 경우, 투수는 골든글러브 후보에 든 이력이 있는 경우 '스타'로 분류하고 이들의 성적 변화를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ABS 도입 여부에 따른 성적 차이가 있는지 분석했다.
포지션별 최고 선수에게 수여하는 골든글러브를 받거나 그에 준하는 선수의 경우 지위에 기반한 편향을 받는 '마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마태 효과는 승자 독식 현상을 뜻하는 것으로 스포츠계에서는 유명 선수나 강팀에 심판이 더 유리한 방향으로 판정하는 경향을 뜻한다.
분석 결과 타자에서는 이런 마태 효과가 ABS로 일부 사라진 것처럼 나타났다.
100타석을 기준으로 했을 때 스타 타자는 다른 타자보다 삼진은 3개 늘었고, 볼넷은 2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반면 전반적 타격 지표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ABS 도입이 타격 능력 저하보다는 심판 판정과 관련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연구팀은 해석했다.
◇ "평가 자동화, 편향 줄이는 데 도움"…인간 심판 역할은 유지
반면 투수들에게는 이런 양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투수는 타자보다 판정의 영향을 계량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웠거나 투수 성적 자체의 변동성이 더 크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 연구원은 "ABS 도입 이전에도 유명 타자가 들어섰을 때 심판이 애매한 투구에 대해 더 유리한 판정을 내리는 편향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이번 연구는 자동화된 평가 시스템이 면접이나 승진과 같이 인간이 평가받는 경쟁적인 상황에서 편애와 편견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명성에 기반한 판정이 결과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고 인간 심판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교신저자인 리처드 폴슨 미시간대 교수는 "볼 스트라이크 판정이나 파울 페어 판정처럼 심판들이 내리는 일부 결정은 매우 객관적이어서 쉽게 자동화할 수 있다"면서도 "인간의 판단은 주관적인 결정에 여전히 유용한 만큼 인간 심판이 조만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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